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부정하게 입사한 사람들이 줄줄이 퇴사하고 있다. <셜록>의 집중보도와 국회 국정감사 이후 은행이 이들에 대한 정리를 시작한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부정입사자 중 10명이 최근 자발적으로 퇴사했다”고 14일 오후 기자에게 밝혔다. 부정한 방법으로 우리은행에 입사하고도 최근까지 일한 19명 중 과반이 은행을 떠난 셈이다.
권광석 현 우리은행장이 부행장 시절 채용을 청탁한 부정 입사자 조아무개 씨도 이번에 은행을 떠났다.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나머지 부정입사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면직처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2020년 2월 내린 판결에 따르면, 우리은행 부정입사자는 총 27명이다. 이 중 19명이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은행을 근무해 논란이 됐다.
이번에 우리은행을 떠난 부정입사자 중에는 오현득 국기원장의 조카 김OO, 이상구 금융감독원 은행·비은행 검사담당 부원장보를 배경으로 입사한 감OO 등이 포함됐다.
우리은행 계열사 임직원의 인맥으로 부정채용된 인물들도 은행을 나간 걸로 보인다. 연OO 우리은행 본부장 아들 연OO, 임OO 우리은행 부장 딸 임OO, 김OO 우리은행 본부장 아들 정OO, 박OO 우리은행 본부장 아들 박OO 등이다.
반면, 부정입사자 9명은 여전히 은행에서 근무하며 퇴사를 버티고 있다.
먼저, 백창훈 국가정보원 처장 딸 백OO. 부정입사자 백 씨는 국정원 간부인 아버지의 청탁으로 2015년경 우리은행을 부정 입사한 인물이다. 부정입사자 백 씨는 대학 졸업을 못해 2016년 3월 퇴사했다가, 졸업 후 같은 해 다시 부정하게 입사했다.
우리은행 ‘첫 번째 입사와 재입사‘를 모두 부정하게 한 백 씨는 현재 서울시 송파구 모 지점에서 일한다.
2017년 부정입사자이자, 장OO 우리은행 지점장의 딸 장OO도 여전히 근무 중이다. 부정입사자 장 씨의 채용을 청탁한 정원재 우리은행 부문장은 현재 우리카드 사장이다.
이상구 금감원 부원장보 조카 신OO도 현재 서울시 강동구 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신OO 씨는 서류전형에서 학점 미달로 탈락 대상이었지만, 이광구 당시 우리은행장의 지시로 2015년 신입행원에 최종 합격했다.
신 씨를 합격자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합격권에 있던 다른 지원자가 탈락했다.
고액 거래처인 ‘국군재정단‘과 ‘국방과학연구소’를 배경으로 부정 입사한 이들도 여전히 근무 중이다. 서류전형에서 총점 미달로 불합격 대상자였던 신OO은 국군재정단을 배경으로 2016년 신입행원 공채에 부정입사했다. 신 씨는 현재 서울시 용산구 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직업연합회장 A의 딸이자, 2017년 부정입사자 정OO은 현재 대전광역시 서구 모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최근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직무관련자인 우리은행 관계자에게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 자녀의 취업을 암묵적으로 청탁한 A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국방과학연구소에는 우리은행이 입점해 있다.
채용비리 관련 확정 판결을 받은 다른 은행들도 우리은행의 영향을 받아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준으로, 우리은행-대구은행-광주은행-부산은행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사람은 총 59명이다.
지난 국감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대구은행에는 24명이 부정하게 입사했고 이 중 17명이 여전히 일하고 있다. 광주은행에 부정하게 입사한 5명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구은행은 부정입사자 채용취소 관련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광주은행은 “다른 은행의 사례를 관찰 중이며, 현재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작년 9월부터 ‘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를 통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이 신입사원 등을 부정 채용한 과정을 집중 보도했다.
부산은행은 <셜록> 보도 이후 약 열흘 만에, 부정입사자 두 명을 의원면직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