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말은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다. 그는 1박2일 워크숍 일정도 직원들 사정을 묻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잡곤 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식이다.
“김 부장, 박 과장, 그리고 너, 너… 워크숍 가자.”
이렇게 지목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직원들은 워크숍을 가야 한다. 양복을 입고 출근했어도,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있어도 거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옷이 문제라면 사면 되고, 약속은 취소하면 끝이니까. 일단 차에 올라타고 떠나야 한다. 거부할 수 없는 ‘회장님의 명령’이니까.
양진호 회장의 별장 겸 회사 연수원으로 쓰이는 공간은 강원도 홍천에 있다. 경기도 분당 판교의 회사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이다. 2층 구조의 흰색 연수원은 건평 약 200평에 이른다. 바로 앞에 홍천강이 흐르고 출입구 쪽의 마당은 넓다.
산 좋고 물 좋은 이 연수원은 여러 직원들에게 ‘공포의 집’이다. 여기에서 벌어진 양진호 회장의 몇 가지 기행을 정리했다. 위디스크에서 퇴사한 직원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생했다.
[“닭을 죽여라!”]
2016년 가을 워크샵 때 일이다. 갑자기 워크숍 일정이 잡혔다. 토종닭 백숙을 먹는다는 말이 분당 사무실에서부터 나왔다. 직원들은 그때까지 몰랐다. 닭을 죽여야 하는 ‘미션’이 자신들에게 주어진다는 걸 말이다. 이날 열 명 안 되는 직원이 양 회장과 워크숍을 갔다.
말이 좋아 워크숍이지 양 회장이 술 마시고 싶을 때 함께 가야만 하는 ‘죽노동’이다. 연수원에 도착한 직원들은 마당에 상을 차리고 불을 피웠다. 직원들의 준비가 끝내자 실내에서 쉬던 양진호 회장이 밖으로 나왔다.
“자, 이젠 닭 잡자!”
누가 닭을 잡지?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연수원 한쪽 닭장에는 검은색 토종닭 세 마리가 있었다. 양 회장이 한 직원에게 말했다.
“방에 가서 활이랑 화살 꺼내와.”
직원은 미국에서 생산된 수백만 원대의 사냥용 활과 화살을 가져왔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도 잡을 만큼 활은 크고 견고해 보였다. 양 회장이 A직원에게 활을 건넸다.
“닭 죽여봐.”
백숙을 먹기 위해 활로 닭을 잡아야 한다니. 해당 직원은 신석기 전사가 된 듯한 기분 따위는 들지 않았다. 닭을 쏘려니 손발이 떨렸다. 결국 10m도 안 되는 거리의 닭을 화살로 명중시키지 못했다. 양 회장이 비웃었다. 다음 직원도, 그 다음도 모두 실패. 웃음 끝. 양진호 회장은 화를 냈다.
드디어 양진호 회장이 나섰다. 그는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겨 자기 앞의 검은색 닭을 노려봤다. 화살이 활을 떠났다. 그대로 명중.
닭은 몸부림 쳤고, 직원들은 놀라 괴성을 질렀다. 양 회장은 다시 화장을 장착하고 활시위를 당겼다. 이번에도 명중.
화살에 맞는다고 닭이 바로 죽는 건 아니다. 고통스러워 하는 닭의 목숨을 최종적으로 끊는 건 직원들 몫이다. 직원들은 손에 피를 묻혔다. 회장님이 백숙을 먹고 싶어 하니까.
양진호 회장이 활로 잡은 닭으로 백숙을 끊였다. 연수원에 어둠이 내렸다. 술 몇잔을 마시더니 갑자기 양 회장이 진지해졌다. 직원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특히 닭을 명중 시키지 못한 직원들.
“야, 너희들 아까 일부러 닭 안 죽인 거지?”
양 회장이 술자리에 있던 한 사람에게 말했다.
“칼 가져와.”
누군가 칼을 가져오자 양 회장은 칼집을 천천히 벗겼다. 은빛 칼날이 강원도의 별처럼 빛났다. 그 칼을 한 직원에게 건넸다.
“넌 칼 들고, 넌 닭 날려.”
거부할 수 없는 명령. 살아남은 닭 한 마리가 직원 손에 잡혔다. 그는 두 손으로 닭을 잡고 몸을 숙였다. 날 길이만 1m에 이르는 장도를 든 직원은 그 앞에 섰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닭은 예상과 달리 가만히 있었다.
“하나, 둘, 셋!”
자세를 낮춘 직원이 닭을 공중으로 던졌다. 닭은 푸드덕 날개짓을 했다. 허공의 정점을 찍고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질 즈음, 칼을 든 직원이 칼을 휘둘러 허공을 갈랐다. 땅에 썰어진 닭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닭은 살아 있었다. 양 회장은 분명히 닭을 죽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공포에 질린 걸까. 그 직원은 땅에 떨어져 몸부림 치는 닭을 10여차례 더 내리쳤다. 공포의 워크숍은 닭의 침묵과 함께 깊어 갔다.
[유사의료 행위]
다른 워크숍 때 일이다. 이번엔 닭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등장했다. 양진호 회장이 이제는 한국에서 쉽게 볼 수없는 거머리 여러마리를 구해왔다. 그러다니 B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야, 너 요즘 무릎 아프다고 했지? 옷 걷어봐.”
옷깃 하나 걷으라는 것 역시 거부할 수 없는 명령. 직원은 옷을 걷었다. 양 회장은 거머리 한 마리를 통에서 꺼내 직원 무릎 위에 올렸다.
“얘가 피를 잘 빨아 먹어야 낫는 거야. 떼지 말고 가만히 둬.”
다음에 양 회장은 C직원에게 다가갔다. 넌 허리아프다고 했지? 상의 올리고 누워봐. 양 회장은 직원 허리에 거머리 두 마리를 붙였다. 거머리는 한동안 피를 빨아먹었다. 곧 거머리 몸은 사람의 피로 부풀어 올랐다. 양 회장은 흐뭇해 했다.
“어때, 시원하지?
직원들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 회장은 직원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신체 부위에 거머리를 붙였다. 모두 아, 놀라운 양 회장의 위력.
[마늘 강제로 먹이기]
양 회장은 자기 눈밖에 난 직원을 철저히 응징하고 괴롭힌다. 그 탓에 직원들은 양 회장 앞에서 더욱 꼼짝을 못한다. D직원이 양 회장에게 찍혔다. 언젠가부터 D직원에게 유독 많은 술을 강요했다.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사건은 워크숍 때 벌어졌다. 삼겹살에 소주를 먹을 때였다. 양 회장에 직원들에게 건배사를 시켰다. 차례가 돌아와 D직원이 건배사를 했는데 양 회장이 다가왔다.
“한 잔 쭉 들이켜 내가 안주 줄 테니까.”
직원은 시키는 대로 했다. 문제는 안주였다. 양 회장은 그에게 입을 벌리라고 했다. D는 입을 벌렸다. 양 회장은 주먹 한가득 생마늘 쥐고 그의 입에 넣었다.
“흘리지 말고 다 씹어 먹어.”
아, 집요하고도 놀라운 직원 학대.
[머리 강제 염색]
위 사진을 보자. 연수원에 모인 직원들의 머리가 컬러풀하다. 충만한 개성의 결과가 아니다. 양 회장이 염색을 강요했다. 오래전 중고교의 두발단속도 아니고, 머리색깔 단속이라니. 한 직원은 양 회장과 순대를 먹다가 이런 말까지 들었다.
“야, 이 순대색깔 맘에 들지 않냐? 너 이 색깔로 염색해라.”
저 컬러풀한 머리. 역시 양 회장의 거부할 수없는 위력 행사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