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검사들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 문제를 두고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했다.
한 장관은 연구논문을 표절한 걸로 보이는 검사들이 지원받은 국외훈련비도 “환수 조치할 수 있는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 이후, 법무부 장관이 환수 조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표절 의심 검사들 중 그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법무부가 한 장관의 발언 취지에 맞는 후속 조치를 이행할지 주목된다.
셜록은 지난해 12월부터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프로젝트를 보도해왔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검사들의 문제를 집중 분석했다.(관련기사 :<유학은 공짜, 논문은 표절… ‘검사’를 고발한다>)
26일 국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시정)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국외훈련 연구논문을 표절한 걸로 보이는 검사들에 대한 법무부의 조치와 국외훈련비 환수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
검사 ‘국외훈련’은 “검찰의 발전과 훈련대상 검사의 자기계발”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국외훈련 기간 동안 세금으로 체재비(항공료, 의료보험료, 생활준비금 등 포함)와 학자금 등이 지원되는 사실상 ‘공짜 유학’이다.
법무부는 검사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막기 위해 2010년부터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는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연구논문을 완성해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셜록의 취재 결과,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84건 중에서 부정·부실 의심 논문 5건이 확인됐다. 이들 부정·부실 의심 논문에 지원된 세금은 총 1억 9040만 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이날 종합국정감사에서 검사들이 작성한 부정·부실 의심 국외훈련 연구논문 5건을 직접 비교하며 지적했다.
“화면을 보시면, 박건영 검사의 (국외훈련) 논문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논문은) 2018년도에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공개된 논문이에요. (두 논문이) 너무 똑같아요. 거의 콤마까지 똑같이 찍혔습니다. 제목도 똑같고요. 놀라운 건요, (박 검사가 작성한) 이 논문이 우수 논문으로 선정돼서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연구논문집에) 출간이 됐습니다.“
덧붙여 이 의원은 “진현일 (전) 검사는 5년 전 논문을 그대로 베껴왔다, 김형걸 검사는 2019년 다른 검사가 (국외훈련을 다녀와서) 쓴 논문을 표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서) 아예 똑같이 (본인 논문에) 가져왔다”며, “(표절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셜록은 올해 1월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베낀 걸로 보이는 표절 의심 검사 3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에 대해 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한 바 있다. 권익위는 지난 7월, “공익신고 검토 결과 표절로 볼 수 있다”면서도, 검사의 연구부정행위 검증 책임주체는 법무부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결정하지 않았다.
이탄희 의원 :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 이첩을 해서 답변을 받았는데, ‘검토 결과 표절로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법무부 장관님, 이 사실 알고 있으십니까.”
한동훈 장관 :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은) 학위논문이나 학술지 논문이 아닌 일종의 과제 같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 의미)은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이 의원이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자, 한 장관은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올해 3월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에 훈련대상자의 준수사항을 신설했고, 올해 6월에는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이) 표절로 밝혀졌을 경우 국외훈련비를 환수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환수 근거 규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국외훈련비의 지급)에도, 다른 연구보고서와 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지급받은 훈련비의 20%까지 환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한 장관의 발언은 국외훈련비 환수 조항을 아예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에 직접적으로 명시해 의무를 더 강화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셜록의 보도 이후 일어난 변화다.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 제18조(비용의 지급 등)
④ 법무부장관은 국외훈련을 받은 검사가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제5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라 지급한 훈련비의 100분의 20 범위에서 환수할 수 있다.
한 장관은 표절 의심 검사들에 대한 국외훈련비 환수 조치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한 장관은 “(표절 의심 검사로 지적받은) 상당수가 퇴직 검사”라며,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개정된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공무원 인재개발법이 전직 검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국회 입법조사관의 해석이 있었다”면서, “이를 참고해 전직 검사들에 대한 환수 조치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2년 동안 표절 논문을 썼다는 이유로 환수된 검사 국외훈련비는 ‘0원’이다.
그동안 법무부는 표절 의심 검사들에 대한 국외훈련비 환수 계획에 대한 셜록의 질의에 “‘공식적인 조사’를 통해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 한해 환수 조치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대검찰청 역시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사실상 환수 등 징계 조치를 거부한 바 있다.(관련기사:<“표절은 맞지만…” 검사들, 황당논리로 조치 피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한 장관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권익위에 (표절 문제로) 신고된 게 3건이어서 작아 보이지만, 다른 경우까지 밝혀지면 굉장히 커집니다. 검사 국외훈련에 들어간 예산이 올해도 49억 원, 내년에도 49억 원 들어가거든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사업이니까 회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적극 검토해주시길 바랍니다. “
한편, 셜록은 현재 일부만 공개되고 있는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를 공개하라며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진행된 첫 재판에서 재판장은 “법무부 측이 비공개 처리한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체를 열람ㆍ심사하겠다“고 결정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