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세금을 투입해 경영위기를 벗어나게 해줬지만, 우리은행은 공적가치를 버리고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그 중심에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있다. 이광구 은행장은 2014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우리은행장을 역임했다.

정부는 우리은행이 출범한 2002년부터 2014년 12월까지 은행장을 선임했는데, 이 행장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행장은 2016년 우리은행 간부 임OO의 딸을 부정 채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은행 간부의 딸은 서류 및 1차 면접 전형에서 탈락 대상자였지만, 살아남았다. 그는 지금도 서울 중심부 한 지점에서 일한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서사는 이렇다.

우리은행 ⓒ셜록

우리은행은 2016년 신규 행원 채용공고를 그해 8월 말경에 게시했다. 이 공채에 약 1만4300여명이 지원했다. 임OO 우리은행 부장 딸 임 씨도 지원했다.

우리은행 그동안 두 가지 버전의 ‘청탁명부’를 작성하고 관리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청탁한 지원자들 명부와, 외부 청탁자-은행 직원 친인척 명부가 그것이다.

임OO 부장 딸 임 씨도 청탁명부에 속했다. 이때부터 임 씨는 특별관리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입사 전형에서 연령, 학력, 전공에서 차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필터링’을 설정해 지원자를 걸러냈다.

임 씨는 서류전형에서 학점 필터링에 걸렸다. 그의 학점은 2.9점으로, 우리은행 자체 학점 필터링 기준(3.0점)에 미달했다. 그럼에도 임 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그렇게 특별대우를 해줬건만, 임씨는 1차 면접에서 또 탈락 대상으로 분류됐다. 당시 인사부장 홍OO은 이광구 행장을 찾아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번엔, 은행장이 적극 나섰다. 이 행장은 임 씨를 합격시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 행장 연임과 직결되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함께 출장다닌 임OO 부장의 자녀입니다. 합격시키세요.”

이 행장은 청탁명부상 임OO의 합격안 부분에 펜으로 동그라미 쳤다.

인사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 ⓒ연합뉴스

우리은행 인사팀은 1차 면접전형 중 기존에 합격권 안에 있던 다른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대신 임 씨를 그 자리에 넣었다.

인사팀은 임OO을 1차 면접 전형 합격으로 작성한 ‘합격자 품의서‘를 작성하고 2016년 11월초경 결재를 받았다. 임 씨는 2016년 신입행원 채용에서 최종 합격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재판장 이재희)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작년 1월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전 행장의 채용비리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8월의 실형을 올해 2월 확정했다.

우리은행은 왜 무리를 해서 임 씨를 뽑은 걸까? 답은 이광구 행장의 지시 속에 있을지 모른다. 사실 우리은행의 오랜 숙원 사업은 ‘민영화’다.

우리은행 주인은 16년간 정부였다. 정부는 2001년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공적자금을 우리금융지주에 지원해 지분 100%를 취득했다. 우리은행은 경영위기 때마다, 국민세금으로 공적자금도 지원받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는 12조7600여억 원,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자본확충펀드 1조3000천여억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 은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 행장이 재임하던 2016년 12월, 정부는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우리은행 민영화의 초석을 닦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2022년까지 ‘완전 민영화’를 이룰 예정이다. 이 은행장의 말대로, 부정 입사자 임 씨의 아버지는 민영화와 자신의 행장 연임에 도움을 준 인물이다.

이광구 은행장은 재판 과정에서 “사기업 채용업무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은행장에게 신입행원 채용에 관한 재량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관련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은행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사기업이기는 하나, 다른 사기업과 달리 은행법 등에 의하여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은행이 부실화 되거나 금융위기가 발생할 시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기도 하는 등 국가로부터의 감독과 보호를 동시에 받는 은행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이다. (중략)

우리은행이 갖는 공공성의 정도는 다른 어떤 사기업보다도 크다. (중략) 그렇다면 우리은행은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여야 하고, 그것의 기본은 공정한 채용이다.

우리은행 ⓒ셜록

실질적으로 공채가 아닌 ‘부정 사채’로 입사한 임 씨.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10월 13일, 기자는 부정입사자 임OO 씨를 찾아갔다. 그는 서울 중심부 쪽에서 일한다.

그날 은행 안은 중장년층 손님으로 북적였다. 행원 약 9명 중 오른쪽 끝, ‘종합상담창구’에 앉아 있는 임 씨가 보였다.

“우리은행 임OO 부장 딸 맞죠?“

임 씨는 컴퓨터 모니터만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물었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판결문에 본인 이름이 나오는데, 아시나요?”

그는 “지금은 업무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시 물었다.

본인이 합격자로 조작되면서 대신 떨어진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아세요?“

임 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은행 내부 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약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

기자는 우리은행에 부정입사자 채용취소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제31조에 따르면,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실 확인된 경우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법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나,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에 대해선 여러 전문가들과 의견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입사자와 마찬가지로, 채용비리 실행자들도 우리은행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광구 전 은행장은 현재 우리은행 관련 업체 ‘원피앤에스’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전 행장의 연봉은 2억8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은행장의 지시를 따랐던 홍OO 전 인사부장은 현재 우리은행 계열사 ‘우리카드’에서 상무로 일하고 있다. 그의 연봉은 약 1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들로 인해 이유 없이 공채에서 탈락한 채용비리 피해자들은 여전히 구제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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