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보도한 ‘22세 청년 간병인’ 강도영(가명) 씨 대한 독자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많은 분이 강도영 씨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기사보기 – “쌀 사먹게 2만원만..”)
대구고등법원은 11월 10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된 강 씨에 대한 선고를 내립니다. <셜록>은 선고 전에 강도영 씨의 선처를 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탄원서 형태로 재판부에 제출하려고 합니다.
탄원서는 5일, 8일 이틀에 걸쳐 제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셜록>은 강 씨 사건과 청년 간병 문제를 계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아래는 탄원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탄원서에 서명할 수 있습니다.
재판장님, 우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돼 대구고등법원 선고를 앞둔 강도영(가명) 씨 소식을 접하고 이런 자문을 해봤습니다.
“내가 그 상황에 놓였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초고령국가 진입을 앞둔 한국에선 이미 간병살인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강도영 씨 사례는 노인 부부 사이, 혹은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의 비관 등으로 발생하는 보통의 간병살인과는 다릅니다.
가해자가 된 강도영 씨는 22살로 젊고, 사망한 아버지도 56세로 노인이 아닙니다. 해당 사건은 ‘청년 간병살인’입니다.
강도영 씨의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였습니다. 일정한 급여를 받아 생활했으니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습니다. 공공기관이 보호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상황은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급변했습니다.
수술과 입원, 요양치료를 거치면서 병원비는 약 2000만 원 나왔습니다. 공익근무를 앞두고 대학을 휴학한 강도영 씨가 낼 수 없는 비용이었습니다. 강도영의 삼촌이 병원비를 부담했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삼촌의 지갑도 곧 바닥났습니다.
병원 측의 만류에도 강도영이 아버지를 퇴원시킨 이유입니다. 약 7개월의 투병으로 강도영과 아버지의 휴대폰은 요금을 내지 못해 정지됐습니다. 보증금 1000만 원의 월셋집(월 30만 원) 월세도 3회 밀렸습니다. 가스와 인터넷이 끊겼고, 쌀마저 떨어졌습니다.
“쌀이라도 사먹게 2만원 빌려주세요.”
강도영 씨가 삼촌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수사기록에 첨부된 내용이니 재판장님도 확인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도영 씨는 아버지를 돌봐야 했습니다. 거동할 수 없어 24시간 누워 생활하는, 영양분은 콧줄로 주입해야 하고, 소변과 대변을 타인이 치워줘야 하며, 욕창 방지를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줘야 하는 아버지를 말입니다.
자식과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아버지를 돌보기엔 강도영 씨의 처지가 너무 열악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 간병인들은 자기 미래와 꿈을 포기해야만 ‘인간과 자식의 도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강도영 씨가 약 일주일간 아버지에게 영양분과 물을 주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잘못입니다. 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강도영 씨가 나쁜 마음을 먹고 고의로 아버지를 살해한 건 아닌 듯합니다. 그가 처한 환경을 보면, 자포자기에 따른 유기와 방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른 단 한 명이라도 강도영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병원에서 환자를 퇴원시키기 전에 동사무소나 사회복지기관에 연락을 했다면, 한국의 복지체계가 ‘가난한 사람의 신청주의’가 아니었다면… 부질없는 그 생각을 탄원서를 쓰면서 또 해봅니다.
강도영 씨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엄한 처벌을 하는 게 타당하다면,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청년에게 간병노동을 떠넘긴 우리 공동체는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요?
강도영 씨는 우리 공동체가 외면한 짐을 홀로 짊어졌고, 견딜 수 없는 순간이 됐을 때 자기도 포기하고 그 짐을 내려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강도영 씨의 죄를 존속살해가 아닌 유기치사로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탄원서 서두에 적은 질문에 대한 우리들 각자의 대답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재판장님, 제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저는 자신 없습니다.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의무는 한가득이었으나, 가진 건 아무것도 없던 청년을 선처해 주십시오.
기획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 기사 리스트.
1화 – 아버지 죽인 22세 청년의 편지.. “제가 간절히 원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