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진실 보도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검언유착’ 논란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제도가 ‘법조기자단’이다.

그동안 법조기자단은 소속된 특정 언론사에만 공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폐쇄적으로 운영해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검찰 출입증 발급과 기자실 사용의 경우 출입기자들만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법조기자단 기자들이, 소속되지 않은 다른 기자들의 검찰 출입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 이 역시 어떤 규정 혹은 법적 근거가 아닌, 관행에 따른 조치다. 법조기자단 운영에 “특혜와 차별의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뉴스타파는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고등검찰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승소. 하지만 최근 항소심에서 결과는 반대로 뒤집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검언유착’ 논란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재명 국회의원 블로그

서울고등법원 제11-3행정부(재판장 김우수)는 지난 19일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판결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셜록, 뉴스타파)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1심 판결 이후, 약 2년 만에 나온 항소심 결과다.

이야기의 시작은 약 3년 반 전. 셜록은 2020년 12월께 뉴스타파, 미디어오늘과 함께 서울고검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다. 서울고검은 세 언론사가 신청한 출입증 발급을 거부했다. 당시 서울고검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업무처리를 하고 있음을 회신한다”고 답했다.

이에 셜록을 포함한 세 언론사는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따져보자’는 취지로 2021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셜록과 뉴스타파는 서울고검을 상대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6월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서울고검)가 2020년 12월경 원고(셜록, 뉴스타파)에 대하여 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는 별다른 이유 없이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대상을 법조기자단에 가입된 언론사 소속 기자들로 한정함으로써 그들에게만 사실상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법조기자단은 소속된 특정 언론사에만 공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폐쇄적으로 운영해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

서울검찰청사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정(예규) 제34조 제2항에는 “법조 출입기자의 경우는 기자실 간사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에게 제출한 언론사별 명단을 토대로 서울고등검찰청 차장검사가 대검찰청과 협의하여 발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검찰은 기자들의 검찰청 출입 결정 권한을 법조기자단에 사실상 위임했다. 법조기자단에 소속되지 않은 외부 기자들은 검찰청 기자실을 이용하려면 기존 법조기자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조직(법조기자단)이 공공시설 출입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다.

이 같은 관행은 ‘검언유착’ 문제와 함께 2022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조정훈 당시 시대전환 국회의원은 권한이 없는 법조기자단이 다른 기자들의 검찰 출입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을 두고 “검찰이 기자들을 길들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인숙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폐쇄적인 법조기자단 운영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며, “‘검언유착’도 (법조기자단 운영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특정 언론에서만 검찰발 단독 보도가 나왔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그해 2월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다양한 언론사가 사건을 취재하고 있고, 특히 사건이 일단락되는 법원이나 사건의 진행 현황 및 수사결과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검찰청은 매우 중요한 취재 대상임에도, 언론사의 취재 접근권을 주류 언론사의 집단인 ‘법조기자단‘에 위임했다. (…) 사실상 특정 언론사의 취재에만 편의를 제공하고 중소 및 신생 언론사의 취재는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이 법조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 외에는 기자실 출입을 막고, 정보제공에 차이를 두고 있다“면서 셜록이 낸 진정에 따른 결과다.

최근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단”을 한 1심 결과가 뒤집혔다. ©주용성

하지만 지난 19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과 다르게 “피고가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에 관한 권한과 업무를 전적으로 법조기자단에 위임했다거나 법조기자단의 판단에 맡겨 결정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피고 서울고검이 직접 개별 언론기관을 모두 파악하고 확인하여 출입증 발급 허부를 결정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셜록과 뉴스타파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법조기자단 소송’. 폐쇄적인 법조기자단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원고를 대리한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대법원에 상고하게 되면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한 피고 서울고검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퉈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이 같은 내용으로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은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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