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에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간부의 행적은 단연 눈에 띈다.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채용비리에 가담했다. 그의 딸, 조카, 지인 등 총 3명이 3년에 걸쳐 우리은행에 부정하게 들어갔다. 그는 신한은행에도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

금감원은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검사 권한을 가진 조직으로, 해당 간부는 자기 직위를 이용해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해당 사건으로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은 금감원 직원은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부정하게 은행에 들어간 이상구의 아들과 조카가 여전히 해당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뭘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금감원은 신한은행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부정 채용에 ‘금감원 힘‘이 작용했음에도, 감독 기관인 이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다.

금융감독원 ⓒ남궁현

여기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했던 말을 복기해보자.

“(금융감독원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등과 의견 교환을 하고 (중략) 그런 부분(채용 취소 등 강제할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 심도 있게 논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났다. 금감원 간부 이상구의 아들과 조카 포함, ‘부모찬스‘로 부정하게 은행에 입사한 사람들 다수가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금감원장의 말이 우스운 걸까? 은행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셜록>은 지난 8일 금감원에 직접 연락을 해봤다. 박충현 금감원 일반은행 검사국 부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정 입사자 채용취소는 금융감독 관련 법규 위반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이) 진행할 수 있는 조치가 없습니다.”

국정감사 이후 3개월이 지나는 동안 금감원이 은행권 부정입사자 채용취소 관련, 한 일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명색이 금감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약속한 게 있는데, 정말 아무 것도 안 했을까?

같은 날인 8일, 은행연합회에도 연락을 해봤다.

“작년 국정감사 이후 금감원에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개정하자는 요구나 협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크로스 체크‘가 끝났다. 윤석헌 원장 말과 달리 금감원은 부정입사자 채용취소 관련,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심도 있는 논의는커녕, 은행 쪽과 의견 교환도 하지 않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감원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준, 우리은행-대구은행-광주은행-부산은행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사람은 총 59명. 이 중 30명 정도가 2021년 1월 현재까지 자리보전 중이다.

감독 기관인 금감원이 자기 할 일을 안 하니 은행도 가만히 있고, 은행이 뭐라 하지 않으니 부정입사자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상황.

사실 비정상의 승리는 은행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신한은행 채용비리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그는 작년 3월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 당시 행장이었던 함영주. 그는 현재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채용비리로 징역 8개월 실형을 지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그는 현재 우리은행 관련 업체 ‘원피앤에스’ 고문이다.

부정입사자는 무사하고, 비리 책임자는 승승장구하며, 성실하게 공부한 취업준비생만 자기 탓을 하며 눈물 흘리는 비정상의 연쇄작용. 이 악순환의 과정에 금감원은 정말 책임이 없을까?

은행권 채용비리는 단순한 형사사건이 아니다. 거대한 이권이 걸린 부당거래다.

일례로, 부산은행은 숙원이던 ‘경상남도 금고’ 유치를 위해 조문환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딸의 부정 입사시켰다. 부산은행 측은 경상남도 ‘제2금고’ 유치에 성공에 도움을 준 대가로, 당시 경남개발원장이었던 조 전 의원 딸을 채용시키기 위해 없던 영어 면접까지 급조했다.

우리은행은 오현득 전 국기원장의 조카를 부정 채용한 후 큰 돈을 유치했다. 국기원장 조카가 우리은행에 부정 채용될 무렵, 국기원은 주거래 은행을 국민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바꿨다. 국기원은 예금 잔액 138억2000만 원 가운데 68억 원을 우리은행에 예치했다.

이런 부당거래는 정직하게 노력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신뢰와 투명성이 생명인 금융 질서를 망친다는 걸 금감원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유죄 확정 이후에도 여전히 방관자로 머물러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감원

<셜록>은 이런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기로 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금감원은 국회와 언론이 나서기 전까지 부정입사자 문제를 지켜보기만 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별 조처를 안 하고 있다.

둘째, 금감원은 피해자 구제에 관한 계획이 없다. 현재 피해자 구제 계획을 밝힌 은행은 없다. 시중 은행들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채용비리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현실적으로 구제가 어렵다“고 변명하고 있다.

피해자 구제는 강원랜드 사례가 좋은 예다. 강원랜드는 서류전형 피해자 257명과 면접전형 피해자 543명에게 특별채용 기회를 주고 이 중에서 225명을 뽑았다.

셋째, 금감원은 2018년 4월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후 검찰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함영주 은행장과 인사담당자들을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의 혐의로 기소했다. 인사담당자들은 1심에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금감원은 금융사에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명령인 제도 개선을 하라고만 했다.

넷째, 위에서 서술한 대로, 윤석헌 금감원장이 작년 국감에서 한 대국민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법 제53조‘에 따라 은행의 법률 준수 여부를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 은행의 업무를 검사하고, 은행의 건전한 경영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 17조‘에도 금융기관이 건전한 영업을 하지 못할 경우 금감원이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는 법에 명시된 ‘건전한 경영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일’에 해당한다.

ⓒ남궁현

<셜록>은 공익감사를 통해 금감원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따져볼 생각이다.

공익감사청구를 위해선 감사 취지에 동의하는 성인 300명의 자필 서명이 필요하다. <셜록>은 이번 감사청구를 <셜록> 자발적 유료독자 ‘왓슨‘과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감사 청구를 원하는 독자 역시 참여할 수 있다.

성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방법은 다소 번거롭다. 여러 금융 업무를 모바일로 하는 이 시대, 감사원은 여전히 ‘오프라인 자필 서명’을 요구한다.

아래 링크에 첨부된 파일을 출력한 후 성명, 휴대전화번호,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 빈칸을 채워 <셜록> 사서함으로 2월 5일까지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번거로움과 수고를 감내하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인 공익감사청구, 왓슨과 독자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 공익감사 청구 참여하기

<셜록> 사서함 주소

(04156)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89 서울마포우체국 사서함 250호 진실탐사그룹 셜록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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