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가짜 ‘유기견 대부’ 이정호 전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이하 군산보호소) 소장을 재판에 넘겼다.

전주지방법원검찰청 군산지청은 지난달 22일 유기견을 불법 안락사해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이정호 전 군산보호소 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와 형사고발 이후 약 2년 만이다.(관련기사 : <자기 좋아서 달려오는 개에게 주사기를 꽂았다>)

군산보호소는 군산시 위탁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2019년 안락사 없는 ‘노킬’ 보호소를 표방했다. ‘유기견의 천국’으로 불린 군산보호소에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6억 원에 이르는 지자체 보조금이 지원됐다. 이 소장은 ‘유기견 대부’로 이름을 알렸고, 일부 방송과 언론은 유기견 구조와 보호의 모범 사례로 그를 소개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공익제보자들과 손잡고 불법 안락사, 유기동물보호비 부정수급 등 군산보호소의 문제를 2021년 10월부터 집중 보도해왔다.

이정호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전 소장. 현재 사설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영상 갈무리

‘유기견 대부’로 포장된 이 전 소장의 실체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2019년 불법으로 유기견들을 직접 안락사하고, 사체를 보호소 내 땅에 묻었다. 군산보호소 직원 출신 공익제보자들은 불법 안락사 당한 유기견의 수가 2019년 한 해에만 약 80마리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셜록의 취재 결과, 이 전 소장은 수의사가 아님에도 개에게 직접 심정지약 ‘썩시팜(Succipharm)’을 투여하고, 이 과정에서 마취제도 사용하지 않아 유기견을 고통 속에 숨을 거두게 만들었다. 썩시팜은 과다 투여 시 동물 폐사를 유발할 수 있어 수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관련기사 : <가짜 ‘유기견 대부’는 왜 직접 주사기를 들었나>)

이 전 소장은 셜록의 첫 보도 이후 하루 만에 SNS를 통해 “내게 배신감과 분노, 실망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밝혔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하 동변)과 셜록은 2021년 10월 이 전 소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전 소장의 불법 안락사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이 전 소장은 2019년 9월경부터 같은 해 12월경까지 군산보호소에서 보호 중이던 유기견들에 ‘썩시팜’ 약물을 주사로 투여해 유기견 20여 마리를 안락사 시키고, 보호소 내 공터에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매립한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 안락사로 죽은 걸로 보이는 유기견 사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경찰은 군산보호소 내 공터에 위치한 컨테이너 좌측 바닥 아래 한 곳에서 유기견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뼈 1점, 늑골 9점, 늑골 주변에 부착된 부패 중인 걸로 보이는 조직과 털들을 발견해 수거했다.

경찰은 유전자 분석, 썩시팜 검출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본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다만, 국과수의 감정 결과 해당 사체에서는 썩시팜 및 독극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2021년 당시 군산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하던 강아지들 모습 ⓒ셜록

검찰은 이 전 소장의 혐의를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행위’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행위’는 증거 부족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검찰에 불송치됐다.

검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외에도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지방재정법위반 혐의까지 함께 기소했다. 이 전 소장은 유기동물을 구조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지자체로부터 사업비를 부정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자체 위탁을 받아 운영했던 보호소인만큼 동물보호법 위반 외에 타법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길 바란다. 특히 인도적인 처리 규정을 위반한 경우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는 입법의 미비가 있는데, 이 부분도 양형에서 참작이 필요하다.”(동변 김도희 변호사)

현재 군산보호소를 위탁운영 하고 있는 ‘사단법인 리턴’ 소속 김○○ 실장도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 실장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후에도 여전히 군산보호소에서 일하고 있다.

군산보호소에 유기동물 구조∙보호 위탁을 맡긴 군산시청 농업축산과 동물복지계 담당 주무관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군산보호소 위탁 운영자인 김 실장 등의 기소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사단법인 리턴의 경우 올해까지만 위탁 계약을 맺어 내년에 새로운 공고를 통해 새 계약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운영진이 불법 행위로 인해 재판에 넘어간 상황에서 새로운 단체와 위탁계약을 맺을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기소가 됐다고 해서 형이 확정된 건 아니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고발 이후 2년 만에 이정호 전 군산보호소 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셜록

군산보호소의 불법 안락사 등 비리를 폭로한 공익제보자 A씨는 검찰의 기소 결정을 반기면서도, 군산보호소 관리∙감독 책임자인 지자체를 비판했다.

“이 전 소장과 김 실장의 혐의가 인정되어 재판에 넘겨졌는데도, 군산시청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 안락사 사건 이후 군산보호소도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처럼 공개적으로 안락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는 없이 유기동물들만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의 안락사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질병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할 경우 마취 등을 통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인도적 방법에 한해서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때도 안락사는 오직 수의사만 할 수 있다.

‘포인핸드’ 유기동물 통계에 따르면, 군산보호소는 2022년 1월 1일부터 2023년 10월 5일까지 전체 유기동물 2586마리 중 412마리를 안락사했다. 비율로 계산하면 16%다. ‘포인핸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유실∙유기동물 정보를 활용해 이용자들이 보기 쉽도록 통계 자료를 제공한다.

이 전 소장은 2021년 3월 군산보호소를 떠나, 사설 동물보호소인 ‘군산개린이쉼터’를 운영했다. 이 전 소장은 2021년 10월 셜록의 보도 이후 사설 동물보호소 대표직에서도 사퇴한 바 있다.

이 전 소장과 김 실장의 첫 번째 재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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