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은 채용 비리로 구속됐지만, 부정 입사한 조카는 무사하다. 오현득 전 국기원장과 그의 조카 김○○의 얘기다.

김○○의 외삼촌 오현득 전 국기원장은 특정인을 국기원 직원으로 뽑기 위해 영어시험지를 빼돌렸다가 지난해 10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외삼촌 덕에 2016년 우리은행에 부정 입사한 김○○은 현재 서울 강남 한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2017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오현득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김○○의 우리은행 부정채용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김○○의 우리은행 부정채용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김○○은 학점이 비교적 낮았다. 우리은행 인사부가 자기소개서조차 읽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학점 3.0 미만이었다.

김○○의 ‘특이사항‘은 그의 외삼촌이 오현득 당시 국기원장이라는 사실 하나. 김○○이 지원한 2016년 하반기 우리은행 공채 경쟁률은 95:1에 달했다.

학점이 낮은 김○○은 필터링 대상이었다. 다른 지원자 같았으면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2016년 10월 홍○○ 인사부장은 ‘김○○이 불합격 대상‘이라는 점을 이광구 전 은행장에게 보고했다.

이에 이광구 은행장이 지시했다.

“국기원장 조카니까 합격시키세요.”

이광구 은행장은 ‘외부 추천인 명부‘에 적힌 김○○ 합격안 부분에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인사부는 은행장 지시에 따라 김○○을 부정하게 구제했다.

오현득 전 국기원장 ⓒ국기원

김○○을 우리은행 채용으로 이끈 사람은 바로 이○○ 검사실장이었다.

이○○ 검사실장은 “국기원 측의 인사 청탁 민원“이라며 청탁 대상자 명단을 우리은행 인사부에 전달했다. 은행 내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게 그의 역할이지만, 그는 자신에게는 엄격하지 않았다.

이○○ 검사실장은 금감원 부원장보 이상구의 딸 이○○을 부정 채용하는데도 가담한 인물이다. 심지어 이○○은 놀라운 창의력으로 자신의 처조카를 우리은행에 몰래 입사시키려다 발각된 인물이다.

“이 사람도 부총장이 채용해달라고 청탁하더라고요.”

이○○ 검사실장은 한 대학 부총장의 채용 청탁이라는 거짓을 만들어 회사에 보고했다. 자기 처조카를 우리은행에 부정하게 입사시키려는 고도의(?) 꼼수였다. 채용 비리 등을 조사해야 하는 부서 최고 책임자가 부정채용에 직접 가담한 셈이다.

우리은행은 2017년 10월 부정채용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이○○ 검사실장의 직위를 해제했다.

우리은행은 국기원장의 조카 김○○ 부정하게 채용하고 무얼 얻으려 했을까?

우리은행이 김○○을 채용하기 전, 국기원은 주거래 은행을 국민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바꿨다. 김○○이 우리은행 지원을 앞둔 2016년 7월, 오현득 국기원장은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만나 업무협약을 맺으며 이런 대화를 나눴다.

“우리나라 최고 은행인 우리은행에서 태권도 발전을 위해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현득 국기원장

“이번 협약을 통해 태권도인들에게 금융 혜택이 돌아가고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단증들이 햇빛을 보며 숨을 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

2016년 7월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광구(오른쪽) 우리은행장이 오현득 국기원장과 ‘우리은행-국기원, 상호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우리은행

업무협약 이후 국기원은 국기원 돈을 우리은행으로 옮겼다. 2015년 말 기준, 국기원은 발전기금 등 예금 148억1000만 원 중 24억5000만 원을 우리은행에 맡겼다.

상황은 1년 뒤 변했다.

김○○이 우리은행에 부정 채용될 무렵인 2016년 말, 국기원은 예금 잔액 138억 2000만 원 가운데 68억 원을 우리은행에 예치했다. 우리은행에 예치금을 몰아준 셈이다.

우리은행은 태권도 단증에 결제 기능을 결합한 ‘우리카드 단증’ 발급을 시작했다. 기존 태권도 단증에 체크·신용카드 기능을 추가했다. 우리은행은 태권도인을 고객으로 얻었다. ‘우리카드 단증‘은 여전히 우리카드 카드 상품 중 하나다.

국기원은 운영예산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국기원의 2019년 예산 약 270억 원 중 112억 원 정도를 국가에서 지원했다.

국기원 단증 체크·신용카드 ⓒ우리카드

우리은행은 채용비리 문제가 터진 뒤 ‘부정채용 사실은 절대 없다‘고 부인했다. 이들은 “인사 추천 문건을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이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은 “현재까지의 진술, 자료에 의하면 구체적 합격지시, 최종합격자의 부당한 변경 등 형사상 업무방해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자제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우리은행의 자체 조사는 엉터리였다.

우리은행 이광구 전 은행장은 지난 2월, 채용 비리로 징역 8월 실형을 확정 선고받았다. 홍○○ 인사부장을 비롯한 인사부 직원들에게는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광구 은행장을 구속했다. 재판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채용 비리 전말은 상세히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청탁명부’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등 고위공직자, 고액거래처, 내부 임직원 가족 등을 부정하게 합격시켰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연합뉴스

지난 6일, 기자는 김○○가 일하는 은행 지점을 찾았다. 기자가 “우리은행 채용비리 판결문에 본인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아느냐“며 명함을 건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동료들이 자기 배경을 알면 안 되는 것처럼 기자를 밖으로 안내했다.

“업무 중입니다. 인터뷰할 거면 본사에 이야기하고 오세요.”

김○○을 포함해 우리은행에 부정 채용된 27명 중, 2020년 10월 기준 재직 중인 사람은 19명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부정채용자 채용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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