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유기견 대부’ 이정호 소장은 2020년 유기견 12마리를 몰래 안락사하고 입양으로 조작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해 구조한 유기견 ‘세나‘도 이때 죽었다.  

유기견 여러 마리를 후원자와 시민 몰래 안락사하고 이를 은폐하는 등 동물보호 실패를 보여주는 일명 ‘세나 사건‘은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이하 군산보호소)에서 벌어졌다.

‘안락사 없는’ 지자체 동물보호소를 표방한 군산보호소는 2020년 5월부터 안락사 시행을 공식화했다. 당시 군산보호소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로 유명세를 타자, 유기동물이 급증해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더는 군산유기동물보호소는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됐습니다. 많은 분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놓은 군산보호소를 당신들이 짓밟았습니다. 당신들이 무책임하게 유기하고 간 아이들로 인해 군산유기동물보호소는 안락사를 시행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20년 4월 19일 군산보호소 공식 페이스북 게시글-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셜록

군산보호소는 2020년 5월 1일 ‘안락사심의위원회‘를 조직했다. 군산보호소 연계 병원 수의사와 법인 이사장, 실장, 직원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이정호 당시 군산보호소 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안락사대상 개체는 소형견, 중대형견 담당 직원들이 제출한 ‘평가대상리스트‘에서 선별됐다. 안락사심의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안락사 대상 개체와 시행 날짜, 장소 등을 의결했다.

군산보호소는 2020년 5월 9일 처음으로 공식 안락사를 시행했다. 공고번호가 있는 유기견 13마리가 군산보호소 격리실에서 수의사에 의해 적법하게 안락사 됐다. 이렇게 절차와 원칙만 지키면 문제가 없는 상황.

군산보호소의 약속은 오래 못 갔다. 2020년 8월 21일, 이정호 소장은 안락사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비공식적 안락사를 추진했다. 

이 소장은 해외입양 대비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군산보호소 연계 동물병원에 유기견 12마리를 인계한다고 직원들에게 알려놓고선, 병원에서 전부 안락사를 강행했다. 그렇게 개를 안락사하고선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는 ‘입양완료‘로 조작 등록했다.

2020년 1월 3일 자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버려진 개, 유기견을 구하라’ 편에서 제작진과 함께 구조한 유기견 ‘세나‘도 이때 죽었다.  

2020년 1월 3일 자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버려진 개, 유기견을 구하라’ 편에서 제작진과 함께 구조한 유기견 ‘세나‘. 군산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하다가 2020년 8월 22일 안락사당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군산보호소 직원 출신 공익제보자 C 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기견 12마리 전부 사람 손을 잘 안 탔던 개체이기 때문에 한 번에 모두 입양가기 어려워요. 그런 개체들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엔 입양완료 처리되어 있으니까 안락사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죠. 내부 직원들이 ‘해당 개체들이 입양을 간 게 맞느냐‘고 당시 사무장에게 캐물었고, 이후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다시 확인하니 ‘입양‘에서 ‘안락사‘로 바뀌었습니다.”

공익제보자의 말대로 이 소장이 비공식적인 안락사를 했다면, 안락사심의위원회의 공식 문서에 기록이 없을 터. 공익제보자의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기자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인천 남동구갑)을 통해 군산보호소의 ‘안락사심의위원회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10월 7일, 맹성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는 공익제보자의 증언과 상당히 일치했다.

군산보호소 안락사심의위원회는 2020년 한 해 동안 5월 2일, 9월 2일, 10월 5일 총 세 차례 열렸다. 2020년 8월 21일 추진된 유기견 12마리 안락사를 앞두고 안락사심의위원회를 진행한 기록은 없었다. 공익제보자 말대로 군산보호소는 비공식 안락사를 한 셈이다. 

군산보호소의 입양조작 흔적도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호동물 개체관리카드‘에는 2020년 8월 22일 안락사 당한 9마리 모두 ‘안락사‘로 표기되어 있는 동시에, 입양자 개인 신상이 중복으로 남아 있다. 입양자는 군산보호소 개인봉사자 A씨로 적혀있다.

‘보호동물 개체관리카드‘에는 2020년 8월 22일 안락사 당한 9마리 모두 ‘안락사‘로 표기되어 있는 동시에, 입양자 개인 신상이 중복으로 남아 있다. 입양자는 군산보호소 개인봉사자 A씨로 적혀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공익제보자의 설명대로 개체 처리결과를 입양으로 조작했다가 추후에 안락사로 변경하면서, 그 흔적이 남은 셈이다.

그런데 2020년 8월 22일 안락사 당한 12마리 중 왜 9마리의 개체관리카드만 남은 걸까?

또 다른 공익제보자 D는 “안락사당한 유기견 12마리 중 3마리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아 공고번호를 받지 못해 개체카드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익제보자 D는 공고번호가 없는 개체 3마리(이름-흑백바둑이, 블랙탄, 황구)의 존재를 수기로 작성한 메모로 증명했다.

공익제보자는 공고번호가 없는 개체 3마리(이름-흑백바둑이, 블랙탄, 황구)의 존재를 수기로 작성한 메모로 증명했다.  ⓒ공익제보자 제공

D씨는 “아침에 출근하니 사무실 앞 견사에 유기견 12마리가 따로 있었다“면서 “이 소장이 ‘해외입양 대비 건강검진 할 개체들이니 공고번호를 정리해서 알려달라‘고 지시해서 동물병원으로 이동하기 전에 메모를 작성해뒀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이 소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지난 9월 13일 전라북도 군산시 나포면에 위치한 ‘개린이 쉼터‘를 찾았다. 이 소장은 2021년 3월 31일 군산보호소 소장을 그만두고, 2021년 10월 14일까지 사설동물보호소 ‘개린이쉼터‘를 운영했다.

이 소장은 “2020년 안락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한 이후에는 직접 유기견을 불법 안락사한 적 없다“면서 “2020년 8월경에 이뤄진 안락사는 안락사심의위원회를 거친 결정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안락사당한 유기견 12마리 중에 EBS <세나개> 제작진과 구조한 ‘세나‘가 포함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이 소장은 “나는 안락사심의위원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세나‘가 안락사 대상에 포함됐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안락사 당한 유기견들을 입양으로 조작한 문제에 대해선 어떤 입장일까?

이 소장은 개인봉사자 A씨를 통해 “안락사로 알렸는데, 보호소 사무실에서 입양으로 잘못 처리해 혼선이 생긴 것“이라고 기자에게 전했다.

기자는 지난 7일 군산보호소를 찾아가 현 운영진인 ‘사단법인 리턴’ 측의 반론도 들었다. 군산보호소 안락사심의위원회 간사이자, ‘사단법인 리턴’ 소속 김순혜 실장은 보호소에서 일어난 비공식적 안락사와 입양조작 문제에 대해 이 소장의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었다.

“저도 직원들 통해서 ‘이 소장이 건강검진하러 개들을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안락사였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에 안락사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안락사를 해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됐었죠.

이어 김 실장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20년 8월경 안락사 당한 유기견들이 개체관리카드상 입양으로 처리된 사실을 그해 9월경 알아차리고 내가 군산시에 ‘안락사’로 수정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군산시청 ⓒ셜록

군산보호소를 관리 감독하는 군산시청의 입장을 무엇일까?

“저희는 이런 사실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이번에 맹성규 의원실에 자료 제출하면서, ‘개체관리카드’ 처리 결과가 중복된 걸 발견했습니다.”

공익제보자 C씨는 “군산보호소는 EBS <세나개> 출연 이후 후원금이 몇 배가 늘 정도로 유명해졌다“면서 “군산보호소는 유기견 ‘세나’를 후원금 모집하는데 이용하고, 후원자들과 직원들 몰래 병원에서 안락사 했다“고 비판했다.

김세현 동물권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이사는 “이정호 소장이 EBS <세나개>에 나와서 유기견 ‘세나’를 구조하고 인터뷰 당시 눈물도 보여놓고선, 추후 비공식적 안락사 당시에는 그 아이가 ‘세나’인지도 몰랐다는 게 가장 화가 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군산시청은 유기견들을 불법으로 죽인 이정호 전 소장을 동물보호법 및 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달라며 최근 군산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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