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입행원 공채에서 특정 지원자들에게 불공정 혜택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당시 신한은행장이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 제6-3형사부(재판장 조은래, 김용하, 정총령)는 22일 오후 2시,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조용병 현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한은행 당시 인사담당자들에겐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선고됐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신한은행장을 맡은 인물이다. 지금은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이다.
그는 은행장 시절 이상구 금융감독원 임원의 아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조카손자 등에게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준 혐의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부정합격자로 인정받은 2015년 상반기 지원자 A씨와 2016년 하반기 지원자 B씨의 경우 “정당하게 합격하거나 합격 사정을 거친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5년 상반기 지원자 A는 이상구 금융감독원 임원의 아들, 2016년 하반기 지원자 B는 라응찬 전 회장의 조카손자다. 둘은 각 신입행원 공채에서 최종합격해 현재도 신한은행 직원이다.
2016년 하반기 또 다른 지원자 C씨에 대해서도 “피고인 조용병이 해당 지원자의 지원 사실을 인사부장에게 전달해 채용팀이 사전 단계에서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걸 예상하더라도 해당 의사를 합격 지시로 바로 이해할 수 없으며, 만약 합격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굳이 서류만 통과시키고 1차 면접에서 탈락시키지 않을 걸로 보인다“면서 조 회장의 관여 여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6년 하반기 지원자 C는 라응찬 전 회장과 관련된 인물이지만,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C씨는 해당 신입행원 공채에서 최종 합격하지 못했다.
2심 재판부는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들의 채용비리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1심보다는 부정입사자 규모를 적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과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윤승욱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량이 줄었다.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김인기 2013년 상반기~2015년 상반기 인사부장은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에 벌금 200만 원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이승수 2015년 하반기~2016년 하반기 인사부장도 벌금 1500만 원으로 각각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청탁을 받고 연고 관계가 있는 특이자를 임직원 명단으로 관리하거나, 그런 걸 작성하지 않아도 내부 임직원 또는 외부인들로부터 전달받아 별도로 구분하여 지원자를 관리한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채용비리 의심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채용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일반 지원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채용비리는) 신한은행을 비롯한 여러 사기업이 타파해야 하는 악습“이라고 경고했다.
또 재판부는 “합격시켜달라는 청탁은 물론 합격·불합격 결과만이라도 알려달라거나 지원했다는 사실 전달 등 그동안 별것 아닌 사소한 부탁으로 여겨졌다는 이유로 악습이 계속되면 채용비리에 의한 업무방해로 누군가 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받는 신한은행과 조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은 선고 직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앞에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면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더 엄정한 잣대를 갖고 전반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