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3학년 광훈(가명)에게 벌어진 사건의 끝을 확인할 용기가 여전히 내게는 없다. 해피엔딩이길 바라는 그 이야기를 하려는 지금, 우리 집안에서 앞서 터진 일이 자꾸만 떠오른다.
내 아버지는 6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셨다. 그 시절 농촌의 가난한 집 첫째가 대체로 그러했듯,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여러 일을 전전하며 동생들의 삶을 책임졌다. 남의 집 머슴살이까지 감당하면서 동생들을 도시에 정착시켰다는 ‘아빠의 청춘’은 한국 근대소설의 한 대목처럼 느껴진다.
아버지 희생을 바탕으로 6형제의 우애는 깊었다. 막내 삼촌은 나와 12살 차이가 났는데, 조카들과 잘 놀아주는 상냥한 청년이었다. 삼촌은 집에 보탬이 되고자 군입대 코앞까지 공장에서 일했다. 사고는 그때 터졌다.
어린 내가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찾았을 때 삼촌은 병상에 누워 울고 있었다. 공장 기계에 목장갑과 함께 삼촌의 오른손이 빨려 들어갔다고 했다. 삼촌은 손가락 네 개를 잃었다. 시골에서 밭일을 하다 달려온 할머니는 흰 붕대가 감싼 삼촌의 오른손을 보고 병실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이고, 어떡하노. 이 일을 어떡하노.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하노….”
그날의 통곡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 병실 풍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할머니 몸에서 풍기던 흙냄새와 땀냄새, 삼촌의 소리없는 흐느낌과 흰 붕대에 가려진 오른손까지 말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0년께, 나는 지금 일하는 공업고등학교에서 기간제로 국어교사 일을 시작했다. 3학년 교실의 부담임으로 배정됐는데, 하필이면 담임 교사가 해외로 긴 출장을 떠났다. 나에게는 임시담임 역할이 떨어졌다.
교감 선생님은 아침마다 순시(?)를 돌았는데, 초짜 기간제 교사인 나를 특히 챙겼다.
“지 선생, 잘 하고 있나? 취업률은 몇 프로고?”
답을 하기도 전에 당부 말씀이 이어졌다.
“아~들 빨리 빨리 내보내라잉. 무슨 말인지 알제?”
때는 바야흐로 여름방학이 끝난 2학기 초, 학생들 밀어내기가 시작됐다. 공장이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열여덟 살, 고교 3학년 아이를 공장으로 보내 작업복 입히는 일이 최고 가치이자 지상 과제였다. 여기는 공업고등학교, 목표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취업률 70% 이상, ○○(지역) 직업계고 취업률 1위 달성!’
교무실 칠판에는 3학년 각 반의 취업률 현황이 적혔고, 그 숫자는 날마다 수정됐다. 공장의 생산량 높이듯이 그 숫자를 끌어올리려 학교는 여러 방법을 썼다. 어느 날 교무부장 선생님이 이런 선언을 했다.
“선생님들, 애들 취업 보낸다고 고생 많지예? 절반 이상 취업 보낸 반은 옆반과 합반을 해드립니데이! 힘내이소~.”
가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당시 교사 1인당 평균 수업시수는 주당 16시간 내외였는데, 합반을 하면 8시간으로 준다. 3학년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에게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막힌 제안이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시절을 조기에 졸업한 대한민국에서 ‘공고생 취업률 70%’ 달성이 어디 쉬운 일인가. “아이들 어떻게든 내보내라”는 학교의 압박은 가을이 깊어질수록 높아졌고, 3학년 담임 교사들의 얼굴은 사색(死色)이 되어갔다.
11월이 오고 겨울이 될 즈음, 학교는 거의 ‘미쳐’ 있었다. 나 자신과 동료 교사들에게 미안하지만, 그 시절의 우리를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취업률 향상을 위한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은 집요하고 대담해져갔다. “공돌이 되긴 싫다”는 학생을 불러 공장노동이 좋은 이유를 설명했고, 그래도 설득되지 않으면 학부모를 설득했다. 학부모마저 넘어오지 않으면 학생을 앉혀놓고 사정까지 했다.
“성윤아(가명), 선생님 믿제? 공장에서 사회 경험도 하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노? 일단 도전해보는 게 안 낫겠나?”
학생별 맞춤형 대응이란 것도 있었다. 공고를 졸업하고 대입을 희망하는 학생에겐 “니가 원하는 ○○대학보단 ○○기업 공장에서 일하는 게 낫다”고 설득하기. 수시전형으로 이미 대학에 합격한 아이가 있다면?
“상현아(가명), 니 대학 가기 전에 돈 벌면 얼매나 좋노? 효도가 별거가? 등록금 벌어야지!”
말로 하는 이런 설득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깜지 채우기’ 등을 시키는가 하면, 애써 취업 보낸 학생이 도중에 학교로 돌아오면 아예 수업에서 배제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학생들을 질리게 만들어 “차라리 취업이나 나가자”는 말이 나오게 하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공세였다.
학교에서 각 반에 하달한 취업률 목표치에 근접하는 시기, 그러니까 한두 명만 더 공장에 보내면 되는 시즌에 취업할 만한 사업장이 나오면, 교사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동구(가명)는 성실해서 절대 중간에 나올 애가 아닙니다. 동구 좀 보내주이소.”
“건호(가명)는 할매집이 그 (공장) 근처라예, 할매집이 가까우면 멀어도 잘 다닐 수 있다 아입니꺼, 건호 좀 보내주이소.”
“인마는 지금 (공장) 안 보내면 무조건 대학 갑니더, 지금 보내야 취업률 더 올릴 수 있어예, 교감 샘한테 허락받고 왔심더.”
물론 공고에는 취업을 적극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많다. 우수한 공고 졸업생을 환영하는 좋은 사업장도 있다. 문제는 그 좋은 걸 다 합쳐도 도저히 ‘취업률 70%’에는 닿을 수 없다는 점이다. 무리수는 그 공백에서 나왔다.
취업률 전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던 겨울 그 아침, 나는 일찍 출근해 학교에서 아침 운동을 했다. 학교의 압박은 끝이 보였고, 겨울방학도 얼마 남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우리 학교는 이번에도(?) 목표 취업률을 거의 달성했으니, 교실에 남은 아이들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교실에 들어섰다.
“선생님, 옆반 광훈이 아세요? ○○공장에 취업 나간 광훈이요.”
“어, 안다. 와?”
나의 콧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발바닥으로 몇 번 박자도 맞췄다.
“광훈이 손가락 잘렸대요.”
“니, 뭐라캤노?”
“…….”
“선생님 말 안 들리나? 니, 뭐라캤냐고!”
“광훈이 손가락 잘렸대요. 네 개나요. 프레스에 눌려서 붙이지도 못한대요.”
한동안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교실의 아이들은 모두 말없이 날 바라봤다. 누구도 입밖으로 뭐라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나와 학교를 비난하는 듯했다.
날마다 교무실 칠판에 새겨지고 지워지던 수치, 줄어드는 수업 시수의 유혹, 제자를 상대로 한 집요한 설득, 수업을 빙자한 깜지 채우기, 교사들의 경쟁…. 아이들은 그 모든 걸 따져 묻는 듯했다.
“샘들, 왜 그렇게 열심이셨어요? 정말 우리들을 위해서 그런 겁니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비겁하지만, 핑계는 수백 가지도 댈 수 있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고졸 채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고졸 노동자를 양성했다. 정부의 정책은 교육부, 교육청, 각종 산하기관으로 전해져 학교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이 됐다.
교장, 교감, 부장교사, 전문교과 교사, 보통교과 교사, 담임교사, 비담임 교사 등 학교의 거의 모든 구성원은 특성별로 분류돼,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와 설명회가 반복됐다. 학교는 주기적으로 취업률을 교육청에 보고했고, 교육청의 데이터는 교육부에 전달됐다.
취업률이 높을수록 학교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결과는 이듬해 학교 예산 편성에 영향을 줬다. 그렇게 학교는 미쳐 돌아갔고, 그 끄트머리에서 학생이면서 노동자였던 열여덟 살 광훈이의 손가락 네 개가 잘려나갔다. 공고의 취업률 압박은 그 강도만 변했을 뿐, 지금도 여전하다.
학교 분위기는 창밖의 겨울처럼 얼어붙었다. 깊은 위로와 공론화? 대한민국 학교에서 그런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상식이다. 학교는 광훈이의 잘린 손가락과 남은 인생보다 취업 나간 학생들이 동요하거나, 학교에 남은 학생들이 끝내 취업을 포기할까봐 걱정했다.
교장, 교감 등 학교 고위직은 광훈이 문병을 가지 않았다. 학교도 교육청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학생들 편이었던 광훈이 담임과 업무 관련 교사만 모든 책임을 떠안고 광훈이 병원을 찾아갔다. 손에 붕대를 감은 제자 모습에 담임 교사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오래전 내 할머니처럼 말이다.
다시 내 삼촌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를 비롯한 조카들에게 누구보다 상냥했던 막내 삼촌은 손가락을 잃은 후에는 예전처럼 웃지 않았다. 말이 줄었고, 표정은 굳어갔다. 삼촌은 더는 나랑 놀아주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형제들은 재산을 늘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병실 할머니 옆에서 울던 꼬맹이었던 나는 교사가 됐고, 벌써 아이가 둘이다.
삼촌은 몇 번 맞선을 봤지만 결혼에 실패했다. 스무 살 무렵처럼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좋은 일자리는 삼촌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시절 그때처럼, 삼촌은 지금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모두가 변했는데, 삼촌만 손가락이 잘린 그 시절에 붙들려 있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광훈이는, 내가 초임 기간제 교사 시절에 마주쳤던 광훈이는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누군가 일하다 죽거나 다쳤다는 뉴스를 접하면 자연스레 우리 공고 졸업생 광훈이가 떠오른다. 역시 공고를 졸업했다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사망한 김 군의 어머니가 한 말과 함께 말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대학을 포기하고 공고를 가서 돈 벌어 오라고 하겠습니까. 장남이라는 책임감에 스스로 공고를 택했습니다. 빨리 취업해서 부모님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학은 나중에 돈을 벌어 간다고 했습니다. 그때 말렸으면….”
글 지한구 교사 longlong19@hanmail.net
그래픽 주보배 기자 treasure@sherlockpres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