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 부인과 딸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여주경찰서는 지난달 27일 농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선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부인 김○○ 씨와 딸 정○○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모녀는 거짓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혐의로 지난 6월 참여연대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의해 고발됐다.
모녀의 농지법 위반 문제는 지난 3월 16일자 <셜록> 기사 <부장판사 가족의 불법 농지 취득… 20대 딸은 두 배 차익>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관련기사 보기 : 부장판사 가족의 불법 농지 취득… 20대 딸은 두 배 차익]
정선재 부장판사의 딸 정○○ 씨는 2020년 6월 30일 경기 여주시 가남읍 심석리에 있는 4필지 총 4541㎡ 규모의 논과 밭을 외할머니로부터 3억700만 원에 매입했다. 정 부장판사의 부인 김○○ 씨는 같은 날 남동생에게 1억4000만 원을 주고 농지 한 필지 2413㎡를 매입했다.
딸 정 씨는 약 1년 만에 1982㎡ 규모의 밭(일부 분할)을 타인에게 3억2000만 원에 팔았다. 농지는 샀지만 직접 농사는 짓지 않은 20대 청년이 두 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이다.
현행 농지법 제6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자경(自耕) 원칙을 못 박고 있다. 이를 어기고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액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모녀는 2021년 봄쯤 소유 농지를 타인에게 무상으로 임대했다. 대리경작자 A 씨는 지난 3월경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땅 주인(김 씨)의 부탁을 받고 2021년 한 해 동안 (해당 필지 5곳을) 무상으로 빌려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고 밝혔다. 경찰도 참고인 조사를 통해 대리경작자 A씨의 고구마 경작 사실을 인정했다.
농지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법률에 정한 경우 외에는 소유 농지를 무상사용 하게 할 수 없다. 모녀는 2020년 6월 농지 취득 당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자기노동력으로 고구마, 배추, 잡곡을 심겠다고 기재했다. 특히, 김 씨는 이미 소유 중인 농지의 ‘자경여부’를 묻는 문항에도 “예”라고 적었다.
지난 3월 취재 당시 정 부장판사는 “‘상속재산을 취득하여 정리’하기 위해 공동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 중 일부였던 토지를 취득한 것”이라면서, “매도가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영농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하여 임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A씨의 대리경작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찰이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함에 따라, 이제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이 모녀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불법으로 이용해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에 있는 농지를 사들여 투기에 활용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성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과거에는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LH 농지 투기 사건’ 이후에는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 절차를 통해 처벌되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훈열 전 전북도의원의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다. 최 전 의원은 2019년 12월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농지 402㎡를 매입한 뒤 농업경영계획서와 달리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은 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혐의로, 2021년 12월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셜록>과 함께 정 부장판사의 가족들을 고발한 참여연대의 박효주 간사는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에서 기소를 할지, 혐의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지 앞으로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셜록>과 참여연대는 지난 6월 9일 김 씨와 정 씨 모녀를 비롯해, 채평석 전 세종시의회 의원, 김상돈 전 의왕시장과 부인, 그리고 그의 아들까지 총 6명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전 시장과 그 가족들을 수사 중인 의왕경찰서는 지난 7월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채 전 의원 수사를 맡은 세종북부경찰서는 최근 피의자 조사까지 마친 상황이다.
<셜록>은 이들 사건의 후속 수사와 판결 상황을 앞으로도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