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이 알리고, 노동자가 나서고, 시장이 약속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이 자유로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시 자체 안전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프로젝트 ‘로드킬 : 남겨진 안전모’를 통해 자유로 청소노동자들의 안전 문제를 보도한 지 약 두 달 만에 이뤄진 변화다.(관련기사 : <죽어야 시작되는 이야기… 우리는 자유로의 ‘유령’입니다>)
셜록은 지난 1월 초부터, 자유로에서 2015년 두 노동자가 일하는 중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도를 이어왔다.
특히 같은 자유로 중 다른 구간을 관리하는 파주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의정부국도관리사무소와는 달리 고양시에만 안전 매뉴얼이 없으며, 보호차량이 한 대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지적했다.(관련기사 : <같은 ‘자유로’인데… 파주에는 있고 고양에는 없는 것>)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16일 열린 제272회 고양시의회 임시회에서 ▲시 자체 안전 매뉴얼 마련 ▲노동자 후방 보호를 위한 노면 차량 상시 배치 등을 약속했다. 이 시장의 약속은 손동숙 고양시의원(국민의힘)의 시정질의를 통해 나왔다.
이날 여섯 번째로 시정질의에 나선 손동숙 의원은 ▲부적절한 용역업체 입찰방식 ▲청소노동자 복지 및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손 의원은 자유로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의 최종 책임자는 용역을 준 고양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고양시 발주 대행사업의 최고책임자는 고양시, 더 나아가 시장“이라며, “최근 수년간 근로자의 안전 문제가 제기됐고 노동자의 시위와 탄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동환 시장은 자유로 안전 문제의 책임이 고양시에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 시의 (용역) 설계와 계약조건 등이 근로자 안전과 복지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며, “(자유로 노동자 복지 및 안전 문제가) 시 행정의 공정성과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시장은 셜록이 보도한 청소노동자 산업재해 교통사고를 언급하며 안전 문제 해결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2015년 두 건의 사망사고, 2016년 한 건의 부상 사고가 발생하는 등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도로 위에서 이뤄지는 현장 특성상 늘 위험이 존재한다“며, “자유로 청소의 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손동숙 의원은 이동환 시장에게 구체적인 안전 대책에 관해서도 물었다. “고양시의 경우 안전유도차량(보호차량)도 (용역) 설계에 없고 안전매뉴얼도 없다”며, “앞으로 강구할 대책을 밝혀달라“고 촉구한 것.
지난 1월부터 셜록의 ‘로드킬 : 남겨진 안전모’ 보도가 이어지자, 고양시는 지난달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소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노면 청소차를 보호차량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현장 노동자들은 “이 대책은 사망사고가 있었던 2015년에도 시행됐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며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이동환 시장은 노면청소 차량이 작업 중인 노동자 뒤를 따라붙으며 지속적으로 보호차량의 역할을 하도록 하겠단 방침이다. 이 시장은 “작업차량 후면에 차선 변경 표시등과 차량 충격흡수장치가 부착된 노면청소 차량을 상시 배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은 “근본적인 안전성 강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의 ‘도로 공사장 교통관리 지침’ 등을 참고해 관할 경찰서와 도로부서 등과 긴밀히 협의해 기본 안전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자유로 청소노동자들은 시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달 16일에는 고양시청 앞에서 안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기자회견 이후 지난 6일엔 고양신문에서 자유로 청소 노동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사(<위험천만 도로에 내몰린 자유로 청소노동자들> 남동진 기자)가 보도됐다.
셜록이 알리고, 노동자가 나서고, 시민사회와 지역언론까지 함께한 결과, 고양시장의 약속을 이끌어낸 것. 자유로 청소노동자들은 이 시장의 안전 대책 마련 약속에 대해, 이행 여부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1자유로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는 윤재남(40) 씨는 29일 셜록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동환 시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곧 다음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시 자체 안전 매뉴얼이 마련되는 등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대책엔 아쉬움을 표했다. 노면청소 차량을 보호차량 대용으로 사용하는 건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것. 16t짜리 노면청소 차량은 고양시 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낙엽 등을 수거하는 역할을 한다. 즉, 청소노동자 보호만을 위한 차량이 아니다.
윤재남 씨는 “본연의 역할이 있는 노면청소 차량 대신, 오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차량을 넉넉하게 구비하는 게 더 본질적인 대책일 것“이라며, “노면청소차 운전원이 휴무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사실상 안전 공백이 생긴다, 고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가 자유로를 직접 방문한 뒤 현장을 이해하고 대책을 보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보배 기자 treasure@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