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년만이다. 김신혜는 지난 2000년 3월,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김신혜는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오는 2015년 5월 13일 오전 11시 해남지원 1호 법정에서 일명 ‘김신혜 사건’ 재심에 관한 심문기일을 열 예정”이라고 2015년 4월 15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신혜도 출석한다.
심문기일은 판사가 재판을 청구한 쪽 이유를 직접 들어보고, 그 사유가 합당한지 확인하는 자리다.
김신혜는 수사과정에서부터 줄곧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15년 동안 교도소의 모든 출역을 거부한 채 무죄를 호소했다.
다음카카오 <뉴스펀딩>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약 2개월 동안 기획 ‘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를 통해 ‘김신혜 사건’을 심층보도했다. 독자 약 2000여 명이 이 기획 펀딩에 참여했으며, 재심청구와 취재비로 약 2100만 원이 모였다.
대한변호사협회(당시 협회장 위철환)도 김신혜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 대한변협은 “김신혜 사건에 대한 15년 전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이뤄졌다“며 “당시 재판에서 사건의 증거로 채택된 것들은 현재 판례에 따르면 위법수집 증거다”라며 지난 2015년 1월 28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재심청구서를 접수했다.
심문기일이 재심 개시를 뜻하는 건 아니다. 재심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심문기일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통상 재심 개시 여부는 서면으로 심리한다. 재심 청구를 기각할 때도 서면으로만 결정하는 것이 관례다. 심문기일이 열리는 것은 재판부가 김신혜 사건을 의미있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심문기일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김신혜 측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그동안 다음카카오 <뉴스펀딩>과 오마이뉴스 <10만인리포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여러 언론이 김신혜 사건을 보도했다”며 “경찰의 폭행 정황과 위법, 서류조작 등이 명백히 드러난만큼 재심이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는 “김신혜는 15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며 “그녀를 다시 법정에 세워 제대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권위와 우리 사회 정의를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박 변호사는 “대한변협 등 법률가들이 진실을 위해 나섰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신혜 재심청구 변호인단은 박 변호사를 비롯해 대한변협 법률구조단,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 장성근, 부회장 이재진 변호사 등 15명으로 꾸려졌다. 앞으로 더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신혜는 심문기일이 잡힌 소식을 듣고 “아직 재심이 개시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시민에게 눈물겹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지난 15년 동안 해온대로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위해 계속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신혜는 무기징역형이 확정되고 얼마지나지 않은 지난 2001년 봄, 반부패국민연대 고상만 국장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진실은 발이 달려 있는데다가 변덕스럽습니다. 그래서 알지 못하는 순간 아무 때고 튀어나온답니다. 제 스스로 참지 못해 튀어나오는 변덕쟁이랍니다. 감옥에 갇혀 햇빛마저도 차단당한 이 고통의 현실은, 이 수난은 결코 끝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직 진실이 세상 밖으로 달려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 2001년 봄 김신혜의 편지 中
김신혜 사건은 지난 2000년 3월 7일, 그녀의 아버지가 전남 완도의 한 버스승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만 하루 만에 첫째 딸 김신혜를 피의자로 체포했다.
수사기관은 김신혜가 보험금을 노리고 술에 수면제를 타 아버지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사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자백과 증언 외에 구체적인 물증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김신혜는 경찰에게 폭행, 폭언 등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획 ‘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를 통해 경찰의 위법과 서류조작, 핵심 관계자들의 거짓말 등이 세상에 일부 드러났다.
(박상규 기자가 2015년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연재했던 기획입니다. <셜록>에 다시 옮겼다는 걸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