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은 열두 살에 세상을 떠난 이시우 군의 첫 기일이다.
시우는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아이 다리엔 연필, 컴퍼스, 가위 등으로 200회 넘게 찍힌 흉터가 남아 있었다. 알루미늄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로 온몸을 수차례 맞기도 했다.
고문에 가까운 학대도 당했다. 시우는 하루가 지나는 동안 총 18시간이나 커튼 끈 등으로 책상 의자에 결박당했다. 계모의 눈을 피해 몰래 편의점으로 도망가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 날인 2023년 2월 7일, 시우는 집에서 숨졌다. 사망 당시 열두 살 시우의 체중은 고작 29.5kg. 초등학교 2학년 남아 평균 몸무게(31kg)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계모 A와 친부 B는 법의 심판대에 섰다. 검찰은 A를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했고, 사형을 구형했다. B에 대해서는 상습아동학대 및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 기소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재판의 쟁점은 계모 A에 대한 아동학대살해죄 인정 여부였다. ‘살해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다투는 것.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만 인정해 징역 17년형을 선고했다.
지난 2일 항소심 재판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 형량도 원심 그대로였다.
지난해 2월 사건이 알려진 이후, 가해자인 계모 A와 친부 B를 아동학대살해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관련기사 : <‘향년 12세’ 시우의 첫번째 기일… 엄마는 법원 앞에 있다>)
“인륜과 천륜을 저버린 계모와 친부를 아동학대살해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라. 두 피고인은 서로 공모하여 피해 아동에 대하여 아동학대범죄를 상습적으로 자행하였으며, 이 결과로 인해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두 피고인은 모두 아동학대살해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기자회견, 2023. 4. 13.)
검찰은 시우가 죽기 전 3일 동안 A의 행위에 주목해, 공소사실을 정리했다. 검찰은 A가 “피해자(이시우)가 죽더라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알루미늄으로 된 선반 받침용 봉으로 시우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렸다고 봤다.
또 A의 행위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 피해자(이시우)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면서, 하지만 A는 “같은 날 새벽 홈캠을 통해 시우가 통증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고 신음하면서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계모 A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이유는 또 있다. A가 평소에 시우를 향해 보였던 증오와 미움의 감정들이다. A는 여러 차례 시우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나 이시우 때문에 미쳐서 소리 지르던 날 쓰러졌었어. 그날 ○○이(태명) 유산된 날이랑 같았어. 쓰러지고 땀나고 내 새끼 뱃속에서 스트레스로 죽은 거야. 나 이시우랑 못 살아 더는. 죽여버릴 거야. 이시우 당장 치워. 내 눈앞에서 죽일 거야. 절대 용서 못해. 가여운 내 새끼(유산된 배 속의 아이를 가리킴). (…)
(시우를) 죽일 거야 내가. 내 손으로 죽일 거야. 찢어 죽일 거야. 갈기갈기 찢어서 죽일 거야.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 (2022년 4월경 A가 B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A와 B가 나눈 전화 통화에서도 시우를 향한 증오심을 엿볼 수 있다.
A : “나 진짜 얘(이시우)랑 못 살어. 너 죽여버리든지, 땅에 파묻든지 해.”
(…)
A : “(내가) 주방카메라 보는데, (시우가) 카메라 꺼놓고 주방으로, 안방으로, 안방을 왜 뒤지고 있는 걸까? 나 얘 진짜 죽이고 싶어.”
B : “묶어놔, 여보. 묶어놔.” (2022. 11. 26. A와 B의 전화통화)
시우를 향한 증오심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불행히도 시우는 그것을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2022년 12월 28일 시우는 일기장에 “나는 죽어야 된다. 내가 있다면 모든 게 다 불행해진다. 치매가 걸려서 죽고 싶다.”는 내용을 썼다. 그날 일기의 제목은 “나는 죽어야 돼”였다.
A와 B는 2022년 11월부터 ‘홈스쿨링’을 한다는 명목으로 시우를 학교에 보내지도 않았다. 시우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오전 8시까지 성경을 필사했다. 이를 못하면 방에서 감금을 당하거나 장시간 벌을 받았다. 시우는 죽기 전날에도 총 18시간 동안 의자에 묶여 있었다.
부검 결과 시우의 사인은 ‘여러 둔력손상’이었다. 30kg도 되지 않는 열두 살 아이의 앙상한 몸에는 멍과 출혈, 상처 등 200회 이상의 학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검찰은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계모 A를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하고,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인천지방법원(재판장 류호중)은 지난해 8월 25일 A에게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만 인정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살해 동기가 인정되지 않는 점. 시우를 죽여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계모 A가) 자신의 친자녀들에 대하여서는 피해자와 달리 상당히 높은 수준의 애정을 보이고 있다”면서, “자신의 친자녀와 격리되어 오랜 기간 동안 그들을 돌보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감수하면서 피해자를 살해할 만큼 피해자를 미워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시우의 사망 결과를 예견하기 어렵다는 점. A는 시우가 죽을 줄은 몰랐을 거라는 이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이 ‘의료진도 응급환자에 대해 죽을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 점, 피해자가 사망 이틀 전에 편의점을 찾아 음료수를 구입하여 마셨고, 사망 직전에도 피고인을 찾아와 대화를 거는 등 일상적으로 행동한 점을 비춰볼 때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인천지방법원 2023고합159 판결문)
범행 전후의 상황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고려됐다. 재판부는 “(계모 A는)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홈캠을 떼어내어 이를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집 안 안마의자 옆과 쓰레기통에 버려두었을 뿐 자신의 학대 정황이 나타난 홈캠 영상 및 캡처 사진, 카카오톡 대화내용, 전화통화 녹음파일, 피해자의 일기장 등을 폐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은 2심 재판에서도 반복됐다. 지난 2일 항소심 재판부 역시 계모 A에 대해 징역 17년의 형을 유지했다. 이번에도 아동학대살해죄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시우 군 가해자 처벌에서 핵심 쟁점이 된 아동학대살해죄. 사실 그 탄생의 배경에는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다. 지난 2020년 양부모가 생후 16개월 된 입양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 이른바 ‘정인이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사건이 세상이 알려지자 큰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고, 이후 두 달 동안 국회에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약 30개나 발의됐다.
2021년 2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99%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아동학대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됐다.
아동학대살해죄는 현행법상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죄보다 형량이 무겁다. 아동학대 가해자가 아동을 살해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게 목적. 아동은 저항 능력이 없고 사회적으로 더욱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라는 취지다.
2022년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살해죄 양형기준도 마련했다. 기본 권고 범위는 징역 17∼22년. 감경 시에는 징역 12∼18년, 가중 시에는 징역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으로 설정했다.
더불어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도 강화됐다. 기본 형량을 4~7년에서 4~8년으로 늘리고, 가중 범위도 6~10년에서 7~15년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아동학대살해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이어지고 있다.
법 개정 과정은 떠들썩했지만, 이후에도 아동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은 계속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된 사례도 적었다. 시우를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보건복지부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0명이다. 그 사건들 중 아동학대살해죄로 기소된 가해자는 5명에 불과했다.
아동학대살해죄로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된 ‘최초의’ 사례는 지난해 10월에야 나왔다.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신생아를 낳은 뒤 사망하도록 방치한 20대 친모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도 아동학대살해죄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곽지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편)는 지난해 12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논집』에 실은 논문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범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선 아동학대살해죄의 맹점을 자세히 다뤘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주로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던 중’에 살인의 고의를 일으켜 계속 유기하거나 상해를 가하여 살해하거나, ‘폭행ㆍ상해하던 중’에 새롭게 살인의 고의를 일으켜 추가적으로 폭행ㆍ상해하여 살해한 경우에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
살인의 고의 없이 법령에서 정한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르다가 뒤늦게 살인의 고의가 생겨 살인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동학대사망사건은 범행이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직접적인 목격자가 없어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범죄이다.”(<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범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곽지현, 2023년)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범죄”라는 우려는 이시우 군 가해자에 대한 재판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김승유 변호사(흰여울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11월, 1심 판결문을 검토한 의견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검토의견서를 통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에게는 그 결과가 누적되면 충분히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그러한 행위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사망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미필적 고의에 대한 현행 법리와 법원의 접근방식 하에서는 (아동학대)살해죄를 피할 수 있다”고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아동학대살해죄) 법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판례가 바뀌어야 합니다. 아동의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를 조금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가 나올 필요가 있습니다. 보호자라면 아동의 상태를 살필 의무가 있고, 충분히 인식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보호자에게 책무가 있다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미필적 고의를 조금 더 넓게 인정하는 법리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