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다.”
헌법재판소는 오늘(30일) 헌정 사상 최초의 검사 탄핵 사건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 심판대에 오른 사람은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 그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에게 ‘보복기소’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헌재는 재판관 5:4 의견으로 안 검사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파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파면의 기로에 섰던 안 검사는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즉시 업무에 복귀한다.
안 검사는 2014년 5월 외국환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유우성 씨를 기소했다. 문제는 안 검사가 유 씨에게 씌운 혐의가 이미 4년 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낸 사건이라는 것.
대법원은 2021년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21일 국회는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그에 따라 헌정 사상 최초의 검사 탄핵심판 사건은 헌재로 넘어가게 됐다.
“엄중한 헌법적 징벌을 가함으로써 침해된 헌법 질서를 회복하고 더는 헌법 위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할 필요가 있습니다.”(탄핵 인용 측 입장)
재판관 4인(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국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안 검사의 공소제기가 검찰청법과 형법, 국가공무원법을 모두 위반했다며 파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고발장에 재수사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했음에도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바로 다음날 서둘러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은 유우성 씨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할 의도에서 공소제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관 5인은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일치했으나 그 이유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이영진·김형두·정형식 재판관은 보복 기소도, 공소권 남용도 아니라는 안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안 검사의 공소제기를 “위법·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종석·이은애 재판관은 검찰청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탄핵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안 검사가 “‘보복 기소’ 이후에도 또 다시 검사로서의 권한을 남용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하여 공소를 제기하는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해서 권한을 악용한 행위를 어떠한 법적 통제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을 것입니다.”
국회 측 대리인인 김유정 변호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재판정을 나섰다. 김 변호사는 헌재의 판결에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이라고 확정한 사안에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려 안타깝다”며, “헌재의 문턱이 참 높다는 걸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검사는 하늘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헌재보다 더 높은 사법부가 없는데, 피해자가 어디에 더 이야기를 해야 지난 상처가 회복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결정이 결국 흑역사가 될 만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날 현장에는 유우성 씨도 있었다. 유 씨는 “피해자가 아무리 호소해도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 현실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이 떨어진 뒤에도 한동안 재판정을 나서지 못했다. 벽에 머리를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변론기일에도 참석하며 직접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 순간에도 유 씨는 “탄핵될 거라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고 전했다.
안동완 검사는 직무정지 252일 만에 ‘검사’의 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유우성은 끝내 사과를 받지 못했다. 대법원의 판단과 대치되는 헌재의 결정에 그는 끝내 고개를 떨궜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