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왕 하나에 휘둘리는 이게 나라입니까! 서민들이 새마을금고에 모은 쌈짓돈을 지 멋대로 꺼내 쓰는 나라가 나라입니까!”(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사채왕’ 김상욱 일당의 청구동새마을금고 1500억 원대 불법대출 사건에 책임을 묻고자 시민사회가 나섰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감사원에 행정안전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요청했다. 새마을금고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가 그동안 관리감독 업무를 적절히 했는지 조사해달라는 취지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사채왕’ 김상욱과 공범의 통화녹음 파일 900여 개 등, 모두 2000여 개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1500억 원대 청구동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배후에 김상욱 일당이 있음을 보도했다.(관련기사: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사채왕 김상욱은 청구동새마을금고 전종남 당시 상무와 무궁화신탁 김재민 당시 대리 등과 결탁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출모집책-감정평가사-법무사사무소 사무장 역시도 한몸처럼 움직여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부실화된 청구동새마을금고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휘청거렸고, 결국 문을 닫고 이웃 금고로 통폐합됐다.
이들은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실행한 1500억 원 규모의 불법대출 중, 약 800억 원을 경남 창원시에 있는 KC월드카프라자 한 곳에서 만들어냈다. 브로커들은 피해자에게 “명의를 빌려주면 매달 대출 이자와 200만 원의 임대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뒤 그들의 뒤통수를 쳤다. 김상욱 일당의 ‘작업’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수억 원의 빚더미가 남았다.
23일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와 민변은 “행정안전부의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소홀로 금융소비자 피해와 국고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해당 새마을금고의 자산은 1800억 원입니다. 1500억 원이 불법 대출됐으면 사실상 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사채왕에게 갖다 바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 와중에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가진 행정안전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서성민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김상욱 통화녹음 파일에서 전국 각지의 수협, 축협, 저축은행, 신협, 농협 등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청구동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같은 시기에 같은 방법의 불법대출 시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공익감사 청구를 통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새마을금고는 그동안 발생한 수많은 불법대출 등의 문제를 임직원의 단순 일탈로만 치부해왔다”며, “청구동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배후에 사채왕이 연루돼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다른 관여자는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한 3천만원 줘보자” 사채왕이 ‘우리편’을 만드는 법>)
청구동새마을금고 부실화만큼이나 대출사기 피해자들이 직면한 문제 역시 가볍지 않다.
KC월드카프라자 사건에서 김상욱 일당이 쓴 사기 수법은 이렇다. 우선 대출 명의자를 모집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들은 신용등급이 ‘괜찮은’ 사람들에게 접근해 ‘매달 200만 원의 월세 수익을 주겠다’며 명의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감정평가액을 최대로 부풀려 실거래가 이상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는다. 실거래가보다 많은 대출금 차액은 김상욱 일당이 피해자들의 통장에서 현금으로 인출해간 것으로 추정된다. 김상욱 일당은 월세를 보장하기는커녕 대출·채무 관계도 해결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명의자들 앞으로는 수억 원의 빚만 그대로 남았다. 그들은 이미 신용불량자가 되고 부동산이 압류되거나, 일부는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기 돈으로 연 11%에 달하는 이자를 갚고 있다.
“행안부, 그동안 수없이 감사했다고 합니다. 다 허탕이었습니다. 매년 수십 군데 새마을금고에서 이런 사태가 터집니다. 비단 새마을금고뿐일까요? 농협, 신협, 축협 등 기존 서민들과 밀접한 소액 금융기관들은 계속 이런 대출사고가 터집니다. 이건 행안부가 감사 안 한 겁니다. 관리감독 안 한 겁니다.”(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이날 기자회견은 20분가량 이어졌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발언을 마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행정안전부가 관리·감독하지 않아 감사원에 청구를 넣었다”며, 감사원의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남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새마을금고뿐만 아니라 일당의 추가 범행에 대해서도 감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욱의 공범인 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와 김재민 전 무궁화신탁 대리는 징계면직 처리됐다. 새마을금고는 전종남 전 상무를 형사고발한 상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채왕 김상욱은 아직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한편, 23일 오전 KC월드카프라자 불법대출 사건에 연루된 김상욱과 전종남 외 공범 1인, 총 3인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속보] ‘사채왕’ 구속될까… 23일 영장실질심사 진행>)
취재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사진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