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 국가 상대 소송을 포기한 ‘염전노예’가 있다.

염전노예 피해자 김주찬(가명) 씨는 국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묻기 위해 2015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지만 중간에 포기했다. ‘소송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착취와 인권침해 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소송비용 때문에 소송마저 포기해야 하다니. 이런 억울한 일을 막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토론회가 마련된다. 토론회 제목은 ‘패소자부담주의의 일률 적용은 공평한가?’로, 오는 7월 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다.

공익소송은 ‘약자 및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가권력으로부터 침해된 시민의 권리구제 등을 통하여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선하고,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송’이다. 소송은 개인이 제기하지만 그 결과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익소송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민사소송법 제98조에는 ‘패소한 당사자가 상대편 변호사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패소자 부담 원칙이 명시돼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4월부터 ‘정의 비용: 법원의 이상한 계산법’ 프로젝트에서 공익소송에 나섰지만 패소 후 막대한 경제적 부담에 시달렸던 사람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또, 패소자 부담 원칙이 공익소송을 위축시켜 사회 변화를 저지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셜록은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패소자 부담 원칙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사람들. 왼쪽부터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백제병원 공익제보자 김인규 씨, 조미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주보배 셜록 기자 ⓒ셜록

토론회 1부에서는 공익소송에서 패소해 막대한 소송비용을 청구받았던 이들의 증언이 이뤄질 예정이다.

먼저 의료법인 백제병원의 불법 행위를 알린 ‘공익신고자’ 김인규 씨가 증언에 나선다. 김인규 씨는 셜록 등 언론에 무자격자(PA, 진료보조인력) 수술, 주치의 조작 등 백제병원의 불법 행위를 알리고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백제병원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관련기사 : <돈 없으면 덤비지 마! ‘올인’ 소송법이 한국을 망친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가 두 번째 증언자로 선다. 김산하 대표는 2018년 강원도와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으로부터 설악산 생태를 지키기 위해 산양 28마리와 함께 문화재청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관련기사: <나는 설악산 ‘산양’… 대한민국 법원은 내가 안 보입니까>)

세 번째 증언자는 최재혁 한국장애인총연맹 사무차장이다. 한국장애인총연맹에 소속된 두 장애인 활동가는 2019년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승객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등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관련기사: <차별은 맞지만 1000만원도 내라니… 인정 못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나섰던 참여연대 최재혁 선임간사가 증언한다. 참여연대는 2018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자료를 비공개 처분한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부에서는 제도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토론하는 순서가 이어진다.

▲박호균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조미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최용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가 패소자 부담 원칙이 규정된 현행법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후 토론에는 유형웅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주보배 셜록 기자가 나선다.

이번 토론회는 진실탐사그룹 셜록,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박주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양정숙 국회의원(무소속), 정보인권연구소, 전국언론노조, 진보네트워크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 현장은 오는 7월 5일 오전 10시부터 진실탐사그룹 셜록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진실탐사그룹셜록)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토론회 <패소자부담주의의 일률 적용은 공평한가?> 포스터 ⓒ참여연대

 

주보배 기자 treasur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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