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금방 가요. 학생들은 계속 졸업하고 이미 다 사회로 나가고 없어요. 이걸 보고 있는 학생들 입장에서 ‘(학교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난 진짜 얘기 안 해야겠다’ 이런 결심을 계속 내재화하지 않겠어요? 말해도 소용이 없는데.”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2024. 6. 4.)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경기도교육청의 2018~2023년 9월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약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명을 포함한 총 112건의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을 숨기고 있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숨겨진 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지난해 3월 8일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은 2018~2023년 9월 스쿨미투 발생 학교명을 포함한 사건 처리현황 자료를 정치하는엄마들에게 공개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경기도교육청이 5년간 숨겨온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자료를 확보했다 ⓒ정치하는엄마들

지난달 30일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정치하는엄마들이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경기도교육청의 자료를 받아내겠다는 목적을 소송 과정에서 이미 달성했기 때문에 사실상 ‘승소’라고 평가했다.

“(경기도교육청이) 관내 학교에서의 교사 성폭력, 성희롱 사건 처리 현황을 원고(정치하는엄마들)에게 공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더는 학교명에 대한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 판결문, 2024. 5. 30.)

앞서 2022년 12월 정치하는엄마들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대상으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학교성폭력 사건 해결의 기본 정보인 ▲학교명 ▲피·가해자 분리 여부 ▲가해교사 직위해제 여부 ▲감사실시 여부 ▲수사기관 신고 여부 등 스쿨미투 처리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한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은 고작 16건으로, 전국 시·도 교육청들 중 가장 부실한 답변을 내놨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사건이 발생한 학교명은 공개할 경우 개인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명 공개를 거부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정치하는엄마들은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명을 포함한 112건의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자료를 정치하는엄마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세월호 배지 단 학생에게) 너희들도 세월호 애들처럼 될 거야.”

▲“가슴 커지는 음식을 먹어라.” (2018 ~ 2023. 9. 경기도교육청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처리현황 사례 인용)

5년 전,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정치하는엄마들

2018년 학교 현장은 물론 한국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쿨미투’. 정치하는엄마들의 ‘스쿨미투’ 정보공개 소송전은 이듬해인 2019년부터 시작됐다. 첫 상대는 서울시교육청. 이후 경기도교육청과 충북교육청을 상대로도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무려 5년째 이렇게 끈질긴 소송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감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정보가 없으면 피해 학생들은 어디서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나요? ‘내 상황이 이렇게 해결됐구나’ 또는 ‘해결이 불분명하니 나는 여기서 이의제기를 할 수 있겠다’라는 판단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런 권리조차 막는 게 불투명한 정보공개라고 생각해요.”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2024. 6. 4.)

정치하는엄마들과 경기도교육청의 소송전은 1년 3개월이 걸렸다. 스쿨미투가 발생한 지 벌써 6년이나 지났음에도 교육당국은 제대로 정보를 취합하지 않고 있었다.

경기도교육청이 공개한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자료는 ‘부분 공개’에 불과했다. 자료에는 여전히 ‘부존재’와 ‘공란’이 가득했다. 관내에서 발행한 스쿨미투 사건 112건 중 가해교사 성별의 28%(31건)가 부존재 처리됐다. 현재 가해교사의 재직 여부는 29%(33건), 수사·재판 진행 상황은 72%(81건)가 공란이었다.

“왜 모르는 거죠? 그냥 학교에 연락하고 파악하면 되는데. 교육청은 ‘교육청이 취합하지 않은 정보이기 때문에 부존재다’라고 답해요. 교육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교육청, 교육부인데 가해교사 재직 여부를 파악하는 게 그렇게 어렵겠습니까? 이렇게 기초적인 정보조차 만들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안전하게 교육을 받고 생활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2024. 6. 4.)

스쿨미투가 발생한지 6년째. 여전히 교육당국은 스쿨미투 사건의 정보를 제대로 취합하고 있지 않았다 ⓒ정치하는엄마들

정치하는엄마들은 올해도 ‘2018~2024년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취합하지 않고,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계속 청구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하는엄마들은 5년간 서울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충북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매년 정보공개를 청구해왔다. 이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방법은 교육청의 ‘공시’뿐이다. 현재 전국 시·도 교육청 중, 관내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을 공시하는 곳은 서울시교육청이 유일하다. 하지만 학교명 등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비공개했다.

경기도교육청 생활인성교육과 양성평등담당 관계자는 이번 행정소송을 계기로 “우려가 없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보공개 취지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2018~2019년 자료 중 (정보가) 빠진 부분은 지금에서 찾아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부존재 처리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정치하는엄마들에게 공개한 정보들을 공시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공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이 받아낸 경기도교육청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정보는 정치하는엄마들 홈페이지에서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월 1일 정치하는엄마들은 충북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과정에서 ‘2018~2021년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자료를 받아냈다. 하지만 충북교육청은 ‘수사현황’ 항목을 비공개했다.

청주지방법원은 정치하는엄마들이 충북교육청에게 요구한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6개 항목 중, ‘수사현황’ 1개 항목만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충북교육청도 경기도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소송 과정에서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청주지방법원은 소송을 각하했다. 하지만 정치하는엄마들은 기각된 ‘수사현황’ 항목에 대해서도 정보를 받아내기 위해 3월 6일 항소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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