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대통령경호처가 용산어린이정원에 일부 시민들의 출입금지를 요청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대통령경호처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요청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경호처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중구)의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이 사실을 인정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최초 보도 이후 약 3주 만이다. 셜록은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비판한 시민단체 대표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를 당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30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처, 국가안보실에 대한 결산심사를 실시했다. 이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 조태용 국가안보실 실장 등이 출석했다.
황운하 의원은 김종철 차장을 상대로, 대통령경호처가 일부 시민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 집중 추궁했다.
김 차장은 “용산어린이정원은 대통령 경호구역”이라면서, “대통령경호처에서 (일부 시민을 상대로 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를) 요청한 적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비판했다는 것이 출입금지의 이유가 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황운하 국회의원(이하 황) : “대통령경호처 차장님, 용산어린이정원이 대통령 경호구역으로 되어 있나요?”
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이하 김) : “대통령 경호구역이면서 군사기지법….”
황 : “(일부 시민을) 출입금지 대상자로 포함해서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시키지 말아라 요청한 적 있나요?”
김 : “대통령경호처에서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황 :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어린이한테 대통령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 이유로 (출입금지를 시킨 건지)?”
김 : “그거하고는 무관합니다.”
황 : “그거(윤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관련해서는 (출입금지를) 요청한 적 없어요?”
김 : “(윤 대통령 부부) 그림 그리기와는 무관합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출입 제한 조항’을 근거로 일부 시민들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용산어린이정원 관리를 위탁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7월 10일 ‘출입 제한 조항’을 만들었다.
“관련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예약신청 또는 현장접수를 받은 대상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 특정 행위 혹은 특정 물품의 반입 금지를 명시한 게 아니라, 특정 ‘인물’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어떤 기관이 출입 제한을 요청한다는 건지, 또 어떤 인물의 출입을 막겠다는 건지, 그 사유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다.
현재 출입이 금지된 시민은, 셜록이 직접 확인한 수만 30여 명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에 알린 시민단체 대표와, 그와 같은 날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한 용산 주민 5명, 그리고 대학생 20여 명까지. 가히 ‘블랙리스트’ 사건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이들에게는 용산어린이정원 토양오염 문제 등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해온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 대한 출입 제한을 요청한 기관이 어디인지는 그동안 암막 속에 가려져 있었다.
기자가 지난 7일, 8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출입 제한을 요청한 기관이 어디인지 질의했지만, LH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LH 홍보실 담당자는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제한과 관련하여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시스템만을 제공 중이며, 구체적인 현황 등은 파악하고 있지 못함을 알린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지난 14일에는 환경부, 국토교통부, 대통령경호처 명의의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적인 행위가 확인된 당사자에 대해 대통령 경호·경비 및 군사시설 보호, 용산어린이정원의 안전 관리 등을 고려해 통제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불법적인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비판한 후 정원 출입금지를 당한 시민단체 대표를 포함해 시민 24명은, 지난 25일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조치 탓에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셜록은 이들을 대리해 진정인으로 나섰다.(관련기사 : <[액션] 용산정원 ‘블랙리스트’ 시민들, 인권위 진정>)
30일 국회 운영위 질의에서 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관련) 인권위 진정 접수 사실을 알고 있냐”는 황운하 의원의 질의에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황 의원은 김 차장을 향해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고 (추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오전에 열린 인권위 결산심사에서도 용산어린이정원 ‘블랙리스트’ 사건이 중요한 화두로 다뤄졌다.(관련기사 : <“인권침해” “권력 사유화”… 국회 달군 용산정원 블랙리스트>)
국회 운영위 소속 의원들은 송두환 인권위원장을 상대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사건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 위원장은 “여러 가지 인권적 관점에서 걱정되는 바가 있어 사실관계를 밝히고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답변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