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세 간병청년’ 강도영(가명) 씨 변호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구속된 강도영 씨에게 전하는 이 후보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핵심 내용은 이것이다.
“질병이 가난으로, 가난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살피겠습니다.”
이 후보는 이메일 내용을 27일 오전 9시께 본인 계정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편지 형식을 통해 본인이 구상하는 의료복지 개편 방향을 시민에게 밝힌 셈이다.
이 후보는 “강도영씨 부자와 같은 분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권자의 삶을 지키는 대리자의 의무”라며 “‘경기도형 긴급복지 의료비 지원제도’ 등 경기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각지대 없이 환자와 그 가족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가 강도영 씨 문제에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에도 본인 계정 SNS에 글을 올려 “희망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며 강 씨 사연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 후보는 ‘강도영 선처’ 탄원서에도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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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다 가난에 몰려, 부친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강도영 씨 사연을 보도한 직후의 일이다. 이 후보는 강 씨 변호인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재명 후보는 “강도영 씨의 삶에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가 오롯이 담겨 있다”며 “가난의 대물림, 가족 한 명이 아프면 가정이 무너지는 간병의 구조, 그로 인해 꿈과 미래를 포기하는 청년의 문제” 전반을 살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먼저 이 후보는 “재난적 의료비에 간병비를 포함하고 지급 금액을 500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 후보는 위기한 처한 사람이 정부기관에 먼저 알려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명 ‘신청주의 복지서비스’를 극복하겠다며 “현행 병원비 ‘본인부담상한제도’를 개선해 퇴원 전 사전 정산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후보는 “6만여개에 불과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확대하고, 일부 지역에만 시범 적용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해 집에서도 돌봄이 가능해지도록” 기존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장노동자로 일하던 강도영 씨의 아버지는 작년 9월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응급 수술을 통해 목숨을 건졌으나 평생 누워 생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8개월 입원 치료와 수술 등으로 병원비 약 2000만 원이 청구됐다.
강도영 씨는 경제적 어려움 탓에 입원 치료를 포기하고 지난 4월 23일 아버지를 퇴원시켰다. 돈이 없어 휴대전화, 도시가스가 끊긴 강도영은 아버지 간병을 포기하고 굶겨 사망에 이르게 했다. 아버지 시신은 5월 8일 발견됐다.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양영희)는 지난 10일 강도영의 항소를 기각하고 존손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강도영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아래는 이재명 후보가 강도영 씨 변호인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이다.
강도영씨 변호인님께.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
강도영씨께 직접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 끝에 변호인님께 연락드립니다.
2주 전쯤, <셜록> 기사를 통해 강도영씨 사건을 처음 접하고 무겁고 복잡한 마음에 SNS에 글을 하나 남겼습니다. 항소가 받아들여지길 바랐건만 징역 4년 원심이 유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강도영씨의 삶에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가난의 대물림, 가족 한 명이 아프면 가정이 무너지는 간병의 구조, 그로 인해 꿈과 미래를 포기하는 청년의 문제까지 말입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살펴봐야 하기에 강도영씨께 제 마음을 담아 약속드립니다.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 분들과 간병으로 고생하는 가족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도록 하나씩 제도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먼저 경기도에서는 ‘경기도형 긴급복지 의료비 지원제도’를 통해 간병비를 포함하고 정부 기준보다 좀 더 많은 예산을 지원했었습니다. 이제 이 제도를 정부 차원으로 올려 ‘재난적 의료비’에 간병비를 포함하고 지급 금액을 5000만 원으로 늘리겠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현재 복지서비스는 신청하지 않으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맞춤형 급여 안내제도>를 확대 적용해 몰라서 누리지 못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고 병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본인부담상한제도’도 사후 신청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퇴원 전 사전 정산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10%에 불과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시 의료기관의 확대와 서비스 대상도 중증 환자까지 늘리는 방안, 그리고 일부 지역에만 시범 적용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해 집에서도 돌봄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방안 등 기존 제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보완할 점은 없는지 계속 찾고 또 찾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쌀을 사기 위해 2만 원만이라도 빌리려고 했다는 이야기에 월 8만 원으로 시작하는 기본소득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가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누구나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받는 나라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제가 어떤 약속을 드린들 강도영씨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강도영씨 부자와 같은 분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권자의 삶을 지키는 대리자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가장 낮은 곳에서 호소하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질병이 가난으로, 가난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살피겠습니다.
강도영씨께 이 편지와 저의 진심이 꼭 전해지길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