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채용에서 유력 인사 자녀를 부정하게 입사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에게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2부(재판장 조재연)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은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6월 30일 확정했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들은 상고 기각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일했다. 조 행장 시절, 신한은행은 ‘특이자 및 임직원 자녀’ 명단을 엑셀 파일로 만들어 관리했다. 국회의원, 재력가, 금융감독원 직원 등 은행 영업 및 감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특이자‘로, 신한금융지주 부서장 이상의 자녀는 ‘임직원 자녀‘로 분리했다.

조 회장은 은행장 시절 이상구 금융감독원 임원 아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카손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 사람은 신한은행 공채에서 최종 합격했다.

1심은 조 회장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부정합격자로 인정받은 2015년 상반기 지원자 이상구 금융감독원 임원의 아들과 2016년 하반기 지원자 라응찬 전 회장의 조카손자를 두고 “정당하게 합격하거나 합격 사정을 거친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이런 논리를 펼쳤다.

“부정통과자로 적시된 지원자들 대부분은 청탁의 대상이거나 신한은행 임직원들과 연고 관계가 있는 지원자들이기는 하나, 이들은 대체로 상위권 대학 출신에 일정 수준의 어학 점수와 각종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기본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는데다, 다른 일반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친 경우도 있으므로 이들을 일률적으로 부정통과자로 볼 수는 없고, 이러한 합격자 사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지원자임이 밝혀진 경우에만 부정통과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한다.”

재판부는 공채 과정에서 인사청탁이 있었다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그 대상자들이 상위권 대학 출신이면서 기본 스펙을 갖춰 합격자 사정을 통과했으니 부정입사자로 보긴 어렵다는 논리다.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관여하고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21년 5월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2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항소심 재판부의 논리는 대법원에서 뒤집어지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들에 대해서는 유죄를 유지했다.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윤승욱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에겐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김인기 2013년 상반기-2015년 상반기 인사부장은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에 벌금 200만 원이, 이승수 2015년 하반기-2016년 하반기 인사부장도 벌금 1500만 원이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채용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일반 지원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채용비리는) 신한은행을 비롯한 여러 사기업이 타파해야 하는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합격시켜달라는 청탁은 물론 합격·불합격 결과만이라도 알려달라거나 지원했다는 사실 전달 등 그동안 별것 아닌 사소한 부탁으로 여겨졌다는 이유로 악습이 계속되면 채용비리에 의한 업무방해로 누군가 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판부는 신한은행에서 채용비리 악습이 존재했다는 걸 인정했다. 조용병 전 은행장은 면죄부를 받았지만 말이다. 이제 남은 건 신한은행의 향후 대책이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와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책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우리-대구-부산은행은 부정입사자 전원을 퇴사시키는 등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

1심 재판부는 2013년~2016년 신한은행 신입 지원자 중 26명이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중 22명이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부정입사자 규모를 적게 인정해, 채용과정에서 불공정 혜택을 받은 걸로 보이는 인물은 17명으로 줄었다. 여기엔 신한은행 임직원 자녀, 정선희 영등포구의원 아들 등이 포함된다.

한편, 최근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국민은행이 채용비리 관련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은 2022년 1월 14일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담당자들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국민은행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정규직 신입사원 공채에서 190명을 부정하게 채용했다. 이 기간 국민은행 전체 신입사원이 655명이니, 약 3분1을 부정하게 채용한 셈이다.

금융정의연대,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국민은행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 및 피해구제 촉구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걸로 보이는 부정입사자도 있다. 인사담당자들이 관리한 청탁 지원자 명단에서 지원자 A씨 이름 옆에 “회장님 각별히 신경“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지원자 A씨의 아버지는 김OO 한양대학교 교수다. 그는 2014년 3월 28일부터 2015년 3월 27일까지 KB금융지주 사외이사였다. 2014년 윤종규 회장 선출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었다.

A씨는 2015년 국민은행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했다.

금융정의연대·민달팽이유니온·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등은 지난 22일 ‘국민은행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 및 피해 구제’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비리·불법행위를 감시·감독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책무가 있지만, 현재 국민은행의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면서 “금감원마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일종의 사회계약이나 다름없는 공개채용에 도전하는 수많은 청년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금수저로 태어난 자녀들의 채용 청탁과 성차별 행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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