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씨X 뒷골 당기는데, 야 다 때려 잡으러 갈까? 야 니 작은아버지(본인) 구속되면 어떻게 할래?” (2023년 7월 26일 김상욱-김재민 통화)
그의 걱정은 예언이 됐다. 지난해 공범과의 통화에서 본인의 구속을 걱정하던 ‘사채왕’.
조폭 출신 사채업자이자, 지난해 청구동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주범인 사채왕 김상욱(1972년생)이 23일 구속됐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23일 오후 6시경,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채왕 김상욱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범 전종남 청구동새마을금고 전 상무도 함께 구속됐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사채왕 김상욱 일당의 통화녹음 파일 900여 개를 입수해 그들의 불법행각을 보도하기 시작한 지 6일 만이다.(관련기사 : <‘1500억 대출사기’ 조폭 출신 사채왕의 실체를 밝힌다>)
사채왕 김상욱과 공범 전종남은 현재 경기북부경찰청 관할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이들은 10일 이내 검찰로 구속 송치될 걸로 보인다.
사채왕 김상욱과 공범들은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1500억 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셜록 취재 결과, 김상욱 일당은 그중 약 800억 원의 불법대출을 경남 창원시 양덕동에 있는 KC월드카프라자(이하 KC월드카)에서 일으킨 걸로 확인됐다.
KC월드카에서 일어난 불법대출의 중심에는 김상욱이 있다. 그는 불법대출 피해자 모집부터 이들을 이용해 대출금을 빼돌리는 일련의 과정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먼저, 김상욱 일당의 대출모집책들은 이런 말로 대출사기 피해자들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김상욱 회장이 본인 돈 800억 원을 청구동새마을금고에 예금하면 그 돈으로 대출을 해주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
이후, 피해자들이 청구동새마을금고가 아니라 한 카페에서 대출 계약을 맺게 했다. 이곳은 김상욱이 개인 아지트처럼 쓰는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카페 ‘하타○○’. 청구동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카페로 나와서 서류를 처리했고, 그 자리에는 김상욱도 함께 있었다.
“김상욱 회장 아들이 운영하는 카페 하타○○에서 담보대출을 위한 ‘자서’(자필서명)를 했습니다. 청구동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카페로 출장까지 나와서 업무를 보길래, 김 회장이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대출사기 피해자 A)
김상욱 일당은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최대 한도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실행하는 수법을 활용했다. 허위로 부풀려진 감정평가에 따라 대출금은 분양가보다 2억 원가량 더 많이 나왔다. 분양가를 치르고도 남는 대출금 차액이 김상욱 일당에게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규모만 대략 114억 원.
이미 셜록의 보도로 현금 수억 원이 대출사기 피해자들의 통장에서 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의 통장내역에 따르면, 대출 실행 당일 약 1억 3000만~1억 5000만 원이 현금으로 각각 인출됐다.
명의자들 본인도 모르게 빠져나간 돈이다. 공범 전종남 상무가 당시 청구동새마을금고 실무책임자로서 ‘고액 현금 인출’을 승인했다.(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김상욱은 최근까지도 구속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 걸로 보인다. 그는 본인의 수하들을 동원해 대출사기 피해자들에게 ‘사실확인서’를 요구했다.
“김상욱의 오른팔 격인 사람이 갑자기 전화해 ‘사실확인서를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대출사기 피해자 B)
“모르는 남성이 대뜸 전화가 와서 ‘본인도 (대출사기) 피해자인데 사실확인서를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내용을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일단 (요청을) 따르지 않았습니다.”(대출사기 피해자 C)
김상욱 일당이 작성한 걸로 보이는 ‘사실확인서’의 핵심은 김상욱이 “내 새끼”라 부르던 대출모집책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거였다.
“배○○(대출모집책)이 위 합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그 모든 책임은 본인이(피해자 지칭) 지게 되었고 (…) 배○○은 이제 와서 그 주체를 자기가 아닌 제3자에게 떠밀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 (배○○의) 범죄사실이 입증되면 그에 따른 처벌도 함께 하여 주십시오.”(김상욱 일당이 대출사기 피해자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사실확인서 일부)
김상욱과 배 씨는 한때 긴밀한 관계였다. 김상욱이 공범과 나눈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배 씨를 “내 새끼”라고 지칭하며 감싸주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오늘 (배 씨를) 잡아와서 ‘각서를 쓸래, 아니면 어떻게 할래?’ (하려고.) 걔가 뭔가를 해줘야지 회장님(본인)도 살고 종남(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이도 살거든. 배○○이는 한때 내 새끼잖아. 그래서 배○○은 억지로 잡으러는 안 간다고 하니까, 무서워서 카톡으로만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이러더라고.)”(2023년 7월 13일 통화)
배 씨는 부동산컨설팅업체 ‘(주)아이엔씨앤코리아’ 대표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대출모집법인’. 대출사기 피해자들은 ‘아이엔씨앤코리아’와 대출 위탁 등의 계약을 맺고, 이후 대출사기를 당했다.
김상욱은 지난 16일 셜록과 한 전화 통화에서 “누가 피해자냐, 나도 피해자다”라며, “1500억 원 불법대출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여러 차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기자가 문자메시지로 재차 취재 협조를 요청하자 김상욱은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인 사안으로 본인도 관련자들의 허위주장과 모함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리고 만약 동의 없이 취재진이 하타○○ 카페 등으로 찾아온다면 “건조물 침입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온 바 있다.
전종남 전 상무에게도 연락을 시도했다. 세 번째 통화 시도 만에 그와 1분가량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좀 바쁘다”, “아니다”라는 답변만 남긴 뒤 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후 그에게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김상욱은 구속됐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셜록이 준비한 이야기는 많이 남아 있다. 또 김상욱과 함께 불법대출을 벌인 공범들도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한편, 김상욱 일당의 불법대출에 공모한 혐의를 받은 KC월드카 시행사 대표 D 씨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나, 그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주범인 김상욱과 전종남 전 상무가 구속됨에 따라, 검찰이 대출모집책 등 나머지 공범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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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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