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공의모)과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미성년자 부정 논문’ 당사자인 서울대학교 교수와 그의 딸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A 교수와 그의 딸인 아주대학교병원 의사 차유나(가명)는 부정 논문을 대학 입시에 활용하는 등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의모와 <셜록>은 25일 오후 5시 서초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하며 “A 교수는 동료 교수 논문에 딸 이름을 끼워 넣었고, 미성년자 차유나는 그 논문을 고려대 학부와 의학전문대학원 편입학 입시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 논문 입시 활용으로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피고발인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A 교수와 차유나의 부정행위는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정문을 입수한 <셜록>의 보도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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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나는 2012년 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현 외대부고) 3학년 시절, 아버지 동료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은 논문 ’패혈증 비브리오균 htpG 유전자의 영향(영문명 Identification of the Vibrio vulnificus htpG Gene and Its Influence on Cold Shock Recovery)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A 교수는“아버지인 내가 (교신) 저자가 될 경우 부녀지간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동료 교수에게 딸의 이름을 끼워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차유나는 2013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에 입학했다. 2017년 같은 학교 의과대학에 편입해 현재 아주대학교병원 의사로 재직 중이다.
공의모 측은 고발장에서 “<셜록>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2017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편입학전형 모집 요강’에는 논문 등 연구 활동을 기재하게 돼 있다“며 “차유나는 2017년 의과대학 편입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2013년 같은 학교 생명과학부에 입학할 때도 논문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미생물학회는 차유나가 등재된 문제의 논문을 철회하겠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학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셜록>과 전화통화에서 “학회 연구 윤리 규정상 (해당 논문은) 심각한 윤리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지용 공의모 대표는 “한국미생물학회의 조치로 해당 논문은 학술적 가치가 없다는 것이 인정된 만큼 피고발인들의 부정행위가 더욱 명백해졌다“며 “문제가 된 논문이 입시에 활용됐다면 처벌과 입학 취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작년 12월, 자신을 연구 부정을 취재하는 황정빈 <셜록> 기자에게 “당신 어느 대학 나왔어?”라고 물으며 “우리가 뭘 잘못 했는데? 당신이 뭘 얻어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A 교수와 차유나가 받는 업무방해 혐의는 징역 4년 형이 확정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7일 정경심 전 교수가 허위 경력확인서를 입시에 활용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본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