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표절 의심 검사 5명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부패행위로 신고했다. 표절을 이유로 검사 국외훈련비를 환수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다.
셜록은 지난 5년간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서 표절로 의심되는 연구논문을 작성한 비위 검사 5명에 대한 부패행위 및 공익침해행위 신고서를 지난 20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접수했다. 지난 12년 동안 표절 논문을 썼다는 이유로 환수된 검사 국외훈련비는 0원이다.
셜록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 기사 7편을 통해 국외훈련을 다녀와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비위 검사들의 문제를 보도했다.
법무연수원 홈페이지(www.ioj.go.kr)는 심사를 거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원본을 공개하는데, 셜록 취재 결과 이 중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84건에서 부정·부실 의심 논문 5건이 확인됐다. 셜록은 해당 검사들이 쓴 연구논문과 국외훈련비를 하나씩 분석했다.
박건영 검사(사법연수원 37기)는 타인의 논문을 무단으로 인용한 문장으로 거의 논문 전체를 채워 ‘표절률 1위(93%)’를 기록했다. 김형걸 검사(사법연수원 37기)는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을 베낀 걸로 보인다.
진현일 전 검사(사법연수원 32기)는 연구논문 총 92쪽 중 73쪽, 약 80%의 페이지를 표절로 의심되는 문장으로 채웠다. 그는 현재 이직한 로펌 ‘법무법인 세종’ 홈페이지 프로필에 표절로 의심되는 연구논문을 홍보해놓았다.
최지현 전 검사(사법연수원 36기)는 본인의 석사학위 논문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가져와 연구논문의 약 80%를 채웠다. 그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다.
부정까지는 아니지만, 부실 논문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사례도 있다. 오OO 검사는 과거 학술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발표문을 국외훈련 연구논문에 ‘재활용’했다. 이렇게 5건의 부정·부실 논문에 사용된 세금만 총 1억 9040만 원에 달한다.
국민 혈세가 사용되는 만큼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 행위는 이미 환수 규정이 있다. 공무원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5항에 따르면, 국외훈련을 받은 공무원이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부여된 훈련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다른 연구보고서ㆍ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지급한 훈련비의 100분의 20 범위에서 환수할 수 있다.
하지만 환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자들은 표절 검사들을 상대로 환수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는 셜록의 질의에 “관련 법령에 따라 다른 연구보고서, 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훈련비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지난해 12월 5일 밝혔다. “표절로 밝혀진 경우” 환수 조치를 하지만, 셜록이 고발한 비위 검사들의 문제는 아직 표절로 밝혀지지 않아 환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 법무부가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이 시행된 2010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 5일까지 표절 문제로 환수한 검사 국외훈련비는 ‘0원’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5일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현재까지 연구보고서, 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하여 훈련비를 환수한 사례는 없다”고 답했다.
이에 셜록은 표절로 보이는 연구논문을 작성한 검사 5명과 환수 권한이 있는 책임자들을 부패행위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여기서 부패행위는 공공기관의 예산집행, 재산관리, 계약과정 등에서 공공기관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 제4호 나목) 등을 포함한다. 셜록은 이들이 타인의 저작물 혹은 자신의 저작물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무단으로 베껴 국외훈련 연구논문을 작성한 행위와 이를 알고서도 국외훈련비 환수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행위를 공공기관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부패행위로 보았다.
특히,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베낀 검사 3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공익침해행위로 권익위에 추가 신고했다.
저작권법의 경우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인정한 총 471개 법률의 벌칙에 포함돼 공익침해행위 신고대상에 해당한다. 저작권법 제136조는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권익위는 부패행위 및 공익침해행위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확인 절차를 거쳐 조사가 필요한 경우 조사·수사기관에 이첩한다. 권익위 담당자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셜록이 접수한) 부패행위 신고의 경우 신고 요건을 충족해 권익위 부패심사과로 사건을 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셜록은 검사 국외훈련비 환수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책임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