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미성년 연구 부정 논문을 알려달라”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정보공개 청구에 ‘공개 거부’로 답했다. 고려대는 “사생활 비밀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역시 “개인사생활 침해”,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해당 정보 공개를 거부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보기 – ‘부정논문’ 공개 거부 연세대..“경영, 영업상 비밀”)
<셜록>은 지난 3월 21일, 고려대학교에 소속 대학 교수 논문 중 연구진실성위반 행위를 조사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 목록과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명을 알려달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고려대학교는 3월 30일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고려대는 아래의 근거를 들었다.
“본교는 연구윤리규정 제67조, 제70조를 근거로 하여 신청자가 요청한 정보에 대하여 비공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고려대학교 연구윤리 규정 제67조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제67조(제보자, 피조사자 보호) ② 피조사자는 연구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를 말하며, 조사과정에서의 참고인이나 증인은 피조사자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③ 부정행위 조사과정 중 피조사자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관련 의혹은 판정 전까지 외부에 공개되어서는 아니 된다.”
대학교는 연구 부정 조사를 진행할 때 제보자와 피조사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할 때, 피의자 정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정행위 여부 판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선 피조사자의 신원은 보호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셜록>이 고려대 측에 요구한 건 ‘피조사자’, 즉 연구 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신원을 특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다. <셜록>은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명과 그 이유, 판정한 날짜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다.
고려대가 비공개 결정 근거로 든 제70조(문서 등의 공개)도 살펴보자.
“제70조(문서 등의 공개) 관련 보고서 및 조사위원의 명단은 필요에 따라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조사위원, 증인, 참고인, 자문 참여자 등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연구 위반 행위 관련 보고서는 ‘필요에 따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셜록>은 조사위원의 명단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고려대학교는 비공개 사유로 ‘개인정보 보호법’도 추가로 들었다.
“해당 사항을 특정인에게 공개할 경우,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6호에 따라 비공개합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6호에는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정보에서 제외한다는 내용 또한 명시돼 있다. 결국, 고려대학교는 <셜록>이 요청한 내용과 관련 없는 이유와 근거를 들며 ‘부정 논문‘ 공개를 거부한 셈이다.
<셜록>은 고려대의 ‘공개 거부’ 결정에 대해 “미성년 연구 부정 논문은 개인 사생활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지난 4월 5일 이의신청을 했다.
이의신청 답변 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고려대학교는 공개 여부 결정 기한을 연장했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하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관 부서인 연구윤리센터에서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안건 상정을 요청함에 따라 답변이 지연됨을 알려 드립니다.”
고려대학교는 오는 22일까지 <셜록>의 이의신청에 답을 줘야 한다.
한편, 고려대학교는 지난 7일 입시 전형에서 허위 서류를 제출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의 입학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셜록>은 지난 1월부터 논문에 부당 저자로 이름을 올린 미성년자의 사례를 보도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유나와 예지 이야기) <셜록>이 취재한 부당 저자 5명 중 2명, 차유나(가명)와 최지희(가명)는 서울대 교수 부모 찬스로 SCI급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둘은 고려대 의대에 진학했다.
<셜록>은 약 800건에 달하는 미성년 공저자 논문을 확인하고도 후속 작업에 미온적인 교육부에 대한 공익 감사 청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