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흘이 어떻게 흘렀을까. 세 살 경은이(가명)가 사는 교회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엄마 최희정(가명) 씨는 거의 정신을 놓고 살았다.

‘내가 악마에게 내 아이를 맡겼구나.’

엄마는 수없이 자책했다. 경은이가 자라는 서울 서초구 ‘생명의 샘 교회’ A 목사가 불법 영유아 양육과 아동 학대 혐의로 고발된 10일 이후 쭉 그랬다. 최 씨는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기자님,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A목사가 정말 경은이를 두고 ‘밉상’이라고 했나요?”

경은이가 교회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갈수록 엄마는 기가 막혔다. 생후 4개월께부터 교회에서 자란 경은이는 일명 ‘셀프수유’로 분유를 먹었다. 수유 베개에 젖병을 꽂아 놓고 속싸개로 몸을 묶는 방식이다. 아기가 꼼짝없이 누워서 분유를 마셔야 하니 질식사의 위험이 있다.

미신고 불법 아동시설로 지난 10일 폐쇄된 서울 서초동 ‘생명의 샘 교회’ 내부. A 목사는 아이들이 울면 달래주지 않고 난방 텐트에 아이를 넣고 문을 잠갔다. ⓒ셜록

아동 학대 고발장에 따르면, A 목사는 경은이가 칭얼거리고 울 땐 난방 텐트에 넣고 문을 잠갔다. A 목사가 “영이 악한 아이라 이상한 짓을 많이 한다”면서 경은이를 자주 혼나고 때렸다는 내용도 고발장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엄마 최 씨는 경은이와 함께 교회에서 살았던 2020년 4월생 하늘이(가명)가 작년 5월 말 교회에서 질식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최 씨는 이 소식을 서초구청과의 면담을 통해 처음 알았다.

‘내 아이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건데… 하늘이 부모 심정은 어떨까.’

생명의 샘 교회와 A 목사의 혐의를 접한 뒤 최 씨는 한달음에 달려가 경은이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경은이는 이미 일시보호시설로 옮겨졌고, 아이를 만나려면 코로나 검사를 받고 미리 연락해야 한다.

매일 공장으로 일을 나가는 최 씨에게 그런 일정은 무리다.

‘그때 그 교회에 아이를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조금만 더 버텨볼 걸..’

정말 조금만 버티면 다른 길을 선택이 가능했을까. 미신고 불법 아동시설에 아이를 맡기기까지 무슨 일이이었는지, 지난 15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최희정 씨를 만났다. 생명의 샘 교회가 폐쇄되고, 경은이가 일시보호시설로 옮겨진 지 닷새 만이었다.

최 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당장 해결해야 할 여러 고민을 쏟아냈다.

“서초구청에서 어디로 아이를 보낼지 이른 시일 안에 정해달라고 해서요.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아동복지시설 중에서 정해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가정위탁은 아기를 자주 못 본다는 단점이 있고, 공동생활가정은 고등학생부터 영유아까지 같이 산다고 하니 고민이네요.”

눈앞에 놓인 여러 선택지 앞에서 최 씨의 마음은 편치 않아 보였다. 이미 상처받은 아이가 또 위험한 환경에 놓이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경은이가 살 곳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나는 분명했다. 아동복지시설에는 경은이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 이유가 있다.

최 씨는 태어난 직후부터 19살까지 보육원에서 자랐다. 보육원이 어떤 곳인지, 사회가 그곳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최 씨는 누구보다 잘 안다. 경은이를 시설에 보내지 않겠다는 결심은 그런 경험에서 나왔다.

그렇다고 최 씨가 직접 경은이를 키울 형편도 아니다. 최 씨는 경은이의 친부와 이혼하고 현재 만나는 남자친구 부모님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생산직 일터에 주5일 나가야 하고, 아직 갚아야 할 빚도 남았다. 경은이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기를 어디에 맡겨야 할까.’

최 씨는 이런 고민을 경은이가 태어난 지 4개월 만인 지난 2019년 겨울에도 했다. 그땐 지금처럼 선택지가 많지도 않았다. 아이 맡아줄 곳이 없어 막막할 뿐이었다.

경은이를 임신했던 2018년 가을, 최 씨는 얼떨떨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다.

‘내가 진짜 엄마가 되는 걸까?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현실 같지 않았지만, 배는 자꾸 부풀어 올랐다. 배가 커질수록 병원비 걱정도 부풀었다. 최 씨는 회복이 빠르고 아이한테도 좋다는 말에 자연분만을 계획했지만, 수중에 병원비가 없어 제왕절개를 택했다. 제왕절개는 입원을 오래 한다. 퇴원 전에 병원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말에 남편 월급날 이후로 퇴원 날짜를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당시 병원비로 200만 원 정도가 나와 월급의 대부분을 오롯이 병원비로 써야 했다.

제왕절개로 경은이를 낳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산후조리 없이 녹초가 된 몸으로 돌아온 곳은 경기도 B시의 한 원룸. 성인 5명 누우면 발 디딜 틈 없는 원룸의 벽엔 찌든 때와 먼지가 많았다. 그 작은 방에 분유와 기저귀, 중고거래로 사 모은 아기용품들이 방에 쌓여갔다.

최 씨는 종일 원룸에서 경은이를 돌봤다. 어린 엄마는 육아에 서툴렀다. 아기를 편하게 안거나 눕히는 방법도 몰랐다. 왠지 경은이의 표정이 불편해 보이면 이리저리 경은이를 다르게 눕혀보면서 혼자 육아를 배워야 했다.

하루는 기저귀를 제대로 채우지 못해 소변이 옆으로 샜다. 엄마 최 씨는 난감했지만, 경은이는 마냥 해맑았다. 경은이의 웃음, 하품, 눈물 등 다양한 표정과 숨소리. 경은이가 주는 행복의 순간으로 최 씨는 하루하루를 버텼다.

아이의 웃음이 경제적 고난을 마냥 덮어주진 못했다. 19살에 보육원에서 나온 최 씨에겐 출발부터 빚뿐이었다. 늘 돈이 빠듯했다. 당장 사는 원룸 계약도 끝나가 집을 구해야 했다.

밀린 카드비, 부족한 생활비에 일명 ‘폰깡’으로 빚도 불어나고 있었다. 폰깡은 자기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해 기기를 팔아 현금을 받는 ‘폰테크’로도 불린다. 그렇게 통신비 요금이 쌓여 빚은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알뜰폰을 쓰며 돈을 아껴봤지만, 남편이 일을 그만두며 뒤돌아볼 곳이 없어졌다. 경은이가 생후 100일이 됐을 즈음, 엄마 최 씨가 직접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최 씨가 일을 나가면서 남편이 경은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기를 제대로 돌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경은이가 아파서 입원한 날에도 남편은 무심했다.

자주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던 남편은 사고를 치기도 했다. 그걸 수습하기 위해 최 씨는 주변을 돌며 돈을 빌렸다. 남편은 ‘아빠 노릇을 잘하겠다’는 각서도 썼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이혼하자”

참다못한 최 씨는 홀로서기를 택했다. 친권, 양육권 모두 최 씨가 가졌다. 양육비는 기대할 수도 없어,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경은이는 울음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신생아였지만 최 씨는 돈을 벌기 위해 나서야 했다. 돈은 없고 아이는 키워야 하고, 주변에 아이 봐줄 사람도 없고…

싱글맘 최 씨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당장 경은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했다. 최 씨는 아기 위탁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의 아동보호 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도 및 감독한다. 보호자가 지자체에 의뢰하면 상담을 진행한 뒤 보호 대상 아동에 대한 적합한 유형의 보호조치가 시행된다.

아이 위탁을 원하는 부모가 주민센터 아동복지담당에 상담을 신청하면, 주민센터는 아기 위탁시설 현황을 구청에 문의한다. 동시에 주민센터에서는 가정방문 등 조사와 신청서류를 준비하고, 구청에서는 여러 시설이랑 연계해 아이 입소를 알아보는 과정을 거친다.

2019년 겨울, 최 씨는 주민센터부터 시청까지 모두 연락해 상담을 받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최 씨는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길면 두 달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이를 맡기려면 절차가 필요한 것은 맞다. 아이 건강검진, 심리검사 및 가정환경 조사도 생략할 수 없다. 하지만 당장 2주 뒤에 방을 빼야 하는 최 씨에게 두 달이 걸린다는 말은 거대한 절벽처럼 느껴졌다.

최 씨는 한 아동복지재단에도 연락했다. 그는 당시 통화를 이렇게 기억했다.

“아기를 맡기고 싶어서요. 제가 형편이 안 돼서….”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남편 부모님 계시면 차라리 그쪽에서 키우도록 맡기시면 되지 않나요?”

“남편과는 이혼 신청을 이미 했고 그쪽에 맡기긴 어려워요.”

“주변에 아기 맡길 다른 방법을 좀 더 찾아보시겠어요?”

미혼모와 아이가 함께 지내는 모자 가정시설과 상담하니 이혼 숙려기간이라 받아주기 어렵다고 했다. 막막한 심정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아기 위탁, 아기 맡기기, 아기 돌보기’ 온갖 검색어를 넣고 검색했다.

그때 ‘생명의 샘 교회’를 발견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아기를 돌봐준다고 했다.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아기 위탁 상담 부탁드립니다.”

하루 지나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간단한 본인 확인 서류와 아기 양육비 통장만 들고 교회를 찾았다. 그날 바로 아이를 맡겼다. 기자는 이 대목에서 한 마디 물었다.

“교회 시설이나 서류 절차가 마음에 걸리지는 않으셨나요?”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교회에 갔을 때 숨통 트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여자 목사니까 자기 자식을 키워봤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최 씨는 교회가 미신고 시설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 교회에는 CCTV도 없었다. A 목사는 “아이가 교회 과실 없이 사망하거나 아플 시에는 교회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에 사인할 것을 최 씨에게 요구했다.

뭔가 이상했지만, 목사의 이 말에 차마 할 말을 못했다.

“각서 안 쓸 거면 아이 데려가세요.”

A 목사는 아동복지 원칙과 법률이 아닌 자기 마음대로 아이를 양육했다. 최 씨는 그런 사실에 신경 쓸 겨를도,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최 씨는 자책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내가 그 교회에 아이를 안 맡겼으면 좋았을걸.. 내 자식한테 용서받지 못한 일을 한 것 같아요.”

긴 이야기를 나누고 최 씨는 자연스레 핸드폰을 들어 경은이 사진을 보여줬다. 함께 원룸에서 보냈던 시절부터 최근 어린이날 사진까지. 초음파 심장 소리가 담긴 영상을 들려줄 땐 최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기자님, 이 초음파 사진에서 아이 얼굴이 어디 게요? 모르시겠죠, 엄마는 알아요. 여기!”

최희정(가명) 씨는 스마트폰에 담긴 경은이 초음파 심장소리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셜록

경은이와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계획을 묻자 최 씨는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이라고 답했다. 빠듯하게 돈을 모아서 이번에는 꼭 아이를 제대로 된 집에 데려오겠다고 말이다.

여전히 어려 보이는 엄마에게 “경은이도 엄마가 자기 생각 많이 하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엄마의 대답은 달랐다.

“경은이는 몰라도 돼요. 그냥 밝게만 잘 자라주면 돼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제가 잘해야죠.”

앞으로 경은이는 어디서 살게 될까.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는 엄마는 다시 경은이를 데려올 수 있을까? 둘의 의지와 선택에만 달린 문제는 아닐 거다. 경은이가 미신고 시설 교회로 간 게 꼭 엄마 책임만은 아니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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