은행권 부정 입사자들의 ‘채용 취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부정 입사자 채용취소 관련 법 제정에 대해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와 함께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증인으로 나온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도 “현재 법률적, 정책적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원장이 관련 기관들과 은행권 부정입사자들의 채용 취소 논의를 약속한 건 고무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9월부터 ‘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 기획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은 부정입사자들이 여전히 은행을 근무 중인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남궁현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13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전수 검사를 담당했던 당국(금감원)의 입장으로 봤을 때 은행들이 부정입사자들의 채용을 유지하고 있는 게 정당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준으로 따지면, 우리은행-대구은행-광주은행-부산은행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사람은 총 59명이다. 2020년 10월 현재 이들 중 41명이 근무중이다.

우리은행에는 27명이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했는데, 이 중 19명이 여전히 일하고 있다. 대구은행에는 24명이 부정하게 입사했고 이 중 17명이 근무중이다. 광주은행의 부정 입사자 5명은 퇴사자 한 명 없이 모두 출근하고 있다.

부산은행의 경우 최근 자진 퇴사한 부정 입사자 2명을 포함해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3명이 모두 은행을 떠났다. <셜록>의 은행권 채용비리 기획보도 이후 약 열흘 만에, 조문환 전 새누리당 18대 국회의원 딸과 이창희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가 부산은행을 나갔다.

대법원 확정 부정입사자 중 약 70%가 여전히 근무하고 있어, 은행이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안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제31조에 따르면,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배 의원은 “부정채용 입사자의 본인 가담과 무관하게 채용 취소 등을 강제하는 채용비리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윤 금감원장에 물었다.

이에 윤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위원회와 의견을 교환해서 배 의원님이 말씀하신 제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겠습니다.”

우리은행 ⓒ셜록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우리은행 부행장도 부정입사자에 대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을 향해 “채용비리로 합격한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우리은행이 재발 방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우리은행 채용비리 관련)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으면 정상화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채용비리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부정 입사자에 대한 조치 필요성을 강 부행장에 강조했다.

민 의원의 지적에 강 부행장은 이렇게 답했다.

“(부정입사한) 19명의 직원에 대해서는 법률적 판단과 정책적인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중입니다. 의원님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여 여러가지 좋은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습니다.”

강 부행장은 피해자 구제와 관련해서도 “검토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어 이 자리에서 답을 못하는 점을 양해 해달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은 13일 오후 1시경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셜록

한편,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은 13일 오후 1시경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정 입사자 채용 취소를 요구하고,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를 촉구하는 취지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우리은행은 이광구 전 은행장을 비롯한 채용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을 계열사에 취직시켜 억대 연봉을 받게 하면서, 피해자는 구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구 전 은행장은 현재 우리은행 관련 회사인 ‘원피앤애스’에 고문으로 있다. 그는 억대 연봉을 받고,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받은 걸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최종 합격 단계에서 합격해야할 대상자가 부정 입사자에 의해 불합격한 것이 명백하다면, 불합격자를 피해자로 보고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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