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조기자단에게만 출입증을 발급하고 기자실을 사용하게 하는 건 “사실상 특혜”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부 언론인들의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과 정부의 공보활동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는 9일 “피고(서울고등검찰청)가 2020년 12월경 원고(<셜록><뉴스타파>)에 대하여 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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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뉴스타파><미디어오늘>은 지난 2020년 12월 서울고검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다. 서울고검은 출입증 발급을 거부했다.

이에 <셜록>을 포함한 세 언론사는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따져보자’는 취지로 2021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검은 “법조기자단 미가입 언론사들도 공보담당관을 통해 공보자료를 받아볼 수 있고,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도 공보자료가 게시돼 있다”며 “원고들은 기자실 사용, 상시출입증 발급 여부에 관계없이 취재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소송에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원고들이 검찰 공보담당관을 통해 공보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동적으로 받아보는 것과 능동적으로 정보원에 접근하여 취재를 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원고들은 기자실을 사용하거나 출입증을 발급받지 못할 경우 이 사건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는 검찰 관계자에게 직접 질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2022년 4월 25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여야가 처리에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검찰의 입장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검찰청사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정(예규) 제34조 제2항에는 “법조 출입기자의 경우는 기자실 간사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에게 제출한 언론사별 명단을 토대로 서울고등검찰청 차장검사가 대검찰청과 협의하여 발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이런 규정을 토대로 기자들의 검찰청 출입과 취재를 법조기자단에 거의 위임했다. 결국 <셜록><뉴스타파><미디어오늘> 등의 소속 기자들은 검찰청 기자실을 이용하려면 기존 법조기자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공공시설 출입 여부를 법적 권한이 없는 사조직(법조기자단)이 결정하는 셈이다. 

재판부는 이런 행태에 대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위법성을 지적했다. 

“피고가 별다른 법령상 근거도 없이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권한이라는 공물관리권(공공시설물 관리 권한)을 제3자인 법조기자단에게 사실상 위임한 것과 마찬가지로서 법치행정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재판부는 서울고등검찰청 예규에 대해서도 “이 사건 규정의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법조기자단 가입 여부에 따라 보도의 자유 및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의 보호 정도가 달라진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음에도, 피고는 별다른 이유 없이 이 사건 규정을 통해 사건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대상을 법조기자단에 가입된 언론사 소속 기자들로 한정함으로써 그들에게만 사실상 특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국회나 정부과천청사 등은 별도의 규정을 제정하여 스스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피고만 별도의 규정을 제정하여 스스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에 밝혔다.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이 법조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 외에는 기자실 출입을 막고, 정보제공에 차이를 두고 있다“면서 <셜록>이 낸 진정에 따른 결과다.

원고를 대리한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이번 재판에 ‘언론 취재 지원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말라’고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에 의견표명을 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이 의견이 법원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 선고재판은 7월 1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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