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표절 의심 검사들의 비위를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2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의 요지는 표절 의심 검사에 대한 ‘감찰 및 징계 계획’ 여부다.
셜록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세금 수천만 원을 지원받아 ‘공짜 유학’을 다녀오고선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검사들의 문제를 보도했다.(첫 기사 : <유학은 공짜, 논문은 표절… ‘검사’를 고발한다>)
법무연수원 홈페이지는 심사를 거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원본을 공개하는데, 셜록 취재 결과 이 중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84건에서 부정·부실 의심 논문 5건이 확인됐다.
박건영 검사(사법연수원 37기)는 타인의 논문을 무단으로 인용한 문장으로 거의 논문 전체를 채워 ‘표절률 1위(93%)’를 기록했다. 김형걸 검사(사법연수원 37기)는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을 베낀 걸로 보인다.
진현일 전 검사(사법연수원 32기)는 연구논문 총 92쪽 중 73쪽, 약 80%의 페이지를 표절로 의심되는 문장으로 채웠다. 그는 현재 이직한 로펌 ‘법무법인 세종’ 홈페이지 프로필에 표절로 의심되는 연구논문을 홍보해놓았다.
최지현 전 검사(사법연수원 36기)는 본인의 석사학위 논문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가져와 연구논문의 약 80%를 채웠다. 그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다.
부정까지는 아니지만, 부실 논문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사례도 있다. 오○○ 검사는 과거 학술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발표문을 국외훈련 연구논문에 ‘재활용’했다.
이렇게 5건의 부정·부실 논문에 사용된 세금만 총 1억 9040만 원에 달한다.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국외훈련비의 지급)에 따르면,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부여된 훈련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다른 연구보고서·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지급받은 훈련비의 100분의 20을 환수할 수 있다.
셜록은 지난해 12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표절 의심 검사 5명에 대한 ▲감찰위원회 심의 계획과 ▲징계위원회 청구 계획 여부에 대해 대검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감찰부는 “프로그램(‘카피킬러’ 지칭) 결과만으로는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법무부 관련 부서 등과 협의 후 업무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셜록은 표절 의심 검사 중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베낀 검사 3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을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공익침해행위로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올해 1월 신고했다.
권익위는 공익신고 이후 약 6개월 만에 결과를 통보했다. 권익위는 지난 13일 “구체적인 신고내용과 ‘카피킬러’ 표절검사 결과 등 증거자료에 대한 검토 결과, 해당 행위는 기본적으로 연구부정행위 중 표절로 볼 수 있으며, 표절 여부에 관한 사항은 사적규제의 형태로 소속기관에 맡겨져 있다”고 밝혔다.
셜록의 검증과 보도에 이어, “표절로 볼 수 있다”는 권익위의 공익신고 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대검찰청은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수 있을까.
셜록은 지난 21일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검찰청에 두 가지를 재질의했다.
먼저, 감찰위원회 심의 계획 여부다.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중요 감찰 사건에 대하여는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에 사건 심의를 의무적으로 회부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징계 여부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검사가 징계 사유에 해당되는 비위를 저질렀을 경우 징계위원회에 징계심의를 청구해야 한다.
셜록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출한 대검찰청 민원 질의서 전문을 아래에 공개한다.
질문1.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운영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중요 감찰사건에 해당되는 검사 비위사건이 발생할 경우 감찰개시, 조사결과 및 징계 청구 등 그 조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며, 그 결과를 검찰총장에게 제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습니다. 제2조의3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중요 감찰 사건에 대하여는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에 사건 심의를 의무적으로 회부해야 합니다.
대검찰청 감찰부는 2022년 12월경 셜록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한 ▲감찰위원회 심의 계획과 ▲징계위원회 청구 계획 여부에 대해 “프로그램(‘카피킬러’ 지칭) 결과만으로는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법무부 관련 부서 등과 협의 후 업무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피신고 검사들의 행위는 표절로 볼 수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대검찰청은 국외훈련 연구 논문 표절 의심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감찰위원회에서 심의할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질문2.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검사가 징계 사유에 해당되는 비위를 저질렀을 경우 징계위원회에 징계심의를 청구해야 합니다.
“피신고 검사들의 행위는 표절로 볼 수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총장은 국외훈련 연구 논문 표절 의심 검사 3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의 징계 심의를 징계위원회에 청구할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국민신문고 민원처리기간은 민원 접수일로부터 통상 7일 또는 14일이다. 이번에도 대검찰청이 표절 의심 검사에 대한 후속 조치를 외면할지 끝까지 감시할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