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에 상영된 김건희 여사의 ‘자화자찬’ 영상 문제가 국회에서 지적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광주광산구을, 더불어민주당)은 8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영상을 두고 “미술 전시회 홍보 영상인지, 김건희 여사 홍보 영상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건희 여사는 그림전 기획) 약속 당사자”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항변했다.
유 장관은 ‘청와대 개방 2주년 전시’ 사업 중간에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끼워넣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끼워넣기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며 부정했다.
셜록은 지난 3일,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에 ‘자화자찬’에 가까운 김건희 여사 영상이 반복 상영된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김건희 기획” 우크라 그림전에 민망한 자화자찬 영상>)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은 지난 5월 1일부터 6월 3일까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렸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 우크라이나 아동미술 전시 기획”이라는 제목의 브리핑으로, 김 여사가 기획한 전시임을 강조해 홍보했다. 전시 주최는 문체부, 주관은 청와대재단이 담당했다.
명품가방 수수 논란으로 5개월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건희 여사는 5월 21일 직접 전시장을 방문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이날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그림전 관람에 동행했다.
기자는 지난 5월 31일 그림전을 방문해, 현장에 김건희 여사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체 2분 38초짜리 영상에 김 여사의 모습이 1분 30초 이상 등장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김건희 여사가 주인공인 영상이었다.
“간절함을 응원하고 지지한 김건희 여사의 약속”
“김건희 여사가 전하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희망” (현장 영상 자막 일부)
8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형배 의원은 유 장관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 사업과 김건희 여사 영상 논란에 대해 질의했다.
민 의원은 김건희 여사 영상을 회의장에서 직접 보여주며, “(영상 내용을 보면) 미술 전시회 홍보 영상인지, 김건희 여사 홍보 영상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전체 2분 38초 영상에 1분 30초 이상 김건희 여사가 등장한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영상을 이렇게 만든다는 건 몰랐지만, (…) (김건희 여사가 그림전 기획을 우크라이나 측과) 약속한 당사자니까 당연히 그 과정을 영상으로 편집했을 거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민 의원이 “(영상에서) 미술 전시회 홍보가 아니라 뜬금없이 김 여사를 홍보해 지적하는 것“이라며 재차 이유를 설명했지만, 유 장관은 “(전시와) 관련된 영상“이라고 항변했다.
민 의원은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이 ‘청와대 개방 2주년 전시’ 사업 중간에 끼워진 사실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민형배 의원(이하 민) : “원래 2주년 개방 행사에는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 계획이) 없었죠?”
유인촌 장관(이하 유) : “개방 2주년(행사 계획)에 원래 다 들어가 있는 겁니다.”
유 장관의 답변과 달리, 최초의 ‘청와대 개방 2주년 기념 전시’ 사업 계획에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은 없었다.
문체부는 이미 민형배 의원실에 “올해 초 청와대 개방 2주년 전시 계약 이후, 우크라이나 측의 공식 제안서가 접수되어 추가계약을 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청와대재단은 지난 1월 20일, 약 19억 4000만 원 규모의 ‘청와대 개방 2주년 기념행사 대행 용역’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다. 청와대재단은 2월 5일 단독으로 경쟁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은 이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림전 기획은 4월에 들어서야 더해졌다. 전시 시작일인 5월 1일로부터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고서, 그림전 기획이 추가된 것이다.
민 : “장관님, (청와대 개방 2주년 기념 행사 계획에) 원래 없었잖아요. 끼워넣기 했잖아요.“
유 : “청와대 2주년 개방 (기념) 행사에 공연·전시가 다 들어가는 거니까. 애초부터…. 왜냐면 우크라이나(측과 아동 그림전을 개최하기로 한) 약속은 오래된 것이거든요.”
민 의원이 ‘끼워넣기’ 사실을 재차 질의하자, 유 장관은 ‘그림전 개최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과 오래전에 합의했다’고 답하며 논점을 비껴나갔다.
이어 민 의원은 “‘청와대 개방 2주년 전시’ 사업에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이 원래 없지 않았냐“고 다시 묻자, 유 장관은 “끼워넣기까지 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조금 그렇다“며, “기본적으로 (해당 그림전은) 큰 전시가 아니고, 예산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며 논점을 벗어난 답변을 이어갔다.
민 의원은 “(사업 끼워넣기 부분을) 확인해서 (서면 답변으로) 의원실에 제출하라”고 말하며 질의를 끝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