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스펙을 입시에 활용했다가 대학 입학이 취소되는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될 듯하다. 이화여자대학교가 ‘연구 부정 논문‘을 입시에 활용한 학생의 입학취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화여대 측은 “교육부의 (미성년자 논문 부정) 조사 결과에 따라 본교 학생 한 명에 대한 입학취소 절차가 진행중“이라고 8일 <셜록>에 밝혔다.

해당 학생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입시비리 기획 ‘유나와 예지 이야기‘를 통해 보도한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용인외대부고) 출신 정소연(가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 보기 – 미성년 5명 논문 부정 서울대 교수]

입학취소 위기에 몰린 정소연의 엄마 A 씨(현직 의사)는 “이화여대 측으로부터 (부정 논문 관련)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내 딸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이제 와서 입학취소를 언급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난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정소연의 논문은 연구 부정에 해당하지 않은 만큼 이화여대의 이번 절차는 부당하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정소연이 저자로 등재된 논문을 연구 부정이라고 판정했다.

문제의 출발점은 정소연이 고교 시절에 참여한 논문 한 편이지만, 그 뒤에는 논문 각주로도 담을 수 없는 복잡한 관계들이 숨어 있다. 핵심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이OO 교수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교수실에서 만난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이OO 교수. ⓒ셜록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2020년 11월, 이 교수의 논문 4개를 ‘연구 부정‘이라고 판정했다. 해당 논문에 기여가 없는 미성년자 5명을 저자로 등재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서울대 조사 결과 중 최대 규모 부정 행위였다.

정소연 학생이 연루된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OO 교수는 용인외대부고 재학생 정소민(가명)-정소연(가명) 자매를 ‘케플러 GPU와 제온 파이의 코드 최적화’, ‘GTX 타이탄 X GPU의 성능 및 코드최적화’ 논문에 각각 이름을 올려줬다. 2014년, 2015년 두 학생이 각각 고교 2학년 때의 일이다. 해당 논문은 격자장이론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자매의 논문 저자 등재에는 부모의 인맥이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자매의 엄마 A 씨는 서울대학교 이OO 교수 부부와 같은 교회에 다녔다. A 씨는 이 교수의 아내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이 교수 장인, 장모의 주치의는 A 씨다.

정소연은 이 교수 아내를 “이모“라 부르며 “보고 싶다“는 글을 SNS에 남기기도 했다.

정소연은 2017학년도 이화여대 소프트웨어학부 사이버보안학과를 진학했다.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화여대 수시전형 입시요강 중 자기소개서 ‘작성 시 유의사항’에는 이런 내용이 적시돼 있다.

“제출된 자기소개서는 표절, 대리 작성, 허위사실 기재, 기타 부정한 사실 등의 검증을 위해 유사도 검색을 실시하고, 해당 사실이 발견될 경우 불합격 처리되며 합격 이후에도 입학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 측은 정소연이 제6저자로 등재된 논문 ‘GTX 타이탄 X GPU의 성능 및 코드최적화’ 대해 ‘연구 부정’ 판정을 2020년 11월 내렸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판정문에 이렇게 적었다.

“미성년자(정소연)가 실험실에 나오기 시작한 날짜 이전에 유사한 연구내용이 학술대회 포스터로 발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미성년자의 기여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이화여대가 입학취소 절차를 밟는 사실에 비춰보면, 정소연 학생은 연구 부정 판정 논문을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적시한 걸로 보인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OO 교수가 부당하게 논문에 실어준 5명의 미성년 공저자들과의 관계도. ⓒ셜록

정소연의 엄마 A 씨는 “내 딸은 여러 대학 교수들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서 컨택을 했다“며 “참여도에 따라 제6저자로 등재된 논문을 두고 이제와서 부정이라고 하는 건 너무 과하고, (입학취소는)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 5월 <셜록>의 취재 때는 다르게 말했다. 당시 A 씨는 말을 많이 더듬으며 이렇게 해명했다.

“이 OO교수님이… (자매를) 거기로 오라고 그래서 가서… 뭐… 하튼… 교회 소개… (A 교수랑) 같은 교회 다녀 가지고… 누구 소개를 해서 받았던…”

동창-교회 인맥-주치의 관계 등 ‘부모 찬스‘가 개입된 논문 작성과 입시 활용은 결국 자녀의 ‘대학 입학 취소‘라는 위기로 돌아왔다. 이화여대는 현재 정소연 학생의 반론을 청취하고 있다.

교육부는 4월 25일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결과’ 발표를 통해 “연구 부정 논문을 대입에 활용한 미성년 부당 저자는 총 10명(2007년부터 2018년 사이 발표된 논문 대상)이며 이 중 5명의 대학 입학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곧 ‘6명‘으로 조정될 수 있다.

이OO 교수는 서울대로부터 실효성 있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 구두 ‘경고’만 받았다. 징계 시효(3년)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관련 문제를 취재하는 <셜록>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누구를 위해서 일해요? 조국 씨를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 내가 정말 질려가지고…. 제발 이러지들 맙시다. (중략) 당신들은 믿을 수가 없어.. 거짓말을 하도 하니까….”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는 갑질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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