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이 11일(금)에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기소된 지 약 4년 만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하나은행 공개 채용 과정에서 점수조작을 지시하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2018년 6월에 기소됐다.
함 부회장은 여성보다 남성을 더 뽑기 위해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1로 선발 할 것을 당시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시했다. 또한 일명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지원자를 뽑기 위해 타 대학 출신의 점수를 의도적으로 깎았다.
함 전 은행장의 “잘 살펴보라” 한마디에 성별과 학벌에 따라 면접 점수는 쉽게 조작됐다.
금융감독원이 심상정 의원실에 제공한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임원면접 점수 조작 현황’에 따르면 하나은행 공개 채용 지원자 중 7명이 부당하게 불합격 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서울대 출신 A 지원자는 점수 조정 후 2.4점이 상승해 합격됐다. 반면 동국대 출신의 B 지원자는 0.8점이 내려가 최종 탈락했다.
이런 인위적 조작의 정점에는 함 부회장의 지시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함 부회장 1심 재판은 이례적으로 약 4년간 진행됐다. 선고 날짜도 자주 변경됐다. 지난 1월과 2월에도 선고도 예정됐으나, 갑자기 미뤄지는 등 올해에만 선고 기일이 3번 잡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8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천했다. 함 부회장이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가운데 이번 선고가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인다.
함 부회장의 암묵적 지시에 따라 점수를 조작한 인사 담당자들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선고를 받았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송OO 전 하나은행 인사부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지난달 14일 선고했다. 강OO 후임 인사부장에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박OO, 오OO 하나은행 전 인사팀장도 같은 혐의로 1심과 같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에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채용비리는 국내 주요 은행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2018년 기소 이후 2년 만에 8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KB 국민은행 채용비리 관련자들에겐 기소 2년 뒤인 2018년에 징역 10개월~1년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018년 9월에 기소된 조용병 신한은행 회장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작년 1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과 비교해도 1심만 약 4년 진행된 함 부회장의 재판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선고 공판을 앞두고 하나은행 관계자 이민서(가명)씨는 8일 <셜록>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함 부의원장이 유죄가 나올 수 있는 상황임에도 회장으로 단독 추대가 되어 아쉽다”며 “법적 의혹이 있는 후보는 사법부 판단을 보고 (이후 회장으로) 추천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성차별, 학교 차별 요소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형량과 다르게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2020년 9월부터 ‘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를 통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권의 채용비리를 추적해 보도했다.
[기획 ‘은행권의 정유라가, 그들은 왜 당당한가’ 보기]
<셜록> 보도 이후 우리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에서 부정입사자 약 50명이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