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양영희)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다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22세 간병청년 강도영(가명)의 항소를 10일 기각했다. 존속살해 혐의 징역 4년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아버지)가 퇴원할 때 병원에서 받아 온 처방약을 피해자에게 단 한 차례도 투여하지 않은 점을 비롯해 피고인 자백 진술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거동이 불가능한 아버지인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것으로 그 패륜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피해자가 퇴원해 자신이 직접 간병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마자 범행을 계획한 점 등 불리한 정상과, 피고인이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도영의 아버지는 작년 9월 13일 뇌출혈로 쓰러져 대구의 한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이후 생명은 지켰으나 왼쪽 팔과 다리를 제외한 몸 대부분이 마비되는 등 누워 생활해야 했다. 영양분은 콧줄로 공급받았고, 대소변 처리 역시 타인이 감당했다.
아버지는 약 8개월 투병생활을 했고, 병원비는 약 2000만 원 나왔다. 공익근무를 위해 대학을 휴학한 강도영은 경제력이 없었다. 삼촌이 대신 병원비를 부담했다. 강도영은 집 월세 30만 원을 3회 연체했고, 휴대전화와 도시가스가 끊기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다.
더는 병원비를 댈 수 없던 강도영 가족은 올해 4월 23일 아버지를 퇴원시켰다. 강도영은 5월 1일께부터 아버지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한 채 5월 8일 자택 안방에서 발견됐다. 강도영은 같은 날 집에서 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행동해 피해자가 숨지도록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망하도록 놔두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로도 피해자가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물과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하는 등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도영은 존속살해가 아닌 유기치사를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2심의 판단도 1심과 동일했다.
강도영 씨가 아버지를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구체적인 사정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강 씨의 선처를 구하는 시민의 탄원서 서명과 정치권의 대책 마련 논의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