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느 귀퉁이엔 불법 아동시설에서 24시간 생활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느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떤 경로를 거쳐 불법시설까지 왔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교회 십자가에 가려진 아이들.
기자는 불법 시설을 운영한 서울 서초구 ‘생명의 샘 교회’에서 지난 4월 초부터 아이들을 돌봤다. “아동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라는 제보를 받고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불법 시설을 운영하는 A 목사는 “일부의 오해이고 아동학대는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기자가 보고 겪은 다섯 아이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생명의 샘 교회는 실내 공간이 약 33평으로 작은 편이다. 한쪽 벽에 걸린 십자가 아래 아이들이 노는 공간과 신도들의 좌석이 허술하게 분리된 곳. 아이들 다섯 명이 최근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2021년 1월생 지후, 2020년 9월생 정민, 2019년 10월생 재인, 2019년 7월생 경은, 2019년 7월생 도하가 그들이다. (모두 가명)
갓 백일이 된 막내 지후는 교회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후는 안고 있다가 침대에 눕히면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 교회에 왔던 첫날에는 밤새 울었다고 했다. 하루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우는 지후를 안아주려고 손을 뻗었다. 곧바로 A 목사 목소리가 날아왔다.
“지후 안아주지 마세요! 버릇 고쳐야 해요. 얘처럼 많이 우는 애는 처음 봤어.”
A 목사와 돌보미 교사는 우는 지후를 창고 같은 방에 눕힌 뒤 문을 닫아 버렸다. 지후는 그곳에서 혼자 약 30분간 울었다. 교회 내부에 가벽을 설치해 만든, 난방도 방음도 잘 안 되는 공간에서 지후는 혼자 울다 잠들었다.
정민이는 생후 2개월께 교회에 왔다. 지금은 혼자 뒤집기를 할 수 있는 9개월 아기다. 피부가 유독 하얀 정민이는 예전에는 지후처럼 내내 울었지만, 이제는 많이 울지 않는다. 다섯 아이가 지내는 교회에서 정민이는 가장 손이 덜 가는 아이로 꼽힌다. 한 돌보미 교사는 그런 정민이를 두고 말했다.
“얘는 그냥 눕혀 놓으면 돼요. 그럼 혼자 놀아요.“
정민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바닥에서 보냈다. 분유 먹을 때도 정민이는 혼자 ‘셀프 수유’를 했다. 셀프 수유 베개를 목에 끼고 손으로 젖병을 만지지 못하게 속싸개로 몸을 묶었다. 정민이가 꼼짝없이 분유를 삼키는 동안 돌보미 교사들은 청소했다. 그러다가 정민이가 분유를 다 먹고 공병을 빨고 있을 때 “아 맞다”하고 달려오곤 했다.
하루 대부분을 바닥에서 혼자 보내는 정민이를 두고 어느 날 A목사가 말했다.
“얘도 사람이라고 다 아네. 자기 봐주면 좋아하고.”
정민이는 흥이 참 많다. 장난감에서 노래가 나오면 손과 발을 흔들고 몸을 좌우로 왔다 갔다 리듬을 맞춘다. 앞에서 손뼉을 쳐주면 신나서 웃곤 했다. 만날 혼자 누워 있는 정민이가 마음에 걸려 하루는 시간을 내 놀아줬다. 그러자 한 돌보미 교사가 바로 지적했다.
“얘는 혼자 둬도 되니까, 다른 애들 봐주세요.“
그렇게 정민이는 늘 ‘뒷순위’였다.
재인이, 경은이, 도하는 제법 알아듣게 옹알이를 하는 세 살이다. A목사는 교회에서 지내는 재인이와 경은이를 가리켜 ‘밉상’과 ‘진상’이라고 소개했다.
“얘는 밉상이고, 쟤는 진상이에요.“
진상으로 소개된 아이는 재인(3세, 가명)이다. 재인이는 자기를 진상이라고 부르는 목사를 향해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흔들어 보였다. 재인이는 작년 5월경에 교회로 왔다.
교회의 모든 아이는 바깥에 잘 나가지 못했다. 함께 나가 줄 봉사자들이 없으면 교회 예배당에 쳐진 울타리 안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많이 답답한지 재인이는 창밖 보는 걸 좋아했다.
아이들 침실로 쓰는 공간에는 통창이 있다. 재인이는 소파를 밟고 아기침대로 올라가 창문에 딱 붙어서 밖을 내다보곤 했다. 이 모습을 목사가 보면 곧바로 한 소리가 터진다.
“올라가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재인이는 밥 먹을 때 자주 움직였다. 어느 날, 돌보미 교사는 “너 자꾸 이러면 밥 먹지 마!”라며 재인이에게서 밥그릇을 빼앗았다. 해당 교사는 재인을 난방 텐트에 넣고 문을 감가 버렸다.
“너 여기서 반성하고 나와. 밥 안 줄 거야.“
난방 텐트는 세 살 재인, 경은, 도하의 반성 장소다. A 목사와 돌보미 교사는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안아서 달래주지 않고 난방 텐트에 아이들을 넣고 지퍼를 잠갔다. 아이들은 텐트를 밀고 치며 울다가 지쳐 울음을 그치곤 했다.
기자가 우는 재인이를 안아서 달래려고 하자 또 한소리가 터졌다.
“재인이 울어도 안아주지 마세요! 애가 기어올라요.”
이후부터 재인이를 달래야 할 땐 목사나 돌보미 교사의 눈치를 봐야 했다.
세 살 재인이는 혼나는 방법을 알았다. 혼날 때마다 재인이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다 혼나면 꾸벅하고 인사까지 했다. 혼나는 재인이 모습을 곰곰이 돌아보니 경은이 행동도 이상했다.
A 목사가 밉상이라고 칭한 경은이도 혼나는 데에 익숙했다. 오랜 기간 아이들을 봐온 봉사자들은 작년에 경은이가 바지를 내려 자주 혼났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은이가 바지를 내릴 때마다 목사는 큰 소리로 겁을 주며 엉덩이를 때렸다.
“이상한 짓 하지 말라고 했지! 너 한 번만 더 이런 짓 하면 가만 안 둔다.”
목사의 고함을 듣고 경은이는 꽤 오래 울었다. 어느 날부터 경은이는 바지를 내리지 않았다. 혹시 바지를 내리면 엉덩이를 맞아서 그랬을까. 경은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바지를 내릴 때 경은이는 스스로 자기 엉덩이를 때렸다.
잘 울지 않는 경은이는 변비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다. 배변할 때마다 울먹이며 고통스러워했다. 손을 꼭 잡고 눈물도 흘렸다. 이런 경은이에게도 A목사는 단호했다.
“너 봉사자 있을 때만 아픈 척하지. 아픈 척하지 마!”
A 목사와 돌보미 교사 B는 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이들을 자주 혼냈다. 도하, 경은, 재인 모두 예외는 없다. 혼내는 목소리는 성인인 제보자들이 들어도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진짜 왜 그러니 정말?!”
“너 우는 소리 들으면 미친X 우는 소리 같아!”
경은이와 도하는 교회에서 생 대부분을 보냈다. 경은이는 생후 4개월께부터, 도하는 생후 10일께부터 교회에서 지냈다.
울어도 달래주지 않는 불법시설의 아이들 일상은 아슬아슬했다. 부적절한 말은 일상이었고, 돌봐주는 어른(자원봉사자)은 날마다 바뀌었다. 오후 7시가 되면 A 목사 측은 아이들 방 불을 껐다. 그러면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누워 자야 했다.
아이들이 먹는 밥도 문제다. 교회 측은 어른들 국밥 먹듯이, 국에 밥과 반찬을 한 데 말아서 아이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아동복지법>의 아동복지시설 운영기준에 따르면 아동복지시설에서는 영양사가 식단을 작성하고, 영양사가 없으면 보건소 지도를 받아 식사를 마련해야 하지만 미신고 불법시설인 이 교회는 예외였다.
지난 10일 이 교회가 폐쇄된 후 아이들은 각각 아동일시보호시설과 공동생활가정으로 옮겨졌다. 기자가 만난 다섯 아이는 어떻게 이곳 미신고시설까지 오게 됐을까?
미신고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의 이야기는 아동 복지의 사각지대를 잘 보여준다. 다음 기사에서 그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