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하늘(생후 2개월, 가명) 엄마는 핸드폰에 찍힌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에 떨리는 손을 붙들었다.

“하늘이가 숨을 안 쉬어요. 빨리 와보세요.”

서울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 A목사 목소리는 다급했다.

“하늘이를 엎드려 재워놓고 나갔다가, 약 한 시간 후에 들어오니 하늘이가 엎어져서 숨을 안 쉬고 있었어요.”

부부는 급히 하늘이가 옮겨진 병원으로 향했다.

“하늘이, 하늘이 어디 있나요?!”

병원에서는 하늘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이가 사망할 것 같습니다. 뇌에 산소가 없어져 뇌손상도 심하게 진행되고 팔다리 괴사도 시작됐습니다.”

그날 하늘이는 사망했다. 작년 5월 28일의 일이다. 부검 결과 하늘이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이후 사건은 검찰에서 A목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한 기소유예로 마무리됐다. 하늘이 부모는 2000만 원을 받고, A목사와 합의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올해 5월, 생명의샘 교회 A목사는 불법 양육 및 아동학대로 고발됐다. 국가의 허가 없는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혐의였다. 교회에서 오래 봉사했던 자원봉사자 6명이 “A목사가 고함을 지르며 엉덩이를 때린다, 우는 아이를 방치한다”고 진술했다.   

생명의샘 교회 고발 기사를 본 하늘이 엄마 신정화(가명)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하늘이가 사망했을 때, 교회 운영이 중단됐어야 했는데… 또 아이들 피해가 반복됐구나.’

하늘이를 보낸 이후에도 신 씨는 종종 교회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새로운 아이가 교회에 입소했다는 게시글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교회는 미신고시설이라 CCTV 하나 없기 때문이다.

‘저 교회를 믿으면 안 되는데…’

신 씨는 새로 교회에 입소하는 아이들의 부모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본인도 절박한 마음으로 교회를 찾았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에 하늘이를 낳은 신 씨 부부는 당장 아이와 함께 살 곳이 없었다. 아이를 지키고 싶었지만 양가 부모를 설득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막막한 심정으로 주사랑공동체 교회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에 상담 전화를 걸었다.

“여기서 2주 정도 아이를 맡아드릴게요.”

그렇게 하늘이는 베이비박스가 운영하는 임시 아기 위탁 시설에서 2주를 지냈다. 약속한 2주 뒤 부부는 일주일이 더 필요하다고 사정했다.

“여기는 그렇게 아이를 맡기고 싶다고 맡기고, 데려가고 싶다고 데려가는 곳이 아니에요. 좋은 곳 알려드릴게요. 목사님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에요.”

베이비박스는 생명의샘 교회를 소개했다. 그곳에 아이를 맡긴 지 일주일 만에 하늘이는 사망했다. 하늘이가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가기로 한 그 주 생긴 일이다.

베이비박스 소개로 아이를 생명의샘 교회에 맡긴 이는 신 씨만이 아니다. 교회 폐쇄 당시, 머물고 있던 다섯 아이 중 세 명이 베이비박스 소개로 교회에 왔다. 

교회에서 막내였던 지후(가명, 생후3개월) 엄마 박지은(가명)씨도 베이비박스 소개로 교회에 아이를 맡겼다.

박 씨는 갑작스러운 출산 이후 지후를 직접 키울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다. 무엇보다 지후의 출생신고가 문제였다. 지후는 출생신고를 못한 아이였다. 박 씨가 전남편과 서류상으로 이혼한 지 300일 내에 지후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민법 제844조에 따르면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즉, 지후가 전남편의 아이로 등록되는 상황이다.

지후의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 또는 ’인지의 허가 청구’를 해야 한다. 더구나 지후는 병원이 아닌 모텔에서 태어나 출생 상황에 대한 증명까지 해야 했다.

전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는데, 그의 도움을 구하긴 어려웠다. 변호사 도움이 필요했다. 한 변호사 집단에 문의하니 44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씨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아이를 돌보며 출생신고를 위한 돈을 모으기는 벅찼다.

출생신고도 못한 지후의 매일은 불안했다. 한 대학병원에서는 지후의 신장과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검사비용은 비쌌다. 결국 초음파 검사를 취소했다. 대신 병원에서 받은 비타민D 약을 먹이기로 했다.

‘아이 병원도 못 데려가다니. 나는 아무것도 못 해주는구나.’

잠시 지후를 맡기고 돈을 열심히 모으겠다고 계획했다. 돈을 모아 지후를 돌볼 여건도 마련하고 변호사도 선임해 출생신고도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후 위탁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 박 씨는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에 연락했다. 언론이 자주 소개하는 베이비박스는 박 씨에게 친숙했다. 베이비박스에 전화상담을 하니 “출생신고 된 아이만 받아준다”고 했다.

대신 베이비박스 측은 생명의샘 교회를 소개했다. 교회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니 A목사는 바로 오라고 했다.

교회에 도착하자 A목사는 “우리 교회는 미신고시설”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그 말에서 큰 문제의식을 못 느꼈다. 무엇보다 베이비박스를 믿었기에 섣불리 의심하지 않았다.

“출생신고 안 된 아이들을 맡아준다는 베이비박스에 대한 믿음이 있었죠. 유명하잖아요. 기사를 많이 봐서 좋은 곳이라고 믿었어요. 그런 곳에서 소개한 교회라면 괜찮겠지 하고 안심했죠.”

그렇게 지후는 교회에서 살았다. 교회에는 우는 지후를 달래주는 사람이 없었다. 창고 같은 방 아기 침대에 누워 혼자 울다 잠들어야 했다. 지후는 우느라 목이 쉬기도 했다. 엄마 박 씨는 교회를 찾았다가 혼자 우는 지후를 목격했다.

“저런 놈 처음 봤어. 너무 울어!”

A목사는 박 씨에게 지후가 여느 아이보다 유독 운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간 교회가 수상하다고 느꼈다.

돌보미 교사 B씨는 양치하기 싫다는 도하(가명, 3세)에게 “싫으면 하지 마”라고 말하며 아이를 뒤로 밀치기도 했다. 도하는 그대로 엉덩방아 찧으며 넘어졌다. 정민이(가명, 2세)가 몸이 묶인 채로 셀프 수유 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직접 본 게 있으니깐, 교회에 대해 화가 났죠. 소개해준 베이비박스에 대한 배신감도 들었고요.”

실제 생명의샘 교회 A목사는 “아이들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이곳에 온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베이비박스가 교회에 후원도 한다고 말했다.

생명의샘 교회 내부에 쌓여 있던 아이 관련 용품들 ⓒ셜록

베이비박스 양승원 사무국장은 ‘교회에 대한 후원’이 아닌 교회에 거주하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라며 아이들 양육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박스가 지원하고 안내하는 미신고시설은 생명의샘 교회 외에도 전국에 여러 곳 있다. <셜록>이 파악한 곳만 네 곳이다. 이들 시설은 경기도 용인, 하남, 충남 서산에 있다. 즉, 미신고시설인 베이비박스가 또 다른 미신고시설로 아이들은 연결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주사랑공동체는 “추천서를 써주거나 연계하는 게 아니다”며 “전화로 안내하는 여러 시설들 가운데 미신고시설이 포함된 것이고 선택은 어머니들께서 직접 한다”고 말했다.

공적 기관을 포함한 여러 아기 위탁 시설들을 안내하는 게 원칙적인 상담 매뉴얼이며 각자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기에 운영형태나 내부 상황까지 주사랑공동체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A목사는 부모가 키울 수 없고 당장 맡길 곳도 없는 ‘사각지대 아이들’을 위해 미신고시설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교회를 찾은 아이 부모들은 구청, 동사무소를 비롯한 공공 기관들로부터 아기 위탁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미신고시설은 국가의 보호와 감시를 받지 않기에 여기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학대 등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동 복지 실무 경험이 있는 정유경 맑은숲영유아발달클리닉 소장은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건 아이에겐 위험한 일”이라며 “아동 보호는 국가책무성이 있기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미신고시설은 적정한 환경이나 종사자의 전문성 등 기본적인 국가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며 “미신고시설로 향하게 된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던 현행 제도의 공백을 메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미신고시설 관리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공적 아동 보호 시스템의 구멍과 감독의 부재 속에서 오늘도 미신고시설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있다. 하늘이가 사망한 뒤에도 경찰, 서초구청은 생명의샘 교회를 방치했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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