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부정채용 문제 취재를 시작한 지 3개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드디어 만났다. 지난 19일, 조용병 회장은 신한 측 인사 약 20명과 함께 서울고등법원 서관 417호 법정에 등장했다. 제6형사부(재판장 오석준)의 심리로 열린 공판이었다.
조용병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신한은행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은행장 시절 금융감독원 임원의 아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조카손자 등에게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석에 앉은 조용병 회장 곁에는 변호인이 자리했다. 그를 맡고 있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총 8명. 이 중 일부가 재판에 출석했다.
법정 방청석에는 신한 측 인사들로 가득했다.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 약 20명이 방청석 자리를 채웠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측 증인신문으로 이뤄졌다. 이날 공판은 한마디로, ‘조용병 회장 살리기’였다. 증인들은 조 회장이 연루된 라 전 회장 조카손자의 채용비리를 부정했고, 조 회장의 변호인은 ‘원칙주의자 조용병’을 내세웠다.
당일 증인으로는 신한은행 인사부 전산담당자 출신 박OO과 인사부 운용팀장 출신 이OO이 출석했다.
증인 박 씨는 2016년 하반기 신한은행 채용 당시 IT 계열 지원자의 서류를 평가한 당사자이자, 실무자 면접 때 면접관으로 참석한 인물이다. 라 전 회장의 조카손자 나OO은 2016년 하반기 신한은행 공채에 응시했다.
1심 재판부는 라 회장의 조카손자 나OO의 부정입사와 관련해 조용병 당시 신한은행장을 채용비리 책임자로 인정했다.
이날 증인 박 씨는 법정에서 지원자 나 씨가 ‘뽑힐 만한 인재’라는 논리를 펼쳤다.
“지원자 나OO 자기소개서를 평가할 때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실무자 면접 때는 지원자의 다양한 측면을 가까이서 직접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에서) 그 점(다양한 측면 의미)에 대해 가중치를 붙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씨는 2016년 신한은행 하반기 채용 당시 IT 계열 지원자 1561명에 대한 자기소개서 전부를 혼자서 체점했다.
박 씨가 지원자 나OO의 지원 서류를 보고 남긴 평가 의견은 이렇다.
“나OO 지원자의 서류를 심사한 결과 학업성취도가 낮고 지원한 IT분야 전문역량이 열위이며, 금융권 준비 노력이 부족하고, 학점 필터링컷 해당(3.0미만)하여 불합격권에 속한다.”
지원자 나 씨의 학점은 3.0점 미만으로 서류전형 ‘필터링컷’에 걸렸다. 필터링컷은 학점, 나이 등 신한은행이 지원자를 거르기 위해 세운 자체 기준을 뜻한다. 그럼에도 지원자 나 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검찰은 지원자 나 씨의 합격 경위에 대해 증인 박 씨에게 질문했다.
- “본인이 낮게 평가한 지원자 나 씨가 서류전형을 통과해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 “면접관이 면접 이후 전산으로 입력한 평가 내용을 인사팀에서 임의로 바꿔도 되는 건가요?”
박 씨는 검찰 질문에도 한결같이 대답했다.
“저는 지원자들의 서류만 보고 평가했습니다. 채용팀이 채용에 대한 책임과 전체 권한을 갖고 있어 검찰의 질의 내용에 대해 저는 잘 모릅니다.”
두 번째 증인 이OO 씨는 지원자 나 씨의 임원 면접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원자 나 씨의 임원 면접 당시 면접관으로 참가한 인물이다.
지원자 나 씨는 임원 면접 당시 ‘전용 면접조’에서 시험을 봤다. 다른 IT 분야 지원자 52명 모두 ‘IT 면접조’로 편성됐지만, 나 씨 혼자만 ‘일반직 행원 면접조’로 구성됐다.
이승수 당시 인사부장은 지원자 나 씨가 편성된 임원 면접조의 면접위원으로 들어갔다. 이 부장은 지원자 나 씨가 라 전 회장의 조카손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면접위원 4명 중 3명은 나 씨에게 B등급을 줬지만, 이 부장은 A등급을 줬다.
증인 이 씨는 지원자 나 씨의 임원 면접 혜택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설명했다.
“IT분야 면접 지원자의 면접 통과율을 기준으로 볼 때 IT 지원자가 일반직 행원 면접조로 분류된 거는 사실상 불리합니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이 씨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피고인 조용병이 원칙주의자라는 건 인사부 모두가 알고 있죠? 피고인 조용병이 (채용 청탁을 받은 특이자의) 지원 사실을 인사부에 전달하더라도, 채용 절차와 평가는 모두 원칙대로 진행됐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증인 이 씨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채용팀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검사는 “증인을 포함해 다른 면접관들이 지원자 나 씨에게 IT 관련 어떤 질의를 물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지원자의 조직 적합도를 판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다”고 대답했다.
검사가 “증인의 대답대로라면, IT 분야와 일반직 행원 면접조를 구분하는 이유가 없는 게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면접조 구성은) 채용팀 권한”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기자는 공판이 끝나 법정을 나서는 조용병 회장을 쫓아가 질문했다. 조 회장은 신한 측 직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 기자 “라 전 회장 조카손자 나OO 씨의 부정채용 지시했습니까?”
- 기자 “이상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는 무슨 관계십니까?”
신한 측 직원들은 기자의 몸을 밀거나 잡으며, 질문을 막았다. 그 사이, 조 회장은 법원을 빠져나갔다.
다음 공판은 11월 16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