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국외훈련 논문 표절 의심 검사들에 대한 조사를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 넘겼다.
권익위는 지난 30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공익침해행위로 신고한 표절 의심 검사 3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에 대한 사건을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 송부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 침해실태조사 및 통계 작성에 관한 업무를 하는 기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권익위로부터 해당 사건을 넘겨받아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셜록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기사 8편을 통해, 세금 수천만 원을 지원받아 ‘공짜 유학’을 다녀오고선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비위 검사들의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셜록은 지난 5년간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서 표절로 의심되는 연구논문을 작성한 비위 검사 5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 최지현, 오○○)에 대한 부패행위 및 공익침해행위 신고서를 올해 1월 권익위에 접수한 바 있다.
이번에 권익위에서 조사기관으로 넘긴 공익침해행위는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베낀 검사 3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사건이다.
법무연수원 홈페이지(www.ioj.go.kr)는 심사를 거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원본을 공개하는데, 셜록 취재 결과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84건의 논문 중 부정·부실 의심 논문 5건이 확인됐다. 셜록은 해당 검사들이 쓴 연구논문과 국외훈련비를 하나씩 분석했다.
표절 수위가 가장 높은 사례는 박건영 검사(사법연수원 37기)의 논문이다. 박 검사는 타인의 논문을 무단으로 인용한 문장으로 거의 논문 전체를 채워 ‘표절률 1위(93%)’를 기록했다. 박 검사의 논문과 원자료를 비교했을 때, 박 검사가 새로 작성한 문장의 수는 전체 563개 문장 중 39개(7%)뿐이다.
박 검사가 문장 39개가 새로 담긴 논문을 쓰기 위해 1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쓴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약 4894만 원이다.(관련기사 : <미국에서 혈세 5천만원 쓴 검사님, 논문은 ‘표절률 93%’>)
가내수공업처럼 ‘검찰 내 수공업’으로 논문을 재생산한 검사도 있다. 김형걸 검사(사법연수원 37기)는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을 베낀 걸로 보인다. 셜록이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김 검사의 논문 총 61쪽(논문요약, 참고문헌 제외) 중 26쪽, 약 42%에 해당하는 페이지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김 검사가 해당 논문을 쓰기 위해 중국에서 6개월 동안 체류하며 사용한 국외훈련비는 3132만 원이다.(관련기사 : 동료 논문까지 표절… 검사님, 유학은 뭐하러 갔나요)
국외훈련으로 세금 수천만 원을 써놓고, 대형로펌으로 이직한 부장검사도 있다. 해당 부장검사가 국외훈련의 결과로 쓴 연구논문은 표절도 의심된다. 진현일 전 검사(사법연수원 32기)는 연구논문 총 92쪽 중 73쪽, 약 80%의 페이지를 표절로 의심되는 문장으로 채웠다. 진 전 검사가 해당 논문을 쓰기 위해 미국에서 6개월 동안 체류하면서 사용한 국외훈련비는 3092만 원이다.
진 전 검사는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0부장 직을 마지막으로 검사 옷을 벗었다. 진 검사는 ‘빅6’에 속하는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이직했다. ‘법무법인 세종’ 홈페이지에 공개된 진 검사의 프로필에는 표절로 의심되는 연구논문이 여전히 홍보되고 있다.(관련기사 : <‘공짜유학’ 다녀와 로펌 간 부장검사… 논문은 80% 표절>)
본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가져와 논문을 작성한 사례도 포함했다. 최지현 전 검사(사법연수원 36기)는 본인의 석사학위 논문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가져와 연구논문의 약 80%를 채웠다. 그가 미국에서 6개월 동안 사용한 국외훈련비는 3058만 원이다.
어차피 자신의 과거 논문을 ‘재탕’할 거였다면, 6개월간의 미국 국외훈련은 대체 왜 필요했을까. 최 전 검사 역시 현재는 검사 옷을 벗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 ‘재탕 논문’에 세금 3천만원 쓴 검사님, 지금은 ‘김앤장’ 근무)
부정까지는 아니지만, 부실에 가까운 논문도 함께 지적받았다. 오○○ 검사는 과거 학술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발표문을 국외훈련 연구논문에 ‘재활용’했다. 전체 50쪽 중 29쪽만 새로 작성했다. 하지만 연구논문 그 어디에도 과거 발표문에 대한 출처를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A 검사에게 지원된 국외훈련비는 4864만 원이다. (관련기사: 공짜유학 간 검사, 엉터리 논문 써도… 훈련비 환수는 ‘0원’)
이렇게 5건의 부정·부실 논문에 사용된 세금만 총 1억 9040만 원에 달한다. 지역아동센터 등 1904곳의 아동시설에 한 달치 난방비(보건복지부 겨울철 취약계층 지원대책 기준 월 10만 원)를 지원할 수 있는 돈이자, 저소득 어르신 4만 7600명에게 한 끼 식사를 지원할 수 있는 금액(서울시 저소득 어르신 급식지원사업 4000원 기준)이다.
국민 혈세가 사용되는 만큼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 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환수 규정이 있다. 공무원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5항에 따르면, 국외훈련을 받은 공무원이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부여된 훈련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다른 연구보고서·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지급한 훈련비의 100분의 20 범위에서 환수할 수 있다.
하지만 환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자들은 표절 의심 검사들을 상대로 환수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는 지난해 12월 5일 “관련 법령에 따라 다른 연구보고서, 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훈련비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셜록에 밝혔다. “표절로 밝혀진 경우” 환수 조치를 하지만, 셜록이 고발한 비위 검사들의 문제는 아직 표절로 밝혀지지 않아 환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미.
실제 법무부가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이 시행된 2010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 5일까지 표절 문제로 환수한 검사 국외훈련비는 ‘0원’이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연구보고서, 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하여 훈련비를 환수한 사례는 없다”고 셜록에 밝힌 바 있다.
이에 셜록은 표절로 보이는 연구논문을 작성한 검사 5명과 환수 권한이 있는 책임자들을 부패행위로 권익위에 신고한 것이다. 셜록은 앞으로도 국외훈련을 다녀와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검사들의 비위가 모조리 밝혀질 때까지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