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 기자가 13일 서초경찰서에서 약 2시간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젠 고려대학교 차례입니다. 진리를 추구한다고 ‘알려진’ 대학 답게 성실히 조사 받길 바랍니다.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셜록>은 ‘부정한 논문‘으로 고려대학교 편입학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A 교수와 그의 딸 차유나(가명)를 지난달 20일 서초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박상규 기자는 고발인 조사를 받은 겁니다.

서초경찰서 경제2팀이 사건을 맡았습니다. 박 기자는 이날 조사에서 고발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소속 A는 동료 교수를 활용해, 용인외고에 다니던 자기 딸 이름을 SCI급 논문에 부당하게 올렸습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2020년 해당 논문에 ‘연구 부정’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 딸은 2017년 고려대학교 의대에 편입학 했습니다. 부정한 논문을 입시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사로 진실을 밝혀 위법 사항이 있으면 처벌해 주십시오.”

<셜록>은 사적 감정으로 A 교수와 그의 딸 차유나를 고발한 게 아닙니다. 부정 논문 등 허위 스펙을 입시에 활용한 입시부정은 2017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교육부도 “철저히 조사해 입학취소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공의모)‘과 진실탐사그룹 <셜록> 박상규 대표가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A 교수와 그의 딸이자 아주대학교병원 의사인 차유나(가명)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4월 25일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셜록

<셜록>은 지난 1월부터 기획 ‘유나와 예지 이야기‘를 통해 특권층의 입시비리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오랜 취재를 통해 <셜록>은 A 교수와 차유나의 논문부정을 확인했습니다. 고교생 신분으로 ‘부정 논문‘에 깊이 관여한 차유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해 지금은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 세금으로 딸 ‘스펙’ 서울대 교수.. “너 어느 대학 나왔어?”]

타인을 처벌해 달라고 고발하는 일이 유쾌할 리 없습니다. 부정 논문 발간 이후 많인 시간이 지나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 시절의 ‘성공한 입시비리 의혹‘을 확인하고 바로 잡아야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입시비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 대학 측의 무책임한 태도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과 함께 <셜록>이 고발에 나선 이유입니다.

허위자료를 입시에 활용하고 이를 기획한 사람은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 받습니다.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에게도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셜록>이 고발한 업무방해 혐의 사건의 피해자는 고려대학교입니다. 차유나가 허위 스펙을 입시에 활용했다는 가정 하에 말입니다. 이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유나와 예지는 부정한 논문으로 2012년 미생물 탐구 페스티벌에 나가 대상을 받았다. ⓒ오지원

차유나가 응시한 2017학년도 고려대 의대 편입학 입시요강에 따르면, 접수할 서류에 논문 실적을 기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차유나는 부정한 논문으로 2012년 5월, 제1회 미생물 탐구 페스티벌에 나가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수상실적 역시 자기소개서 등에 기재가 가능합니다. 

[관련 기사 보기 – ‘의사쌤’ 유나와 예지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입시 활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부정한 논문으로 또다른 스펙을 쌓는 대담한 미성년자는 많지 않습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습니다.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니까요. 차유나가 부정한 논문과 수상 실적을 의대 편입학에 활용했는지 여부는 경찰이 수사로 확인할 문제입니다. 

박상규 기자를 조사한 서초경찰서 소속 B 수사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차유나가 허위 입시 자료로 업무방해를 했다면 피해자는 고려대인데, 학교가 제대로 조사에 응할지 모르겠네요. 학교 측이 피해자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수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고려대 비롯해 국내 대학은 입시비리 진상 조사에 미온적입니다. 입시 업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신들의 치부도 함께 드러내야 하고, 관련자 책임 문제도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셜록>이 그동안 차유나와 그의 아버지 A 교수의 문제를 보도했지만, 고려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이지도 않았습니다.

고려대는 최근 허위 스펙을 입시에 활용한 졸업생 두 명을 입학취소 했다고 밝혔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셜록>이 지난 1월에 보도한 최지희(가명)가 그 주인공입니다. 최지희의 경우 업무방해 혐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지만, 고려대가 고소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 셜록 보도 ‘논문 부정’ 고려대 의대생, 결국 입학취소] 

<셜록>은 지난 13일 고려대 측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습니다. 고려대는 “특정개인의 학적(입학취소)에 관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사항이어서 고려대학교 입학취소심의위원회의 심의과정을 알려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 바란다”며 “고려대학교는 규정과 원칙에 따라 정상적인 방식으로 심의 절차를 진행하였음을 알려드리며,  앞으로도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위해 만전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16일 답변했습니다. 

미성년 부정논문 실태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한 교육부도 미온적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는 부정논문이 대입에 활용됐는지 여부만 확인했습니다. 이마저도 ‘입시자료 보존기간’이 지난 사례는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차유나 사례처럼 의대 편입학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과연 고려대학교가 경찰의 피해자 조사에 제대로 응할지 우려스럽습니다. 물론 고려대가 나서지 않는다고 수사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업무방해는 친고죄 혹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진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 9월 8일 서울 고려대학교의과대학 본관 앞을 학생이 지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입학이 취소된 일부 입시비리 책임자들은 대학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학 측이 여기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입학취소는 없던 일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성공한 입시비리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공식이 굳어져 버립니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부조리한 상황이 현실이 되기 전에 <셜록>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습니다. 부디 고려대가 피해자 조사를 성실히 받길 바랍니다.

특권층 자녀의 비리 탓에 ‘고려대 탈락’ 쓴맛을 본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하길 바랍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