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 YTN 라디오 피디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정신이 멍했습니다. 아나운서 출신답게 말을 잘하기도 하지만, 김 피디는 확실히 수다쟁이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김 피디, 저렇게 말을 많이 하고도 정말 괜찮을까? 머리 안 아픈가?’
근데 귀갓길의 멍함은 불쾌함이나 찝찝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크게 웃었을 때 숨이 다 빠져나간 가슴처럼 뭔가 후련하고 가벼운 감정이었습니다. 그 엄청난 수다로 이토록 개운한 멍함을 주다니.
그 기술이 궁금해 김 피디의 말을 분석해봤습니다.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나 : “요즘 기사를 많이 내도 왓슨(유료독자)이 안 늘어 걱정이에요.”
김 피디 : “손흥민은 경기 할 때마다 골 넣어? 야구 천재 오타니, 그래봤자 3할 타자야! 직원 월급은 안 밀리지? 요즘 세상에 그게 어디야! 어느 매체는 감원한다, 곧 문 닫는다, 난린데 그 정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거야! 내가 괜히 왓슨이야? 내가 아무 데나 후원하는 줄 알아? 딱 보면 잘하니까 내가 돈 내는 거잖아! 다른 왓슨들도 비슷한 마음일걸? 곧 잘 풀릴 텐데, 왜 걱정이야. 요즘 경제가 안 좋아서 그래!
나 : “우리 기자들이 빨리 성장해야 하는데….”
김 피디 : “○○○ 기자가 쓴 거 봤는데, 너무 좋더라! 몇 살이야? 아직도 20대야? 세상에, 난 한 30대 중반 기자가 쓴 줄 알았어! 경력도 짧은데 어떻게 그런 걸 기획했대! 그거 정말 대단한 거야. 아무나 그렇게 못해. 난 그 나이 때 밥값도 못하고 살았어. 그 나이에 셜록처럼 긴 호흡의 기사를 쓰는 게 쉬운 줄 알아? 그거 진짜 잘하고 있는 거야! 다른 매체로 안 도망가고 셜록에 있는 거, 그거 박 대표가 정말 복 받은 거야!”
이렇게 김 피디의 수다는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긍정의 반응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내가 자책과 후회를 하면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러게 왜 그랬어?” 식의 말보다는 위로부터 해줍니다. 사실 김 피디의 수다는 상대방 말을 잘 경청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겸손한 반응이었습니다. 그토록 수다스러운 김 피디 주변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5월 김혜민 피디가 약 20년 일한 YTN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이 사실을 접한 진실탐사그룹 셜록 공동창업자(누군지는 아직 비밀)가 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혜민 피디를 셜록에 영입하면 어떨까요? 왓슨 정책을 총괄하는 ‘왓슨 그룹장‘을 맡으면 잘할 거 같은데….”
이분은 왓슨 행사에서 김 피디와 인사 한 번 나눴을 뿐, 인연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 7월 김 피디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린 함께 곱창을 먹었습니다. 김 피디의 수다에 공동창업자의 혼이 빠진 듯했습니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정신이 멍해 보였습니다. 가끔씩 입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다음 날, 그가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 피디에게 셜록에서 일하자고 정식으로 제안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역시 김 피디의 수다에 중독되고 말았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셜록은 김혜민 전 YTN 라디오 피디를 ‘왓슨 그룹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이제 김 그룹장이 셜록의 왓슨 정책을 총괄합니다.
김 그룹장의 기획하에 셜록은 매달 ‘왓슨 강연회‘를 열 예정입니다. 자기 분야에서 멋진 성과를 내고, 우리 사회에 좋은 메시지를 줄 여러 전문가가 강연자로 나설 겁니다.
더불어 셜록은 구성원들이 직접 나서는 ‘셜록 학교’, 프로젝트 사전 설명회, 왓슨 북클럽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수도권을 벗어나 직접 여러 지역을 찾아가 왓슨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왓슨 여러분의 응원과 참여 덕에 셜록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셜록과 왓슨이 만나고, 연결되고, 해결하는 일은 더욱 많아질 겁니다.
김혜민 그룹장은 벌써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일이 술술 풀리고 있습니다. 9월 왓슨 강연회에 나서는 첫 인물을 곧 공개하겠습니다.
이제 왓슨 여러분이 김혜민의 기분 좋은 수다에 중독될 차례입니다. 아래는 김 그룹장이 왓슨 여러분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왓슨 여러분.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왓슨 그룹장’으로 일을 시작한 김혜민이라고 합니다.
저는 YTN에서 약 20년간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했습니다. 박상규 기자에 대해 들어봤지만, 크게 관심 있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랬습니다.
2021년 11월 그가 쓴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라는 영케어러 관련 프로젝트를 접했습니다. 간병살인으로 구속된 강도영(가명) 씨의 2심 판결을 앞둔 때였습니다.
저는 당시 <김혜민의 이슈&피플>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했습니다. 박상규 기자를 스튜디오로 불러 사건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많은 매체는 그해 8월 강 씨를 패륜아처럼 묘사한 것에서 그쳤지만, 셜록은 3개월을 투자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 봤습니다.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깊은 취재와 생생한 스토리텔링은 셜록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셜록이 자신들의 보도물을 ‘프로젝트’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라디오 인터뷰 직후 청취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대개의 사회적 이슈는 찬반 의견이 있기 마련인데, 해당 인터뷰를 전한 유튜브 영상에는 악플이 거의 달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강도영 씨 사연에 안타까움을 표시했습니다. 간병, 돌봄노동, 영케어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순간입니다.
이후 많은 언론이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강도영 씨 사연을 다뤘습니다. 강 씨는 만기 약 9개월을 앞두고 지난 7월 30일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
저의 내면에도 셜록처럼 긴 호흡의 보도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이슈를 빠르게 전해야 하는 방송국에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셜록은 속칭 ‘터지는 이슈’에만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의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 ‘한 시절 뜨거웠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저는 기성 언론인으로서 부러움 반, 빚진 마음 반으로 수년 전부터 셜록의 친구 왓슨(유료독자)으로 활동했습니다.
오래 근무한 매체를 떠나 셜록의 왓슨 정책을 총괄하는 ‘왓슨 그룹장’이란 역할로 새 출발선에 선 지금, 제 가슴은 무척 떨립니다.
‘셜록 최초의 독자이자 최고의 후원자인 왓슨’을 위한 여러 행사와 모임을 앞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왓슨 여러분과 함께 알리고, 퍼트리고, 해결하는, 가슴 설레는 일을 자주 만들겠습니다. 9월 행사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왓슨 여러분,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