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의 두 번째 기사 “쌀 사먹게 2만원만..” 22세 청년 간병인이 비극적 살인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많은 분들이 존속살인으로 구속된 청년 강도영(가명)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구광역시 소재 영남공업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지한구 교사가 <셜록>에 탄원서를 보내왔습니다. 지 교사의 동의를 얻어 탄원서를 공개합니다.
강도영 씨의 2심 선고는 오는 11월 10일 내려집니다. <셜록>은 그때까지 강 씨 사건을 집중 보도할 예정입니다. 선고 이후에도 청년 간병 문제를 계속 다룰 예정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지한구라고 합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매체를 통해서 우연히 이번 사건을 알게 되었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탄원서를 씁니다.
십 년간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과 그 어려움은 지독하게도 되물림 된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차별적 환경에 던져진 아이들은 문화적인 혜택을 잘 누릴 수 없고, 사교육도 잘 받을 수 없습니다.
당대에 유행하는 수십만 원이 넘는 옷은 동경의 대상입니다. 늘 위축된 이 아이가 잘 씻지 않고 비위생적인 모습까지 더해지면 학급에서 따돌림 받는 일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기업에 취업해서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이 없어지면 더욱더 냉혹한 현실 속에 던져집니다.
아버지를 죽게 한 22세 청년은 남에게 피해 한 번 끼친 적 없이, 묵묵히 현실을 열심히 살았을 것입니다. 비록 공부를 잘하거나 사회적으로 촉망받는 지식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것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우뚝 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른이 된 우리가 그랬듯 20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험난하지만 그 길을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새 다리 힘도 생기고 마음도 단단해져 스스로가 굳세어져 가는 것을 느낄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 청년에게는 시간의 허용 속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지만, 그 참혹한 실패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삼촌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지만, 가난했던 삼촌도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총체적인 어려움에 놓이게 된 청년은 월세도 낼 수 없었고, 휴대폰도 끊겼으며, 인터넷도 정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급기야는 쌀이 떨어지고 라면 살 돈조차 없어지자, 다시 한 번 삼촌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1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던 청년, 답이 없던 삼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2만원만 빌려달라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 청년에게는 과연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했을까요?
저는 법을 잘 모릅니다. 이 청년이 존속살인자인지 유기치사자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시련 앞에서 이 청년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 동안 청년의 아버지가 치료를 받았던 병원과 요양 기관의 관계자들, 주민센터의 담당 공무원 등 타인의 세심한 관심과 노력만 있었더라도 이런 비극이 찾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건은 순간적인 실수로 인한 사고가 아닙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모두의 방임과 무관심 속에서 이루어진 타살입니다. 그 엄청난 무게를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한 청년에게 모두 뒤집어 씌우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하나뿐인 자식에게 모든 짊을 지운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자신으로 인해서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그 청년의 아버지는 이미 지옥에서 살고 있었지도 모릅니다.
결국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청년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아들은 죄인이 되어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청년만의 잘못으로만 이루어진 것일까요? 청년의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에 스쳐 갔던 수많은 사람 중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내밀었더라면… 이런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건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펴봐주십시오. 수개월 동안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던 불쌍한 청년을 자세히 살펴봐 주십시오.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죽음 외에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자포자기만이 최선의 대안이 되어야만 했던 비극적 상황을 이해해주십시오.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못하고 아버지를 굶어 죽게 만든 이 가련한 청년에게 법의 심판이 아닌, 법의 관용을 보여주십시오. 하나뿐인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되어버린 이 청년이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 1화] 아버지 죽인 22세 청년의 편지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 2화] “쌀 사먹게 2만원만..” 22세 간병 청년의 비극적 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