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유기동물보호소(이하 군산보호소)에서 보호하는 유기견 168마리 행방이 묘연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숨기기 위해 유기동물 정보를 입력하는 전자시스템 정보를 조작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익제보자들은 “절반 이상이 군산보호소에서 마취제도 없이 불법 안락사당했다“고 밝혔다.

군산보호소 현 운영진인 사단법인 리턴 소속 김OO 실장은 2020년 5월 24일 직원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공고 번호만 있는 아이들‘(excel)-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총 개만 우선 168마리입니다. (2020년) 4월 30일까지 기준입니다 빨간색만. (중략)”

군산보호소 현 운영진인 사단법인 리턴 소속 김OO 실장이 2020년 5월 24일 직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공익제보자 제공

김 실장이 메시지와 함께 첨부한 엑셀 파일의 이름은 ‘공고 번호만 있는 아이들‘.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는 동물보호법 제 17조(공고)에 따라, 소유자 등이 보호조치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최소 7일 이상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유기·유실동물 정보를 공고해야 한다.

김 실장의 메시지를 받은 공익제보자 A씨는 “당시에 군산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개체가 총 700마리에서 800마리 정도로 추정만 되고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전수조사 차원으로 개체를 총 정리했는데, 공고번호만 있고 보호하지 않는 개체가 168마리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보호소에서 실제로 보호 중인 개체와 서류상 개체 정보가 불일치한 상황.

군산보호소는 서류 조작을 강행했다. 공익제보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김 실장은 공고번호만 있는 168마리 중 약 66건을 공고번호 없는 다른 유기견 사진으로 교체했다. A씨는 김 실장이 카카오톡으로 건넨 개체 정리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A씨는 “김 실장이 근무하기 이전인 2018년도~2019년도 개체정보 파일과 비교했을 때 원래 공고 번호에 등록된 유기견 사진과 아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원래 공고 번호에 다른 유기동물의 사진으로 교체된 정보가 전자파일로 정리돼 있었다.

김 실장이 카카오톡으로 건넨 개체 정리 사진 일부. 공익제보자 말대로, 원래 공고 번호에 다른 유기동물의 사진으로 교체된 정보가 전자파일로 정리돼 있다. ⓒ공익제보자 제공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의 김성우 변호사는 “담당자가 전자시스템에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정보를 입력했다면, 이는 시스템에 대한 정보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사례라서 공전자기록위작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227조의2(공전자기록위작·변작)에 따르면,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약 66건을 제외한 나머지 유기견은 어떻게 된 걸까. 공익제보자들은 “대다수가 불법 안락사된 유기견“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제보자들은 “이정호 전 군산보호소 소장이 2019년 한 해에만 수의사 대신 본인이 직접 개 약 80마리를 불법 안락사했다“고 수차례 증언해왔다.

군산보호소에서 행방을 모르는 개체의 규모와 공익제보자들의 증언하는 불법 안락사 규모가 대략적으로 일치한다.

공익제보자가 지목한 원래 공고 번호의 개체 사진(왼쪽)과 다른 유기동물 사진으로 변경되어 등록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모습 비교. 공익제보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군산보호소는 공고번호만 있는 168마리 중 약 66건을 공고번호 없는 다른 유기견 사진으로 교체했다. ⓒ공익제보자 제공

기자는 리턴 측 반론을 듣기 위해 11월 15일 군산보호소를 찾았다. 김 실장은 “168마리 개체가 보호소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면서 “개체들이 아기일 때 보호소에 입소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공고번호와 실제 개체가 정확하게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해 김 실장은 “당시 개체 관리와 공고 업무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 표현의 실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원래 공고 번호에 다른 유기견 사진으로 교체한 건 사실일까? 김 실장은 이런 취지로 답했다.

“사진을 교체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168마리의 개체 정보를 맞춰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진으로 바꾼 (업데이트 개념) 겁니다. 당시 이 문제로 군산시청과 따로 협의하진 않았습니다.”

기자는 지난 11월 5일 관리감독 책임자인 군산시청에도 168마리의 행방에 대해 질의했다. 군산시청 동물복지계 담당 공무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답변을 줄 테니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할 뿐 지금까지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공익제보자 B씨는 “지금도 군산보호소는 보호소 개체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자연사’ 처리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셜록> 취재 결과, 군산보호소에서 일치하는 개체가 확인되지 않아 자연사 처리한 유기동물 수만 2021년 한 해 대략 18마리다.

군산시청 ⓒ셜록

공익제보자 C씨는 “일치하는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건 사실상 보호소에서 동물들이 유실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군산시청과 리턴은 보호소에서 사라진 유기동물을 찾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은 전자시스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의 유기동물 정보를 입력한 리턴 관계자들을 공전자기록위작죄 혐의로 수사기관에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군산보호소는 군산시 위탁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2019년 안락사 없는 ‘노킬’ 보호소를 표방했다. ‘유기견의 천국‘으로 불린 군산보호소에 지원된 지자체 보조금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억 원 상당이다.

<셜록>의 집중 보도 이후 불법 안락사, 고양이 무분별 방사 의혹, 유기동물보호비 부정수급 등 군산보호소의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다.

한편, 공익제보자 지원활동을 하는 ‘호루라기재단’(이사장 이영기)은 군산보호소 직원 출신 공익제보자들을 ‘2021 올해의 호루라기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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