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토리펀딩에서 2016년 1월 10일 공개했습니다. 스토리펀딩에서 보기]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마더> 기억하시는지. <마더> 영화 포스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

어수룩한 아들 도준(원빈) 살인 혐의를 벗기려는 엄마(김혜자) 광기 어린 몸부림이 <마더>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진범은 도준이다. 도준은 엄마의 투쟁(?) 덕에 감옥에서 풀려난다. 경찰은 도준 대신 엉뚱한 아이를 잡아 가둔다. 한눈에 봐도 지적장애가 있어 보이는 아이. 엄마 김혜자는 아이를 면회할 오열하며 묻는다

..엄마 없니?”

영화 <마더> 포스터. ⓒ영화 <마더>

가짜 살인범삼례 3인조 취재하면서 장면이 여러 떠올랐다. 도준 대신 감옥에 갇힌 <마더> 아이처럼삼례 3인조 살인 누명을 썼다. 지적장애도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만 겨우 졸업했고, 모두 가난하다. 어디 그뿐인가. 영화 대사처럼삼례 3인조에겐 엄마가 없다. 있어도 살인 누명을 아들을 도울 처지가 됐다

강인구(지적장애인)는 엄마 얼굴을 모른다.(2) 엄마는 어릴 돌아가셨다. 최대열(지적장애인) 부모님은 모두 신체장애인이었다.(3) 엄마는 하반신 마비로 거동을 못했다. 임명선 엄마는 알코올 중독 아버지에게 이틀에 하루 꼴로 두들겨 맞았다.(4) 삶이 지옥이었던 부모님은 지옥에 떨어진 아들을 구출하지 못했다

부모님 탓할 일이 아니다. 가난한 지적장애인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사람들이 문제다. 기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도대체 국가란 무엇이고 존재하는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하기 곤란한 질문 아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며,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돌봐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상식이다. 상식에 기초해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국가는 가난한 지적장애인에게 살인 누명을 씌웠는가.”

책임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는가.”

그대로다. 전북 완주경찰서는 1999 2 6 새벽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의 범인을 주먹과 몽둥이로 제작했다. 경찰의 몽둥이질 앞에서 지적장애인삼례 3인조 나라슈퍼 할머니를 사망하게 살인범으로 다시 태어났다

10개월 부산지방검찰청이진범 3인조 수사했다. 이들은 모든 자백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검찰은 이들을 풀어주고 처벌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랬을까

추론은 어렵지 않다. 불과 1 전에 자신들이 엉뚱한 사람들을 기소했는데, 눈앞에 진범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이때 잘못을 인정하면 좋았을 , 사건을 담당한 C검사는버럭 택했다

그는 가짜 살인범에겐너희가 할머니 죽였지!”라고 윽박지르고, 진범에겐너희는 범인이 아니야!”라고 우겨 살인범을 황당하게 만들었다.(12) C검사의 억지는 어쩌면 당연했다. 경찰검찰법원의 잘못을 번에 숨기는 길은 진범을 풀어주는 뿐이었으니까. 많이 배워 똑똑한, 높은 자리에 앉은 이들은 자신들의 좋은 머리를 그렇게 이용했다

미안하다, 우리가 실수했다.

한마디만 했으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은 진범이 체포된 16 전에 해결됐다. 그랬으면 삼례 3인조는 억울한 옥살이를 했을 테고, 진범 3인조는 참회의 시간을 가졌을 .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있는 사람들 때문에 모든 헝클어졌다

영화 <마더>의 한 장면. ⓒ영화 <마더>

비극은 이게 끝이 아니다. 나라슈퍼에서 사망한 OO 할머니 유가족의 삶도 망가졌다. 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것도 비참한데, 이들은 살인범과 이웃으로 살아왔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OO 할머니의 친딸은 전북 익산에서 살았다. 할머니를 사망하게 진범 3인조 명인 OO 익산에 산다. 집은 아주 가까웠다. 기막힌 인연 혹은 악연은 이어진다

친딸의 남편, 그러니까 사망한 OO 할머니의 사위 박성우 씨는 건축 설비 일을 했다. 진범 OO 친형은 익산에서 자영업을 한다. 그가 개업을 준비할 박성우 씨가 실내 설비를 맡았다. 살인범 가족의 일을 살인 피해자 유족이 도운 셈이다. 살인범과 유족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마주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모든 상황을 만든 숨은 기획자가 있다면, 그들은 바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경찰검찰판사들이다. 진범까지 나타나우리 때문에 할머니가 사망했다,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다 말하는 상황. 이들은 아직도 함구하고 있다

폭력 강압수사로삼례 3인조에게 누명을 씌운 당시 완주경찰서 소속의 형사는 지금 전주의 경찰서에서 일한다. 모두 승진했고, 명은 총경(경찰서장) 후보자다삼례 3인조를 기소하고 진범 3인조를 처벌하지 않은 C검사는 2001 옷을 벗었다. 그는 지금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한다

부산지검에서 일할 의욕을 갖고 진범 3인조를 수사하고 자백을 받아낸 검사는 지금검찰의 이라는 지검장이 됐다

삼례 3인조 1 재판을 맡아 오심을 판사들은 모두 현직에 없다. 판결전조사서를 보면, 최대열은 사건 발생 당시 매형과 전주에서 일을 했다는 명확한 알리바이를 주장했다. 강인구에 대해서는횡설수설하여 범행 동기를 파악할 수없고 정신감정이 필요하다 나온다.

재판부는 모든 가볍게 여기고 간이공판 1차례만 열고 유죄를 선고했다당시 A부장판사와 B배석판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C배석판사는 현재 야당 국회의원이다

삼례 3인조의 국선변호인도문제가 많았다. 삼례 3인조는범행을 부인하는 우리들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용서를 구하라고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그들은 변호사도 아니었다 말한다. 이들은 수사기록에서 뻔히 보이는 여러 문제를 간과한 A4 종이 3~4장의 변론요지서만 제출하는 형식적인 변론을 했다.  

강인구와 최대열의 국선변호인을 맡았던 D인사는 지금도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임명선의 국선변호인이었던 E인사는 지금 현직 부장판사다

최대열은 부산에서 진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 재심을 청구했었다. 범행을 모두 자백한 진범 수사기록이 있음에도 당시 F판사는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F판사는 지금 법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여전히 관련 일을 한다약자가 누구도 믿지 못한 , 엄마만 믿어야 하는 사회는 비극적이다. 삼례 3인조, 피해자 가족 등은 국가에게 엄마 역할을 요구한 없다. 정의감, 양심 높은(?) 차원의 도덕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때 사람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만 했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겠죠.”

영화 <마더>에서 경찰들은 계속 엉터리 수사를 한다. 엄마를 무시하고, 엉뚱한 아이를 잡아 가둔다. 그래도 이들은 막판에 엄마를 찾아가 이런 말을 한다. 결정적 오판이었지만 말이다

어머니, 진범 잡았어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살인 누명을 쓴 최대열 씨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셜록

현실로 돌아오자. 완주경찰서는진범은 따로 있다(10) 제보를 받았고, 검찰은 진범을 수사해 모든 자백을 받았다. 이때 한국의 수사기관은 당당하게진범 잡았다 말을 못했다. 진실을 뭉갰다. 영화보다 끔찍한 현실이다

그때 사과 한마디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국가가 외면하는 사이, 진범이 나타나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국가가 살인범보다 비양심적이라니, 나라의 국민은 언제까지 비참함을 느껴야 하나.

지난 9 중순, 전주의 식당 앞에서 삼례 3인조는 모처럼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조명이 설치된 곳에서 처음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가난하고, 많이 배우고, 지적장애가 있다고 살인 누명 필요는 없다. 세상 누구도 그런 대접을 받아선 된다. 이들도 나와 , 우리 모두와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다. 삼례 3인조는 말한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한국 국민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누명을 벗겨 주십시오.”

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걸고 국가에게 묻는다

우리한테 그랬습니까미안하다는 한마디그렇게 하기 힘든가요국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현재 스토리는 10화가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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