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토리펀딩에서 2015년 7월 20일 공개한 기사입니다. 스토리펀딩에서 보기]
익산경찰서 소속 형사들의 몽둥이질은 무서웠다. 15살 아이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 최성필(가명)은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다. 얼마나 때렸길래 15살 소년은 “사람을 죽였다“고 허위 자백을 했을까.
“정신없이 계속 맞았죠. 뺨은 기본이고 몽둥이로도 맞았어요. 잠도 안 재우고 때리는데 ‘아,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하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죠. 범인이 아니라고 말해도 안 믿어주니까, 일단 살아야 하니까 자포자기 심정으로 허위자백을 했죠.”
손에 몽둥이를 든 형사들은 입으로는 기망을 했다고 한다.
“당시 익산경찰서 형사반장이 (범행을) 자백하면 소년부로 송치돼 소년원으로 갈 수 있으니까 징역 몇 년 안 산다고 하더라고요. 군대 간 셈 치고 (징역) 다녀오라는 거예요.“
감옥은 군대가 아니다. 허위 자백의 대가는 컸다. 최성필은 1심 재판에서 미성년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소년법은 ‘죄를 범할 때에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는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것인 때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익산경찰서에서 최성필은 공범이 있지 않느냐는 추궁도 당했다. 사건이 발생한 2000년 8월 10일 새벽 최성필과 함께 있었던 두 선배가 공범으로 의심을 받았다. 최성필은 두 선배가 익산경찰서로 끌려온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제가 체포된 다음날인 2000년 8월 14일 오전으로 기억해요. 형사들이 A, B 선배를 데려왔어요. 제가 선배들에게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한다, 미안하다‘고 말했죠. 당시 선배들도 폭행을 당했는지 둘 다 볼에 멍자국이 있는 것 같았어요.“
최성필의 느낌이 맞았다. 두 선배는 최성필의 1심 공판이 열린 2000년 11월 17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 “경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당연히 이들은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판사가 B 선배(당시 만17세)에게는 직접 물었다.
- 어떻게 폭행을 당했나요?
“(최성필이 그린) 몽타주와 비슷하다며 (범행에 쓰인) 칼 어디 있느냐고 하면서 때렸습니다.”
- 어떻게 때리던가요?
“머리 몇 대 맞고 머리를 박고 있는 등 벌을 받았습니다.”
판사는 A 선배(당시 20세)에게는 따로 묻지 않았다. 그는 당시 변호인 질문 때 경찰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있다고만 밝혔다. 대답이 짧았다고 약한 폭행을 당한 건 아니다. 그는 지난 2013년 6월 2일, 최성필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에게 자필로 ‘사실 확인서‘를 써줬다.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다.
“본인은 처음 (익산)경찰서에서 조사 받던 중 가혹한 체벌을 당한 사실이 있고, 내용은 이렇습니다. 몽둥이로 장단지 앞뒤를 피멍 들 정도로 심하게 맞은 적 있으며, 팔꿈치로 엎드려뻗쳐를 하는 가혹한 벌도 받았습니다. 조사를 받고 저녁에는 모텔로 가서 형사님들과 같이 잠을 자기도 하였습니다. 입술도 맞았습니다.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최성필도 판사 앞에서 “경찰에게 맞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재판부는 최성필과 두 선배의 폭행 증언을 무겁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는 최성필에게 “반성하지 않는다“며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주먹과 몽둥이로 살인범을 창조한 익산경찰서. 당연히 최성필에 대한 신문조서 등 사건기록은 엉터리다. 앞서 여러 차례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최성필의 범행을 입증할 물적 증거는 하나도 없다. 뿐만 아니라 택시기사 살해 방법과 과정, 범행 도구에 대한 최성필의 진술은 여러 차례 달라진다.
특히 익산경찰서의 사건기록에는 조작한 것으로 보이는 허위공문서까지 담겨 있다. 그것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범행 도구인 칼에 대한 기록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먼저, 익산경찰서가 작성한 압수조서인 아래의 사진을 보자.
“최성필이 피해자인 OO교통 택시기사 유OO을 살해할 때 사용하였던 칼이라며 익산시 영등동 OO다방 주방에 있던 식칼 1개를 본건 증거물로 임의제출하므로 별지와 같이 목록 작성하고 영장없이 압수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날짜와 칼을 제출한 사람이다. 분명히 2000년 8월 16일 22시에 최성필이 임의제출했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압수목록(아래 사진)에서는 피압수자가 다방주인인 김OO으로 나온다. 어떻게 된 걸까?
“저는 다방에 가지도 않았어요. 자기들(형사들)이 사망한 택시기사의 몸에 난 상처에 맞는 칼을 다방에서 그냥 들고온 거예요.”
최성필 씨의 말이다. 더 황당한 일은 따로 있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익산경찰서 형사는 최성필 씨에게 계속 칼의 행방을 추궁한다. 범인이 아닌 최성필은 당연히 대답을 못한다. 칼을 찾지 못해 답답해 하는 형사. 이 신문조서는 언제 작성됐을까? 답은 아래 사진에 있다.
“2000년 8월 18일 익산경찰서 수사과 형사계에서 경장 박OO는 경장 임OO을 참여하게 하고 피의자에 대하여 (중략) 심문하다.”
익산경찰서는 8월 16일 22시에 최성필이 범행 도구 칼을 임의제출 했다고 분명히 압수조서에 쓰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이틀이 지난 뒤인 8월 18일 뜬금없이 최성필에게 칼의 행방을 묻는 걸까? 게다가 이날 조사에 참여한 임OO 경장은 이틀 전 칼을 압수한 경찰이기도 하다.
결국 이들 문서 중 일방은 조작된 허위문서다. 허위공문서 작성은 직무상 범죄이면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
익산경찰서 형사들은 최성필을 최초 체포했을 때 경찰서가 아닌 여관방으로 끌고갔다. 이는 적법 절차를 어긴 불법 체포이자 감금이다. 이어 주먹과 몽둥이질로 15살 아이에게 살인 누명을 씌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했으며, 2013년엔 ‘택시기사 살인사건 수사상황을 재검토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익산경찰서는 왜 이랬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