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은 이겼다. 하지만 걱정은 남았다.

‘남한이 납치한 북한 소년’ 김주삼(86)은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바로는 ‘유일한’ 북한 민간인 납치 피해자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국 정부가 그에게 1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관련기사 : <“대한민국은 10억을 배상하라” 북한 소년 납치 책임 인정>)

남한에 납치된 북한 소년 김주삼 씨(가운데) 가족. 왼쪽은 아들 김윤성 씨, 오른쪽은 아내 이승자 씨. ⓒ셜록

납치 사건 이후 67년 만에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 하지만 가족들의 마음에는 안도와 걱정이 교차했다.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주삼의 아들 김윤성(56)은 15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빨리 종결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항소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식구들은 정부에서 (항소를) 안 하면 빨리 (소송을) 종결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나이가 많이 드셔서 조금이라도 빨리 (배상금) 받고 편하게 사시라고…. 어떻게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김윤성)

김주삼은 황해도 용연군 용연읍 바닷가 외딴 집에 살던 중학생이었다. 1956년 10월 10일 밤, 갑자기 들이닥친 남한 군인 3명은 잠을 자던 김주삼을 납치해 남한의 첩보부대로 끌고 왔다.

한국군과 미군은 김주삼에게 북한 군사시설 위치를 캐물었다. 민간인 중학생이 답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부대는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김주삼은 수송대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야 했고, 약 4년 동안 그에게 돈 한 푼 쥐여주지 않았다.

이후 어느 날 갑자기 부대 밖으로 쫓겨나서 남한 사회에 내던져진 김주삼은 평생을 가난과 싸우며, 경찰의 감시 아래 살았다.(관련기사 : <남한이 납치한 북한 소년… 대한민국은 그를 지워버렸다>)

김주삼은 납치 이후 64년이 지난 2020년에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 14일, 대한민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제 관심은 정부의 항소 여부에 쏠린다. 중학생이던 김주삼은 80대 노인이 됐다. 항소가 진행되면 또 몇 년의 세월이 흐를지 알 수 없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15일 진보당 인권위는 논평을 통해, 정부가 항소를 포기하고 즉각 배상할 것을 촉구했다 ⓒ진보당

“지난 67년 동안 강제납치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국가폭력에 의해 피해자가 겪은 고통과 설움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을 것이다.”(진보당 인권위 논평)

이에 진보당 인권위원회(김남영 위원장)는 15일 논평을 통해 정부에 ‘항소 포기’를 촉구했다. 진보당 인권위는 “(고령의) 김씨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도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며, “정부가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의 김주삼이) 생전에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항소로 시간을 끄는 걸 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도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김주삼 납치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대한민국 정부에 ▲공식 사과 ▲피해 및 명예 회복 조치 ▲가족 상봉 기회 제공 등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는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 <이유 없이 납치했고 사과 없이 방치했다… 비정한 대한민국>)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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