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가 ‘북한 민간인 납치 피해자’ 김주삼에게 위자료 10억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24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김광동 위원장, 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사법부의 ‘공군 첩보대의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관련 판결에 대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김주삼에게 위자료 1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최근 판결에 따른 것이다.
남한 북파공작원에 의해 납치당한 북한 소년 김주삼(86). 셜록은 지난 6일부터 프로젝트 ‘나는 대한민국에 납치됐다’를 통해 김주삼의 이야기를 집중 보도해왔다.(관련기사 : <남한이 납치한 북한 소년… 대한민국은 그를 지워버렸다>)
김주삼은 황해도 용연군 용연읍 해안간 부근 외딴 집에 살던 중학생이었다. 1956년 10월 10일 밤, 그는 북파공작원 3명에게 강제로 납치되어 첩보부대로 끌려온다. 한국군과 미군은 약 1년간 김주삼을 신문하며 군사정보를 빼내려고 했지만, 민간인 중학생인 그는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이후 김주삼은 수송대에서 강제로 잡일을 해야 했다.
약 4년이 지난 어느 날 김주삼은 돈 한 푼 없이 부대 밖으로 쫓겨났다. 그는 60여 년을 대한민국에 강제로 체류하며 경찰로부터 사찰 및 감시를 받았다.
그리고 2020년이 돼서야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8월 9일 이 사건에 대해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중대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한 ▲피해자의 명예회복 조치 ▲국가의 진심 어린 사과 ▲북한 가족과 상봉 기회 제공 등의 조치를 국방부와 통일부에 권고했다.
국가는 납치 및 노역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한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신청인에 대한 중대한 인권을 침해한 점에 대해 신청인에게 사과하고, 이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는 강제 이산으로 인한 신청인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신청인의 희망에 따라 북한의 가족과 상봉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진실화해위원회 결정문)
그리고 지난 14일 국가 상대 소송 1심에서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 김주삼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서울중앙지법 제37민사부)은 원고(김주삼)에 대한 강제 노역행위 및 납치행위를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판단하고,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10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 성립과 소멸시효에 관해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인용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국가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 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김주삼 1심 판결문)
이에 진실화해위원회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가 위원회의 조사 내용과 결정을 판결에 인용한 점에 대해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판결로 “진실화해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며, “과거사 정리와 진실규명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가 고령임을 감안하건대, 명예 회복과 소망하는 가족 상봉 기회 등 남은 권고 조치도 함께 조속히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