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는 하지만, 징계는 안 한다? 법무부가 앞뒤 안 맞는 조치로 ‘표절 검사’들을 감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세금 수천만 원을 지원받아 해외로 ‘공짜 유학’을 다녀온 뒤 표절 연구논문을 제출한 검사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84건에서 표절 논문 5건을 확인됐다. 이들 5명의 전·현직 검사에게 총 1억 9040만 원의 국외훈련비가 지원됐다.

2022년 12월 셜록의 첫 보도 이후 약 1년 10개월이 흘렀지만, 이들에 대한 징계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표절 검사들을 상대로 국외훈련비 일부를 환수했다. 하지만 징계는 시행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남궁현

법무부는 올해 이들의 연구논문 표절을 인정하고, ‘표절 검사’ 전원을 대상으로 국외훈련비 일부를 환수했다. 연구논문 표절을 이유로 검사의 국외훈련비를 환수한 최초의 사례였다.(관련기사 :[해결] 표절 검사 5명 훈련비 환수… 셜록이 만든 ‘최초’)

검사징계법에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했을 때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징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수천만 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국외훈련 연구논문을 표절한 것이 인정돼 훈련비 환수가 이뤄졌다면, ‘징계’ 역시 당연한 수순. 하지만 법무부는 징계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셜록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을 통해 최근 5년간 표절 검사들의 징계내역에 대해 자료 요청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관련된 사항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감찰 업무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염려가 있어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검사들의 징계처분 결과를 공개하는 법무부 공고에는 셜록이 밝혀낸 5명의 전·현직 표절 검사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 ⓒ셜록

징계 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입장은 지난 2년 동안 변함없었다. 다만 그 이유를 “표절로 단정할 수 없어서”에서, “비공개 대상이라서”라고 말을 바꿨을 뿐이다.

셜록은 지난 2022년 12월 법무부 징계위원회 청구 여부에 대해 대검찰청에 문의했다. 당시 대검찰청은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법무부 관련 부서 등과 협의 후 업무에 참고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지난해 7월, 셜록이 대검을 상대로 공개 질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사이 훈련비 환수 조치가 이뤄지면서, 1년 만에 말이 바뀌었다. 대검찰청은 올해 7월 “(징계위원회 청구 여부는) 비공개 대상인 감찰에 관한 사항”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을 해왔다. 어떻게든 징계 여부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애써 명분을 찾는 모양새다.

셜록은 직접 검사 징계처분 공고를 살펴봤다.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통해, 법무부가 공고한 최근 3년 치 검사 징계처분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법무부 징계처분 공고에서, 셜록이 밝혀낸 ‘표절 검사’ 5명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흥미롭게도, 법무부는 배우자를 두고 불륜 관계를 맺은 검사에겐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불륜과 같은 사적인 일로도 검사에게 징계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 약 2억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낭비한 ‘표절 검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법무부는 표절 검사의 징계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건물에는 “공정하고 따뜻한 법치행정”이란 표어가 붙어있다.  ⓒ셜록

사실 국외훈련비 환수에 있어서도, 다른 공무원들과는 달리 검사들만 ‘특혜’를 누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국외훈련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훈련비를 환수한 사례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만 보더라도, 14명의 공무원이 ‘학위 미취득’을 사유로 국외훈련 체재비 일부를 반납했다. 환수 조치를 당한 공무원의 소속은 기획재정부, 관세청, 문화재청,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다양하다. 이들 공무원 14명의 환수액은 총 1245만 원이다.

공무원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국외훈련비의 지급 등)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부여된 훈련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다른 연구보고서ㆍ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지급한 훈련비의 100분의 20 범위에서 환수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의 경우 올해 들어서야 표절을 사유로 한 국외훈련비 환수 조치가 ‘최초’로 이뤄졌다. 셜록은 지난해 1월 ‘표절 검사’ 5명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직접 신고한 바 있다. 지난 6월 권익위는 “법무부가 표절 검사 5명의 국외훈련비를 환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규정에 따라 이들의 국외훈련비를 환수했다면, 그 비용은 최대 약 3800만 원에 달할 걸로 예상된다.

최우혁 검사는 네덜란드 국외훈련 후 표절률이 약 51%로 집계되는 연구논문을 썼다 ⓒ셜록

셜록은 최근 새로운 ‘표절 검사’를 추가로 발견하기도 했다.

셜록은 2022~2023년 발행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47건을 추가로 살폈고, 그 중 표절 의심 논문 1건을 발견했다. 인천지방검찰청 소속 최우혁 검사(사법연수원 40기)가 작성한 연구논문 <네덜란드 검찰 조직과 기능에 대한 연구>다.

최 검사가 네덜란드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작성한 연구논문 총 56쪽 중 33쪽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표절률은 51%. 표절 대상이 된 저작물은 2013년 네덜란드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이다.

최 검사가 1년간 네덜란드에 머무는 데 지원된 국외훈련비는 약 5243만 원이다. 국외훈련 기간 동안 급여도 지급받았다.(관련기사 : <‘또 찾았다’ 혈세 5천만원 받고 선배 논문 표절한 검사>)

역시나 법무부는 최우혁 검사에 대한 국외훈련비 환수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련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대상자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셜록은 최 검사 역시 권익위에 부패행위로 신고할 계획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TOP