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손에서 끝날 뻔한 ‘농지 투기 의혹’ 사건, 검찰의 재수사 요청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대전지방검찰청(담당 검사 홍영기)은 지난 20일 채평석 전 세종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불송치 결정한 세종북부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부터 약 3개월 만이다.
채 전 의원은 2018년 6월 30일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 제3대 세종특별자자치시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해 5월 채 전 의원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두 편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채 전 의원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매입한 세종시 부강면 부강리 필지 3개, 총 6390㎡(약 1936평) 크기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 농지에서 채 전 의원 지분은 3분의 1 정도. 매입 당시 총 가격은 약 15억 7200만 원이다.(관련기사 : <세종시의원의 ‘투잡’.. 8년 버티면 세금도 안 낸다>)
셜록은 지난해 4월 취재 과정에서 채 전 의원 농지의 대리경작자 A 씨를 발견했다. A씨는 채 전 의원이 농지를 매입한 2018년부터 돈을 받고 대리경작을 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요즘 누구나 다 똑같아요. 기계가 없는 사람은 다 우리 같은 대농가들에게 대리 경작을 맡겨요. 우리들은 (작물을) 길러서 심어주고 자기들은(지주 지칭) 물관리 이런 것만 하는 거지.”(셜록 <세종시의원의 ‘투잡‘.. 8년 버티면 세금도 안 낸다> 우지민 기자, 2022. 5. 9.)
농지법 제6조 1항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농지 소유주가 타인에게 위탁영농을 부탁한 경우, 관청에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일부 위탁 노동력’을 함께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채 전 의원은 오직 ‘자기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적은 농업경영계획서를 관청에 제출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허위로 발급받은 셈이다.
농지법 제57조는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액(土地價額)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해놓았다.
실례로 2021년 12월 최훈열 당시 전북도의원은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최 의원은 2019년 12월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농지 402㎡를 매입한 뒤, 농업경영계획서와 달리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은 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아래 이유를 들면서 최 의원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 최훈열이 전라북도 도의원으로 재직 중이어서 자경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부를 고용하여 경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경우라면 농업경영계획서의 노동력 확보 방안에 ‘일부위탁’ 또는 ‘일부고용‘으로 기재하여야 하지, ‘자기노동력‘으로 기재한 것은 거짓에 해당한다.”
채평석 전 의원 농지에는 도로 건설이 예정돼 있다. 세종시와 대전광역시를 잇는 ‘부강역-북대전 IC 도로’와 연결되는 길이이다. 채 전 의원의 농지 일부를 포함하는 위치에 대로 2류(폭 30~35m) 도로공사가 2024년부터 착수될 예정이다. 세종시는 올해부터 도로공사에 따른 보상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셜록과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9일 농지법 위반 혐의로 채 전 의원을 고발했다.
세종북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18일 채 전 의원의 농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동일한 내용의 수사가 과거 세종경찰청에서 진행돼 ‘불입건’으로 종결된 점 등을 감안해 “토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거짓이나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취득하였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 20일 세종북부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8 제1항에 따르면,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는 그 이유를 문서로 명시하여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세종북부경찰서 담당 수사관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채평석 전 의원이 해당 농지에서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명확하게 더 수사하라는 취지의 재수사 요청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성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발인이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재수사 요청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보고 재수사를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채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농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그는 “‘현직에 있는 의원이 땅 사면 안 된다’는 조항이나 ‘민주당 당규’가 없다”며 “농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B씨를 돕기 위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셜록은 채 전 의원을 비롯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 총 6명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정선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배우자 김○○ 씨에 대해 기소유예를, 딸 정○○ 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김상돈 전 의왕시장과 그 배우자, 그리고 그의 아들의 농지법 위반 사건은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