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다시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재호 사장 딸 불공정 채용 의혹’을 제기한 20대 후반의 기자지망생을 고소한 <동아일보>는 최근 관련 내용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셜록>에도 법적 대응을 암시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MBC는 2021년 3월 8일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서 “‘아빠 찬스’ 지적했다고… 동아일보, ‘인턴’ 고소”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동아일보> 인턴 기자 출신 노희철(가명) 씨가 김재호 <동아> 사장 딸의 입사 관련 불공정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가 고소당한 내용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박성제 MBC 사장 등을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 소장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올해 4월 16일 제출했다. <동아일보> 주장의 핵심은 “노 씨가 인턴이라는 걸 알고 고소한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2020년 채용연계형 인턴 공채에서 김재호 사장 딸 김새미(가명)를 정규직 기자로 채용했다. 이 사실은 김새미 인턴동기 노희철이 카카오톡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불공정 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노 씨는 2020년 11월 16일 약 930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익명 오픈채팅방 ‘(전현직 기자와 함께하는) 언론고시 준비방’에 이런 글을 올렸다.
“동아일보 사장 딸은 끼워 넣어서 신문 기자에 합격시켰던데요. (중략) 서류에서 (지원자를) 거르고 최소한으로 (정규직으로) 합격시킨 건데. (김 씨가 합격한 건) 자기 능력은 아닙니다. (김새미는 최종면접을) 아빠랑 본 거죠. 특채도 아니고 공채로 들어간 건데 위장이라고 봅니다.”
<동아일보>는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혐의로 글쓴이를 종로경찰서에 작년 11월경 고소했다.
<동아일보>는 ‘사장님 딸’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법적 대응’을 적극 활용했다. 상대가 방송사 사장이든, 취업준비생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MBC는 2019년 10월경에도 “갑자기 올라간 면접점수.. 의혹의 하나고 편입”이란 제목으로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의 부정편입학 의혹을 보도했다.
김재호 사장 딸 김새미는 ‘하나고 부정편입학 의혹’에도 연루된 인물이다.
그는 2014년 8월 진행된 하나고등학교 편입학 전형에서 ‘면접 점수가 상향 조작되는 특혜를 받고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1년 5월 현재, 이 사건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재수사 중이다.
<동아일보>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최승호 MBC 대표이사, 박성제 보도국장, 이OO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2019년경 고발했다.
해당 취재 인터뷰에 응한 하나고 공익제보자 전OO 교사도 고발했다.
올해에 들어서는 김재호 사장 딸 입사 관련 내용을 보도한 <미디어오늘> 박OO 기자에게 고소를 암시하는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다.
최근에 고소를 당한 기자지망생 노희철 사례까지 고려하면, <동아일보>가 ‘김재호 사장 딸 특혜 의혹’ 관련 문제제기에 대응한 법적 조치는 총 4건에 달한다.
노희철 씨는 지난 5월 25일 경찰서에 출석해 두 번째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앞서 <동아일보>는 사장 딸의 채용 관련 평가 자료 등을 경찰 측에 제출했다. 당일 조사는 약 3시간 정도 진행됐다.
노 씨는 올해 3월 22일에도 수사기관에 출석해 첫 번째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반복되는 경찰 조사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동아일보>는 언론사로서 충분히 해명할 창구와 기회가 많은데도, 그런 절차는 생략한 채 제게 바로 법적 조치를 했습니다. 저는 <동아> 공채 최종면접까지 치른 입장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사장 딸 채용 관련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그런데 고소도 당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두 번씩이나 경찰 조사도 받으니 참 당혹스럽습니다.”
<동아일보>가 사장 딸 관련 문제제기에 법적 대응으로 나서자, 언론지망생 사이에선 사실상 ‘입막음 용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언론지망생은 카카오톡 오픈채딩방 ‘(전현직 기자와 함께하는) 언론고시 준비방’ 에서 <동아일보>에 고소당한 인턴기자 사건 기사를 두고, “어쩌다가 오픈채팅방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무섭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언론지망생을 고소한 <동아일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기자는 <동아일보> 측에 “인턴기자 출신 노희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의사가 있는지” 5월 31일 서면으로 질의했다.
<동아일보> 측은 질의에 대한 답변 대신에, <셜록>에도 법적 대응을 암시하는 응답을 해왔다.
<동아일보>는 “기사 삭제 및 추가 유포를 하지 말 걸 <셜록> 측에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당사(<동아일보> 지칭)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린다”고 1일 전했다.
김재호 <동아> 사장 딸에게도 최근 전화해 같은 질문을 물었다. 그는 “내가 고소를 한 주체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